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나는 지난 칼럼에서 "자고로 기획이란…" 하며 꺼드럭댔다. 강연에서도 그랬다. 내 나름의 '기획 10계'를 급히 지어냈는데, 참가자들 얼굴을 보며 내심 '이래도 될까…' 하고 제법 양심에 찔렸다. 눈빛들이 어찌나 초롱초롱하던지!
기획자로서 나의 약점은 명확하다. '돈'을 못 번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늘 이런 식이었다.
"창수야, 너는 광고나 부수 확장 같은 거 생각하지 마! 그냥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해. 그런 건 선배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신문사에 있을 때 높으신 분들께 자주 듣던 말인데, 덕분에 정말 맘껏 기사를 썼다. 탐사팀에 있을 때는 서너 달에 기획 하나를 내놓았는데, 특혜를 받는 것 같아 늘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스타트업 때는 또 어떤가. "우리의 무기는 오로지 '돈'입니다. 아무쪼록 최대한 돈을 쓰는 쪽으로 고민해 주시고…" 이런 얘기들이 일상으로 오갔고, 실제로 매일 현금 '100만원'씩 아무 조건 없이('좋은 글'이 유일한 조건이었다) 몇 달을 뿌리는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했다. 그곳을 나와 직접 스타트업을 차렸을 때 내 담당은 앱 기획 및 개발 쪽이었고, 투자 유치는 다른 공동창업자가 전담했으니 커리어 내내 돈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좋게 말해 도련님, 나쁘게 말해 물정 모르는 샌님처럼 기획을 해왔다. 대구에 내려와 처음 했던 일도 고급 커피를 6천원에 파는 등 끊임없이 까먹기만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벌어본 적도 없고 벌 기술도 없으니 호주머니는 늘 쪼들리는데, 그나마 할 줄 아는 건 그런 류(?)의 기획들이라 남들에게 말 못할 괴로움만 쌓이는 형편이다. 그런 짓을 벌써 2년이나 해왔으니!
"두부 장수는 두부밖에 팔 수 없다."
얼마 전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남긴 말을 우연히 알게 됐다. 비슷한 영화만 만든다는 비난에 대한 나름의 항변이었는데, 어쩐지 그 말이 내게 위로가 됐다. 그의 말마따나 나는 여전히 나만의 작은 두부 가게를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떻게든 두부라도 근근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고, 그 두부에 나름의 '있어빌리티'는 있다는 점일 테다. 굳이 포장하면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상징 자본'쯤 되려나.
"아무튼 요즘 여러 채널로 문의가 많은데, 제게 혁신적인 무언가를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드릴 수 있는 게 두부밖에 없는, 두부 가게를 벗어나려다 실패한 두부 장수랄까, 뭐 그런 사람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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