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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연기 치솟자 시민들 뛰쳐나왔다”…대구도시철도 진천역 화재 현장

2026-03-23 18:19

“테러 난 줄”…진천역 화재에 승객들 급히 대피
경찰·소방 통제 속 역사인근 한동안 어수선
열차 상·하행 무정차 통과에 불편도

23일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에서 화재감식 경찰관들이 환기실 화재 현장 조사를 위해 역사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불은 환기실 내 냉각탑 절단 작업 중 튄 불꽃이 플라스틱 충전재로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단됐던 열차 운행은 약 3시간 만인 오후 3시 10분께 재개됐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3일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에서 화재감식 경찰관들이 환기실 화재 현장 조사를 위해 역사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불은 환기실 내 냉각탑 절단 작업 중 튄 불꽃이 플라스틱 충전재로 옮겨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단됐던 열차 운행은 약 3시간 만인 오후 3시 10분께 재개됐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3일 오후 12시5분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지하철역에서 연기가 뿌옇게 올라온다"는 신고가 동시다발로 접수됐다. 불이 난 장소는 다름 아닌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현장에 도착한 대구소방은 차량 32대와 인원 85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1시22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불은 이날 오전 11시56분쯤 진천역 지하 1층 환기실에서 발생했다. 환기실 냉각탑 철거(절단) 작업을 하던 중 내장재에 불꽃이 튀면서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 안전 확보와 혼란 방지를 위해 소방뿐만 아니라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에서도 직원들이 긴급 출동해 현장 수습에 나섰다.


23일 낮 11시56분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지하1층 환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현장 감식 중인 모습. 구경모기자

23일 낮 11시56분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지하1층 환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현장 감식 중인 모습. 구경모기자

취재진이 찾은 진천역 일대는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20분쯤 연기가 집중적으로 퍼진 2·3번 출입구 앞에는 소방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경찰관과 소방대원들은 역사 안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접근을 통제했다. 출입구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걸음을 늦춘 채 연기가 빠져나오는 방향을 바라보기 일쑤였다. "무슨 일이냐" 물으며, 걱정 어린 목소리를 내뱉는 이도 많았다. 대구시민들에게 '지하철'과 '불'이 맞붙는 상황은 끔찍한 기억을 떠오르게 해서다.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1호선 중앙로역에서는 192명(186명 사망)이 죽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한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진천역 인근 카페 점원 김경란(여·50대)씨는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밖을 내다봤는데, 연기가 엄청 많이 치솟거나 역사 전체를 뒤덮는 정도는 아니었다. 연기가 환풍기와 출입구 쪽에서 새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며 "대구 사람들은 '지하철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나. 불도 금방 잡히고 부상자가 없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연기가 적게 발생한 1·4번 출입구는 역에서 뛰쳐나온 시민들이 몰려 있었다. 놀란 표정으로 숨을 고르고 있던 시민 김모(여·40대)씨는 "갑자기 사람들이 도망치듯 나오길래 테러라도 발생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덩달아 바깥으로 마구 뛰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건너편 출입구 주변으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서 불이 나 열차가 무정차 통과 중이라는 대구시 안전 안내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급히 휴대전화를 켜고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었다. 알림을 받은 순간 점심 식사 중이던 직장인 박모(50대)씨는 "이제 불이라면 지긋지긋한데, 심지어 지하철에서 불이 났다고 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참사의 악몽이 떠올라 제발 큰일 없이 지나가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누리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지역 맘카페엔 "진천역에 불이 났다더라. 사람들이 무사한지 걱정이다" "대전 공장 화재로 인명피해가 있었는데, 대형사고로 이어질까 두렵다"는 등의 글이 게시됐다.


화재가 발생한 23일 오후 1시20분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출입구에 설치된 출입통제선 안쪽으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구경모기자

화재가 발생한 23일 오후 1시20분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출입구에 설치된 출입통제선 안쪽으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구경모기자

다행히 지하철 승객이 몰린 시간대가 아니었기에 화재에 따른 부수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진천역 역무원은 "당시 현장이 출퇴근 시간처럼 이용객이 집중되는 시간대는 아니었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하 역사나 설비실처럼 환기와 구조가 제한된 공간에선 작은 연소가 시민들에게 훨씬 위협적으로 체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56분쯤 진천역 지하 1층 환기실에서 발생한 불이 냉각탑 철거 작업을 하던 중 내장재에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서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PVC 계열 난연 충진재는 불길 자체보다 연기가 크게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실제 화재 규모보다 상황이 더 커 보일 수 있다"며 "이번 진천역 사례도 큰 화염 확산보다는 (철거)절단 작업 중 튄 불꽃이 냉각탑 내부 충진재에 닿으면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냉각탑 충진재는 열이 넓은 면적에 닿도록 해 냉각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데, 밀폐되거나 설비가 복잡한 공간에서 작업 불꽃이 가연성 요소에 직접 닿으면 연기와 연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작업 전 방화포 설치나 비산 불꽃 차단 같은 기본 안전조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번 사고 발생 당시 안전수칙 준수 및 관리·감독의 적절성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진천역 지하철 화재사건과 관련해 화재 발생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책임 규명을 지시했다. 김 권한대행은 "지하철 내 시설 및 설비 공사 시 재발방지 대책을 즉시 마련해 시행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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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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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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