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리드엠마취통증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최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투혼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여기에 완연한 봄기운까지 더해지면서 주말마다 야구·골프·축구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고강도 운동에 나설 경우, 예상치 못한 스포츠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하게 운동을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순간의 열정보다 부상 예방과 회복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먼저다.
스포츠 손상의 상당수는 큰 사고보다 근육과 관절의 갑작스러운 움직임, 혹은 반복된 과사용에서 비롯된다.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전력 질주를 하거나 강한 스윙, 무리한 방향 전환을 시도할 경우 근육과 힘줄, 인대는 순간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미세 손상을 입기 쉽다.
초기에는 이를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며칠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가벼운 염증이 주변 조직으로 번지거나 작은 손상이 더 큰 파열로 악화될 수 있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무의식적으로 피하는 과정에서 다른 관절이나 근육에 부담이 쏠리면서 2차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포츠를 오래, 그리고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역시 강도 높은 훈련만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관리와 체계적인 회복 시스템에 있다. 일반인도 운동 전후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지켜도 손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 운동 전에는 몸을 충분히 깨워야 한다. 가벼운 걷기나 조깅으로 체온을 높이고, 관절의 움직임을 넓혀주는 동적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과 인대를 운동에 적응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운동 직후에는 갑자기 멈추기보다 긴장을 풀어주는 정리운동과 함께 폼롤러나 마사지를 활용해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은 피로 누적을 줄이고 다음 운동에서의 부상 가능성도 낮춘다.
운동 중 날카롭거나 평소와 다른 통증이 느껴졌다면 즉시 멈추는 것이 원칙이다. 참고 버티는 것이 결코 근성이 아니다. 오히려 통증을 무시한 채 운동을 이어가는 행동이 부상을 키우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손상 직후에는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적절한 처치가 중요하고, 이후에는 굳어 있는 조직의 움직임을 회복시키고 약해진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 같은 단계적 재활 없이 성급하게 운동에 복귀하면 같은 부위의 재손상은 물론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근골격계 손상은 한 번 악화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통증의 크기보다 시점이다. 통증이 심해진 뒤가 아니라, 몸이 보내는 초기 신호를 알아차렸을 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다.
스포츠는 삶에 활력을 더하는 좋은 습관이지만, 몸의 준비와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즐거움보다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운동 전 예방, 운동 후 관리, 그리고 필요할 때 적절한 진료와 재활을 받는 것이 건강한 스포츠 생활의 출발점이다. 국가대표처럼 몸을 관리할 때, 스포츠는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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