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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의 좋은 건축, 좋은 도시] 대구 도심은 왜 비어가고 있는가

2026-03-18 06:00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김은광 경일대 건축학과 교수·건축학 박사·건축사

요즘 대구 도심을 걷다 보면 낯설지 않은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한때 상권과 업무의 중심이었던 거리에는 임대 현수막이 걸린 채 불이 꺼진 건물들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그 공간들은 더 이상 중심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대구 도심의 공실은 이제 일부 지역의 예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도시의 풍경이 되었다.


이 현상을 단순히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도심에는 여전히 구조적으로는 사용에 큰 무리가 없는 오피스와 상업 건물들이 남아 있다. 외관과 골조가 유지된 건물임에도 공간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이는 도시가 낡아서라기보다,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이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의 확산으로 더 이상 매일 출근을 전제로 운영되지 않고, 상업 공간 역시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된 이후 과거와 같은 소비 흐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공실은 곧 다시 채워질 빈자리가 아니라, 변화한 도시 환경이 남긴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도심이 비어가면 재개발과 신축을 먼저 떠올린다. 비어 있으면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의 공실은 건물이 오래돼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더 크고 새 건물을 짓는다고 해서 사람이 돌아오는 시대도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없애고 다시 짓는 선택은 많은 비용이 들 뿐 아니라, 도심이 오랜 시간 쌓아 온 공간 자산을 스스로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실 그 자체보다, 이에 대응하는 도시의 방식이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용도를 바꾸도록 돕는 제도는 현장에서 잘 작동하지 않는다. 도시재생과 각종 지원 정책은 마련돼 있지만, 용도 규제와 주차 기준, 건축 관련 행정 절차는 여전히 새 건물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결과 활용 가능한 건물이 남아 있음에도, 이를 다른 용도로 바꾸거나 다시 사용하려면 시간과 비용 부담을 먼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특히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개별 건물주나 소규모 상가에서 더욱 크게 체감된다. 공실을 해소하기 위해 주거, 문화, 복합 용도로의 전환을 고민해도, 설계 변경과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많은 건물은 비어 있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되고, 도심의 공실은 개인의 소극적 결정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로 굳어진다.


도심은 단순히 건물만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살아오며 만들어 낸 기억과 일상이 쌓여 있다. 공실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곧 그 도시가 스스로의 시간과 장소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해외의 여러 도시들이 철거보다 기존 건축을 살려 쓰는 방향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과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도시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 움직이기 위한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좋은 건축, 좋은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이미 만들어진 도심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대구 도심의 문제는 더 많이 짓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미 가진 공간을 달라진 현실에 맞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새로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도시에 남아 있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일상의 일부로 작동하게 만들 것인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대구 도심의 미래이며,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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