관리사무소 강제 이동 어려워, 구청 사적 공간으로 개입 한계
세대당 주차 1.2~1.5대, 차량 증가에 갈등 반복 구조
전문가, 주차 기준 현실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지난 11일 낮시간 대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노상 주차 공간에 오토바이 한대가 주차돼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11일 밤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노상 주차 공간에 주차된 오토바이가 뒤로 이동하고 차량이 주차돼 있다. 주민들은 같은 오토바이와 차량이 서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현목 기자
지난 1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도원동 A아파트 단지. 해당 아파트는 1997년 지어졌으며 1천세대가 조금 넘는다. 단지 내 인도 옆 노상 주차 공간 한가운데 배달용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해당 공간은 경차 두 대가량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 자리다. 오토바이가 공간을 차지하면서 다른 차량은 주차를 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오토바이가 최근 들어 낮 시간 동안 해당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다른 차량이 주차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차량 주차 공간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주차장 알박기' 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지하주차장에도 알박기로 의심되는 차량이 있지만 최소한 주차비는 내고 주차한다"며 "오토바이는 주차비도 내지 않으면서 차량 두 대가 댈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불만이 크다"고 했다.
차량이나 물건 등을 이용해 주차 공간을 미리 확보하려는 '주차 자리 맡기' 행위가 아파트 단지 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차비가 별도로 관리비에 반영되지 않는 인근 아파트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업무용 차량 등을 이용해 주말에 주차 자리를 미리 확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특별한 대응책을 찾기 쉽지 않다. 민원이 접수되면 CCTV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알박기로 의심되는 오토바이나 차량이 아파트 주민 소유인지 여부와 차량 이용 여부 등의 작업이 이어진다. 외부 차량일 경우 비교적 쉽게 이동 조치가 가능하지만 주민 차량이면 상황이 다르다. 협조를 요청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 외엔 공동주택 특성상 강제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소방 통로나 불법 주차 구역이 아니면 관리사무소에서 강제로 이동시킬 법적 권한이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해당 주민에게 다른 주민들 민원이 있다는 점을 안내하는 것이 전부"라고 난감해했다.
달서구청에 아파트 주차 자리 맡기와 관련한 민원이 별도로 접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부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고 딱히 대응할 방법도 없어서다.
달서구청 건축과 김성현 주임은 "아파트 주차 문제는 대부분 관리사무소로 바로 민원이 들어간다"며 "공동주택 내부 문제 성격이 강해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개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동주택 구조와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시회 윤한섭 사무국장은 "공동주택의 경우 세대당 주차대수가 건설 기준에 따라 정해져 있다"며 "구축 아파트는 세대당 주차대수가 1.2~1.5대 수준이다. 요즘은 한 가구에 차량이 두 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로 A아파트는 1천세대가 조금 넘고 주차면은 1천200면 정도다. 등록된 차량은 1천600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주차 공간 부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 사무국장은 아파트에서 받는 추가 주차비 성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량 수를 조절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차비를 냈다고 해서 언제든지 주차 공간이 보장되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차 갈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세대당 주차대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 사무국장은 "기계식 주차장 설치 등 주차시설 확대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관리와 안전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며 "주차 공간이 제한된 공동주택 특성상 입주민 간 배려와 함께 제도적 개선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목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