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부터 반려동물 출입 합법화
점주들 예방접종 확인 등 준수해야
이동금지 규칙 어길 땐 '영업정지'
식약처 "현장 혼란 최소화하겠다"
식당·카페의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이달 1일부터 합법화된 가운데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카페 점주의 모습. Gemini 생성 이미지
음식점과 카페 등 식품업소의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합법화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대구지역 영업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위생과 안전 관리 규정이 모호하고 행정처분 부담까지 가중돼 점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1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카페·일반음식점의 반려동물(개·고양이) 동반 출입이 합법화됐다.
개정된 시행규칙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영업 신고를 한 식품업소만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허용된다. 현재 대구지역에서 반려동물 동반 출입 업소로 등록을 마친 곳은 모두 15곳이다.
지난 1일 시행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하려는 업소가 준수해야 할 주요 내용.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토대로 Gemini 생성
반려동물 동반 출입 업소로 지정되면 △반려동물 조리장 출입 및 매장 내 이동금지 △반려동물이 다른 고객이나 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충분한 식탁 간격 유지 △반려동물 예방접종 여부 확인 △주방 출입구 칸막이 설치 △영업장 내부 동물 전용 의자나 목줄 고정장치 마련 등의 규정이 적용된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면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문제는 영업장들이 제도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장 내 위생·안전 관리 규정의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추가 시설 비용 부담과 규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우려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업주 대다수는 접객용 식탁 및 통로의 간격 규정을 가늠할 수 없고, 기준치 또한 까다로운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우모(38)씨는 "예전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허용해 왔는데, 이제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온 만큼 위생 기준을 강화하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한다"면서도 "반려동물의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손님들이) 관련 서류를 매번 가지고 다니는 경우는 드물어 걱정된다. 테이블 간격 규정도 충분한 거리의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했다.
지난 2일 대구 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4)씨가 식당 SNS 계정을 통해 반려동물 출입 금지를 안내한 게시글. 인스타그램 캡처
영세업자들의 고민거리도 깊다. 만만치 않은 지출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규정 위반으로 행정처분이라도 받게 되면 막심한 손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대구 동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이달부터 그동안 허용해왔던 반려동물 출입을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주방 출입구 칸막이와 목줄 고정장치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영세업자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욱이 업주 혼자 일하는 소규모 업장은 조리나 결제 과정에서 반려동물이 잠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단속에 걸리면 꼼작없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정미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 연구관은 "점주들의 문의가 많았던 식탁 간격 규정은 과거 규제 샌드박스 과정에서 반려동물 물림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목줄 길이나 반려동물 전용 의자 설치 여부 등 업소 환경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수치를 정하기보다는 현장 여건을 반영해 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잠깐 움직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CCTV 등을 통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현장 점검은 점주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8월 이후 본격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려인의 에티켓이 선행돼야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서은현 대구대 교수(반려동물산업학과)는 "유럽과 일본에선 반려동물 출입 여부를 대부분 업주의 자율에 맡기고, 조리 공간 분리나 목줄 착용 등 기본 수칙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점주에게 일정한 위생 기준과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반려동물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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