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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메일] 초고령사회, 체육의 새로운 역할이 무엇인가

2026-03-16 09:41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고령사회로 향하는 단계가 아니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는 체육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평균수명 연장과 노인질환의 증가, 1인 가구 확대와 사회적 고립 심화는 체육을 단순한 여가나 경기력 중심의 영역이 아니라, 건강과 사회 통합을 지탱하는 핵심 공공정책으로 재인식하게 만든다.


그동안 한국 체육은 메달과 성적, 대회 성과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엘리트 체육 중심의 정책은 국가 브랜드 제고와 국제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지만, 인구 구조가 급변한 현재의 사회적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 체육의 중심축은 기록과 순위에서 주민 참여와 건강 증진으로 이동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체육은 예방 중심 복지이자 건강 정책이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노인의 근감소증과 낙상 위험을 낮추고, 만성노인질환, 우울감과 인지 저하를 완화한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그치지 않고 의료비 절감과 돌봄 부담 완화로 이어진다. 체육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 비용이 아니라 중·장기적 사회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적 선택이다.


생활체육의 기반은 학교, 직장, 그리고 동네 단위의 지역 공간이어야 한다. 방과 후와 주말의 학교 체육시설은 학생을 넘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돼야 하며, 학교는 지역 생활체육의 거점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 직장 체육 역시 연례행사나 단합대회에 머물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일상 속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 동네 단위 체육 프로그램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사람 간 관계를 회복시키고 고립을 예방하는 지역 기반의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한다.


노인,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체육은 선택적 정책이 아니라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필수 조건이다. 신체 기능과 생활 환경을 고려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참여 장벽을 낮추고, 사회적 배제 위험을 줄인다. 이를 위해 체육 정책은 보건·복지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넘는 종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체육이 의료와 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전문체육지도자와 생활체육지도자가 있다. 단기간 기술 습득에 초점을 둔 강습형 체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동 효과를 점검하는 관리형 체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체육 지도 인력이 불안정한 노동 구조에 놓여 있다면, 지속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체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지역 스포츠클럽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연결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연령과 수준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통해 평생 체육을 가능하게 하고, 학교·체육시설·지역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방과 후·주말 체육 역시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기보다 공공성을 강화해 접근성과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체육 행정은 여전히 일회성 행사와 대회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간의 성과는 남을지 모르지만 주민의 삶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참여 시스템 구축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체육은 경쟁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지자체와 체육회, 지역 주민이 함께 기획하고 운영하는 협력 구조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체육이 일상이 될 때, 우리는 건강한 노후와 안정적인 지역사회를 동시에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체육의 역할을 다시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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