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 6권역 공간 전략…백두중심권역·새마을산업권역·대구생활권역
<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제공>
영남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 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대구·경북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광역 정원 경제권'으로 묶기 위해 '공간과 장소의 융합과 재배치'를 통한 '6+α(대구) 공간 전략'을 제안한다. 이는 스위스가 칸톤(Canton, 주)별로 고유의 경관과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스위스'라는 하나의 국가 브랜드를 완성한 칸톤 네트워크를 참고한 것으로 대구·경북을 6개의 특화된 정원 권역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각 권역은 △고유의 역사성(유교, 해양)△자연 지형(백두대간, 낙동강)△산업 특성(첨단 산단, 경관 농업)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이는 스위스의 '칸톤(Canton)'처럼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가지며 문화, 주민 삶의 질을 기준으로 설계된 6대 전략 권역이다.
◆ 백두중심권역 (문경·상주·의성): 낙동강 농촌 체류 정원
문경, 상주, 의성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끼고 비옥한 토지와 풍요로운 농촌 경관을 공유한다. 핵심은 파편화된 농지를 하나의 거대한 '리버사이드 팜 가든(Riverside Farm Garden)'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농촌을 단순 생산 공간이 아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정원이자 관광·체험 상품이 되는 '경관 농업' 메카로 재탄생시키자는 구상이다.
모델은 프랑스 루아르 계곡(Loire Valley)이다. 진흥원에 따르면 강변에 고성·포도밭·과수원이 어우러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이곳은 연간 330만 명 관광객과 약 4조3천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며, 서비스업이 고용의 66.7%를 차지한다.
이를 벤치마킹해 낙동강 변 상주 곶감·포도 농장, 문경 사과·오미자 밭을 경관 중심 정원으로 재디자인하고, 낙동강과 농수로를 미적 요소가 가미된 '물길 정원'으로 변모시켜 경관 가치를 업그레이드하자는 제안이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은퇴한 후 '수국 치유정원'을 조성 중인 윤세진 농학박사는 17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퇴직금을 털어 일본·네덜란드·중국 품종을 모아 '수국 치유정원'을 조성 중으로 향후 무료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며 "문경·상주·의성 지역에 제법 많은 이들이 개인 정원을 조성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이 정원을 개방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경북의 여러 정원들은 전국적 명소로 거듭날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농산물을 첨단 기술로 가공·변형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만들고, 수확 체험과 정원 투어를 결합시키면 농업 소득 확충은 물론 마을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 정원 상품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게 진흥원의 분석이다.
◆ 새마을산업권역 (구미·김천·칠곡·성주): 산업 정원과 그린 코리더(Corridor)
구미·칠곡 중심 산업 단지의 삭막한 풍경에도 녹색 숨결을 불어넣어 경관 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참고 모델은 독일 루르(Ruhr) 지역 재생 프로젝트다. 이는 폐쇄된 철강소·탄광을 식물원·공원으로 바꿔 지역 재생에 성공한 사례다. 루르 지역은 이를 통해 연간 1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문화·디자인 거점으로 변모했다.
특히 기업들이 많은 새마을산업권역의 특성을 고려해 서울숲 기업 후원 정원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주장도 주목된다. 서울숲은 2005년 개원 이후 기업의 ESG 경영과 공공 녹지 조성을 결합한 '기업 후원 정원' 모델로 성공을 거둔 대표 사례다. 기업이 설계·시공·유지관리 비용을 후원하고, 서울시가 장소와 행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대부분 5년 공동 유지관리 협약을 통해 장기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성수동 서울숲에는 △SM엔터테인먼트 '광야숲'(총 1천282㎡, 자생종 테마 중심)△마켓컬리 '샛별정원'(350㎡, 20종 이상 꽃나무·초화류)△회계법인 숲 '벤치 정원'(10㎡, 휴식 공간 중심) 등 10개 이상의 기업 후원 정원과 벤치 정원이 조성됐다. 그 결과 서울숲은 연간 약 700만 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으면서 인근의 낡은 공장과 창고들이 카페, 팝업스토어로 리모델링되는 등 상권 대전환이 일어났다.
유상오 진흥원 원장은 "현재 성수동은 MZ세대의 성지이자 글로벌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1순위 지역이 되었고, 여기서 발생하는 연간 소비 규모는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지역 방문객 급증이 지역 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고용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구생활권역(경산·영천·청도·고령·군위+대구): 전원생활형 정원
진흥원은 대구와 인접 시·군을 잇는 이 권역을 '도시민의 정원 수요'를 수용하는 거대한 '포켓 가든 네트워크'로 정의한다. 대구와 1~2시간 내외로 연결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도시와 농촌 사이의 자투리 공간·유휴지에 작은 규모의 정원(Pocket Garden)을 곳곳에 조성하고,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거대한 녹색 벨트를 만들자는 것이다.
모델은 영국의 '코츠월드(Cotswolds)'로, 런던 근교 주민들은 정원을 가꾸며 전원 마을을 유지해 연간 2천300만 명 방문객 유치와 지속가능 관광을 실현했다. 이를 대구생활권역에 적용하면 청도 와이너리 농장(와인터널·프로방스 테마, 포도밭 체험)과 산재한 전원 마을을 정원형 체험 허브로 재구성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유 원장은 "청도·경산·고령 등 대구 근교 시·군에는 전원주택·농촌체험마을·소규모 텃밭·카페·체험 농장이 점점 늘고 있다"며 "산재한 전원 마을·체험장을 단순히 개별 명소로 두지 말고, 정원 중심으로 재디자인해 연결해서 '포켓 가든 네트워크'로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포켓 가든 네트워크의 성공 가능성을 영천의 '작약 축제'에서 찾고 있다. 한국약초약초 작목반에 따르면 작약 축제에 연간 5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 방문객 대부분은 대구 시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한 도심을 탈출해 아름다운 경관을 향유하고 싶어 하는 대구 시민들의 수요(자본)가 인근 지역의 넓은 유휴지와 결합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일본 시민농원처럼 대구 시민이 농가의 정원 일부를 분양받거나 공동관리하는 모델이 도입되면 대구 시민의 여가 비용이 경북 농촌의 안정적 소득원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오순환 용인대 관광학과 교수는 17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 인근 지역 유휴지를 시민들이 직접 흙을 만지고 생명을 가꾸는 '살아 있는 정원 학교'이자 휴식처로 재탄생시킨다면 도시민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경관 정원' 자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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