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정부 ‘AI로봇 수도 대구’ 공언
‘5극3특’ 일환…AI 3대 강국 도약 전략
대구 로봇 경쟁력 인증, 제조 데이터 저력
“승자 독식 구조…제조 뿌리 지켜야”
지난해 10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대구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일을 움직이는 스마트도시 대구'를 주제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AI로봇 수도 대구 조성안을 이곳 대구에 와서 발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지난해 10월24일 대구 엑스코에서는 어쩌면 대구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지도 모를 역사적 발표가 이뤄졌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타운홀미팅을 위해 대구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K-AI로봇 수도 대구' 조성계획을 보고했다. 배 부총리는 약 7분간 'AI로봇 수도는 왜 대구인가'를 피력했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 화답했다. 대구의 희망사항에 머물던 AI로봇 수도설(說)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약속한 순간이다. 3면에 관련기사
'AI로봇 수도'를 향한 대구의 꿈이 영글고 있다. AI와 함께 4차 산업혁명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산업의 주도권을 쟁취하면서다. '국내 3대 도시' 대구는 1990년대 들어 섬유산업의 호황이 저물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이후 기계·자동차부품 위주의 체질 개선을 꾀했지만, 결국 '하청기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업 주도권을 수도권·동남권에 내줬다. 그런 점에서 2030년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AI로봇 시장은 분명 대구에 전례 없는 기회다.
'AI로봇 수도 대구' 구상은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정부의 '5극3특'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대구 외에도 광주·전북·경남을 지역특화산업 기반 AI 혁신거점으로 선정했지만,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대구의 로봇산업을 채택한 셈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안배에 대구의 로봇산업 경쟁력이 더해진 결과다.
대구는 로봇산업클러스터·한국로봇산업진흥원·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 로봇 관련 굵직한 국가시설이 밀집해 있다. 산업용 로봇 점유율 1위인 HD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한 비수도권 최대 규모인 250여개 로봇기업의 존재감도 크다. 특히 1960년대부터 섬유·차부품 등 중소·중견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제조 데이터는 AI로봇산업 진흥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2024년 기준 대구 로봇산업 매출은 약 8천억원으로, 전국(9조1천억원)의 8.6%에 그친다. 지역경제에서도 로봇 위상은 아직 미미하다. 전체 제조업 매출(34조2천억원)의 2.3% 수준으로 자동차부품(13조1천억원, 38.4%), 기계·장비(5조원, 14.7%), 금속(4조7천억원, 13.8%) 과 차이를 보인다. 기업·종사자 비중도 각각 2.4%, 2.7%에 불과하다. 이에 기술적 연계성이 높은 차부품 기업들의 로봇산업 진출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송규호 대구기계부품연구원장은 "AI로봇산업 시장의 성패는 '올 오아 낫씽(AII or Nothing)'으로 결정된다. 2등이 존재하지 않는 승자독식 구조가 될 것"이라며 "곧 AI가 보편화되는 세상이 온다. 이때 꼭 남아 있어야 하는 건 AI로봇을 적용할 제조현장이다. 제조의 뿌리를 지키면서 나아갈 수 있느냐가 AI로봇 수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설명>
AI로봇=AI와 로봇의 합성어로, AI를 적용한 고도화한 로봇을 통칭한다. 기술적으로는 딥러닝 매커니즘이 적용된 로봇 일반을 일컫는다.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개념과도 동치된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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