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살려 마을 지킬 방법 없을까
임성무 녹색교육연구소 소장
처음 이름을 내걸고 낸 책 '가르치며 배웁니다'를 군위에 계신 신부님께 드리러 팔공산 한국의 이름다운 길 한티로를 넘어간다. 도시도 그렇지만 시골 마을에선 가장 크고 넓은 건물이 학교여서 눈에 확 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선생 눈에는 학교가 먼저 보인다.
팔공산 입구엔 수년째 통폐합 압박에 내몰리다 올해 3월 폐교된 100년의 역사를 기진 서촌초가 있다. 서촌초는 한 때 대구교육청이 자랑한 작은 학교 살리기 모델이었다. 학교를 지키려던 분들의 노력을 지원했던 나도 안타깝다. 바로 옆 한티로 들어가는 마을엔 경북교육청에 속한 동명초가 있다. 작은 학교를 살리려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아직도 전교생 40여명에 6학급 본교를 유지하고 있다. 교직원이 25명이니 엄청난 교육재정이 쓰이고 있지만 학교는 경북교육청은 본교를 유지하고 있다. 한티재를 넘어 부계를 지나면 산성면이 나온다. 화본역과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최근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유명해진 충의공 엄흥도의 묘가 있다. 하지만 이 유명한 마을의 산성초도 이미 폐교되었다. 오른쪽 길로 가면 대추의 고장 의흥면이 나온다. 의흥은 향교가 있을 만큼 오래된 역사 마을이다. 더는 피할 수 없어 의흥초로 가 보았다. 1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의흥초는 덩치가 거대하다. 부계초 분교가 되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서너 살쯤 되는 아이가 굴착기 장난감에 능숙하게 모래를 담아 모래성을 쌓고 있다. 마음이 왜 이리 짠한지 나는 오래 학교를 떠나지 못했다. 교문을 나서다가 학교 앞에 사는 70대 어른에게 지금 학교가 어떤 상태인지 물었더니 사라지는 학교를 살릴 길이 없다며 눈물이 맺혔다. 의흥은 다방만 여러 개이고 최근 군위역이 세워진 마을이다. 이렇게 큰 면 소재지 마을이 학교 하나를 지키지 못할 만큼 소멸의 길을 간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슬픈 마음으로 다시 우보를 지나간다. 저기 들판 가운데 덩그러니 외롭게 서 있는 학교가 있다. 군위중 우보 분교였다. 굳게 닫힌 교문을 들어서 운동장으로 가니 게양대엔 찢어진 국기와 대구교육청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교육감 이름으로 내걸린 휴교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누가 이 들판에 덩그러니 외로운 학교를 찾아올까? 다시 좁은 논길을 따라 우보초에 들렀다. 교문이 굳게 닫혀있다. 어렵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둥근 화분에 꽃다지가 곧 꽃을 피우려고 한다. 우보는 한자로 友保, 벗을 지킨다는 뜻이지만 학교를 지키지 못했다. 우보초 옆 우보면사무소엔 육군 제2작전사령부를 비롯해 다섯 개의 군부대 이전을 환영한다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군부대 이전이 이루어지면 우보중과 우보초는 다시 개교할 수 있을까?
경북은 적어도 1면 1교를 유지하고 있다. 1면 1교를 유지하던 군위는 대구시에 속하면서 1면 1교라는 최소기준이 무너졌다. 경북 고령 우곡면엔 체류형 주거시설인 작은 정원을 서른 채를 지어서 임대하고 있다. 그중 16채는 가족이 살 수 있는 크기로 농촌 유학하기에 최적이다. 군위는 대구광역시에 속한 군이다. 대구교육청은 이 작은 학교를 살릴 방법이 없었을까? 군위군은 이렇게 체류형 집을 지어 농촌 유학을 유치하면서라도 학교를 지킬 수는 없었을까? 만약 행정통합이 되고 대구교육청의 정책이 적용된다면, 경북의 모든 면에는 절반이 넘는 학교가 통폐합으로 휴교나 폐교가 될 것이다. 경남 의령교육청은 공동학교를 운영한다. 네댓 학교를 묶어서 따로또같이 운영한다. 교육엔 적은 인원이어서 개인지도에 가까운 효율적인 수업이 있지만, 적정 인원이 모여 협력해야 하는 수업이 있다. 그래서 의령 공동학교를 운영하며 주마다 하루나 이틀을 여러 학교가 중심학교에 모여 수업하는 것이다. 체험학습과 같은 큰 활동은 교육지원청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다. 제발 학생 수가 적어서 교육이 안 된다는 말을 교육청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도 가능하고 더 나은 마을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도 마을도 살릴 수 있다. 휴교, 폐교된 학교를 찾아다니다 늦은 시간에서야 신부님께 책을 드리고 오는 길에 효령초를 지나왔다. '아이들 떠난 분교에 남은 기다림⋯효령면 새마을회, 휴교학교 주변 정비'라는 어느 언론사의 기사가 마음이 아프다. 내게 권한이 있다면 의흥초 교문 앞에서 만난 칠십 대 어른의 "우리는 아이들만 봐도 좋다"는 말을 지켜드리고 싶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