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지 대중매체를 비롯해서 온통 수도권 소식, 중앙 뉴스뿐이다. 반면 지방에서는 정작 본인이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삶터에 관한 소식은 접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가까운 곳의 이야기를 가장 모르고 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수도권 쏠림과 지방 소멸이 가속화되는 상황의 이면에는 '뉴스의 지역 양극화'가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꿋꿋하게 지방을 지켜온 풀뿌리 매체의 존재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다. 1989년 '군민이 주인'이라는 기치 아래 창립된 '옥천신문', 1992년 창간 이래 경산 소식을 심층 취재해 온 '경산신문', 2002년부터 전라도의 사람, 자연, 문화를 담아온 월간지 '전라도닷컴'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 지방 매체는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지금은 오랫동안 지역의 여론을 형성하던 지방 일간지들조차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이제는 지방신문과 풀뿌리 매체를 단순히 시장의 논리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가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고 확산하는 공공재의 관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미디어 바우처법'을 '지방 매체 바우처법'으로 수정한다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시민은 각자 신뢰하는 매체를 구독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모델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 1991년 시작된 잡지 '빅이슈(The Big Issue)'는 좋은 사례다. 노숙인에게 거리에서 잡지를 판매하며 수입을 얻고 자립과 자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모델을 지방 매체에 응용할 수 있다. 지방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나 잡지를 오프라인으로 공급하는 일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사업과 연결할 수 있다. 동시에 지역 콘텐츠를 SNS와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산하는 활동을 청년들의 사회참여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도 있다.
지방 매체의 역할은 단순히 뉴스 보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 사회의 기억을 기록하고, 지역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나아가 다음 세대에게 지역의 DNA를 물려주는 교육 매체이자, 청년들을 지방으로 부르는 손짓이 된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우리 동네의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기록되고, 널리 퍼져나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지방 매체를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다. 오늘도 지방신문을 읽으며, 우리 지역의 '숨은 1인치'를 발견한다. 그곳에 시민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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