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4년마다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트럼프의 희망과는 달리 베네수엘라가 우승했다.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한 가운데 벌어진 이번 결승전은 '마두로 더비'로까지 불렸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가 준결승에서 이기자 '미국의 51번째 주는 어떤가?'라며 놀리더니, 미국마저 이겨버리자 '승격 확정!'이라고 약을 올렸다.
'야구의 나라' 최강 미국을 이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160km 이상으로 던지고, 1억 불 이상을 받는 선수들과 타격, 수비 등 야구의 묘미들을 팬들은 마음껏 즐겼고 환호했다. 우리나라도 8강까지 갔다.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파워, 기술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고, 세계 정상과의 차이를 절감했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쿠바 등 남미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은 오랜 세월 미국이 현지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결과이다. 그 역사는 무려 30~4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언제나 최고를 요구하는 야구 팬들과 엄청난 중계로 등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끝없이 성장한 그들은 현지에 야구장을 짓고 선수들을 육성한다.
이처럼 멀리 보는 미국야구가 부럽긴 하다. 30년 전 LA다저스 연수 시절 필자는 일본 프로야구 세이브 라이온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히로오카 타츠로 감독을 다저스 타운에서 만났다. 그때 일본은 겨우 2군을 갖추고 있었고, 한국은 2군도 부족할 때였다. 히로오카 감독은 "미국야구를 이기고 싶지만 이길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시절에도 미국은 각 구단마다 루키, A, AA, AAA 등 100명에 달하는 마이너 리그 선수들을 데리고 있었다. 물론, 그중 3분의 1은 남미 선수였다. 마이너가 메이저가 되기에는 성경 말씀처럼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로 힘들다. 넓은 대지에 6, 7개의 연습구장과 캠프장 그리고 실내구장이 있으니 땅이 좁은 우리는 상상도 할 수가 없다.
일본 최고의 유격수로 자이언츠의 V9을 이끌었고, 나와서는 야쿠르트와 세이브 라이온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전설의 히로오카 감독은 자신을 픽션화해서 만든 일본 최고 인기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조금씩 따라갈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프로야구 개막이 다음주로 다가왔다. 감독, 코치, 선수, 구단 모두 허니문 시간을 끝내고, 길고 먼 페넌트 레이스에 나선다. 마라톤은 비교도 안 된다. 참으로 길고 힘든 레이스다. 팬들은 환호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야구장을 찾는다. 분명한 사실은 팬 덕분에 야구가 있다는 것, 그래서 이제 팬 여러분의 시간이다.
원태인 선수의 부상 등 좋지 않은 소식도 들리지만, 박진만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은 대비를 잘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 주말에도 볼파크는 만원이었다. 삼성라이온즈 야구팬들의 사랑은 확인되었다. 이제는 오직 라팍으로 달려가 선수들의 완성된 몸놀림과 발전된 실력을 즐길 시간이다. 선수들의 가슴에는 삼성라이온즈 마크와 대구라는 표식이 달려 있다. 이름은 등 뒤에 있다. 팀을 앞세워 자신을 빛내자. 눈물겨운 염원으로 삼성라이온즈의 2026년 우승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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