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욱 대구회생법원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대 대구회생법원장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경북지역 도산 사건(회생·파산)을 전담할 '대구회생법원(독립법원)'이 올해 3월1일(3월3일 개원식) 문을 열었다. 지역 내 개인회생·파산 및 법인회생·파산 사건의 접수부터 개시 결정, 변제계획인가 여부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신속성과 전문성을 더할 도산 사건 전문 법원이 새로 출범한 것이다.
대구회생법원을 이끌 첫 수장은 심현욱(53·사법연수원 29기) 전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 그의 양 어깨에 짊어진 책임은 무겁다. 도산 사건이 급증하는 지역 특성상 회생·파산 제도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벼랑 끝에 몰린 개인·기업 채무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마지막 '소통창구'로 여겨져서다. 특히, 신속한 일상 복귀를 위한 '골든타임' 확보가 경제적 생존과 직결되는 탓에 사법 테두리 속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심현욱 초대 대구회생법원장은 "도산 제도는 실패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게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기업과 시민들의 회복과 재출발을 뒷받침하는 소중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그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질서 있게 정리하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느냐에 있다. 대구회생법원은 복잡한 도산 절차 앞에서 더 이상 혼란이나 두려움이 없도록 명료하고 공정한 기준을 확립해 신속한 절차 진행과 친절한 안내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 법원장과의 일문일답.
◆초대 대구회생법원장으로 취임했다.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면
"법관으로 24년간 근무하면서 유독 행정업무와 도산업무를 담당할 기회가 많았다. 다년간의 행정 경험과 도산 재판 경험이 이번 초대 대구회생법원장 발탁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누구보다 도산 재판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만큼, 임기 2년간 대구회생법원의 업무 처리 속도나 재판 수준이 부산·서울회생법원 규모까지 도달하거나 더 능가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기여하겠다. 궁극적인 목표로는 사건 처리 신속화와 사법 서비스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계획이다. 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실무 기준을 정착시키겠다.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대구·경북 경제 현실을 깊이 이해하는 법원으로도 발돋움하겠다."
◆몸소 체감한 '도산 사건' 재판의 순기능이 있는지
"도산 재판을 하다 보면 사건 기록의 행간 너머로 다양한 삶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올 수 있어서다. 그간 처리한 사례들을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채무를 꼭 '방만함'의 결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개인 파산·회생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질병, 사고, 경기침체, 가족 부양, 사업 실패 등 복합적 사정의 결과인 경우가 적지 않다. 도산 재판을 통해 개인 모두가 가정의 회복,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물론, 기업 사건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회생계획안을 도출해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기반해 사업을 유지하면서 고용과 거래망을 지켜나가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도산전문법관으로서 회생에 성공한 기업의 근로자와 가족, 거래처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지난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린 대구회생법원 개원식에서 심현욱 대구회생법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회생·파산 사건에 대해 어떤 주안점을 두고 있는가
"개인과 기업의 재기 지원을 위해 신속성, 투명성, 균형성이라는 대원칙을 지켜 나가려 한다. 기업 도산절차는 무엇보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기업회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해 자금과 영업, 인력 및 채무 구조를 속도감 있게 재편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 도산절차는 예측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시민들은 이미 삶의 기반이 붕괴돼 심리적·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가 아니라, 재기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명료한 기준과 신속한 결정이다. 이밖에 채권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이는 엄격한 법리와 객관적인 재무·영업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원만히 조율되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변제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대구회생법원 재판부의 실무상 주요 쟁점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우리 회생법원이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게 재기를 준비하는 모든 대구시민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재판부의 재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생·파산 재판부는 충실한 자료를 통한 집중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고,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 나가야 한다. 어느 한 쪽의 희생을 통해 다른 한 쪽을 살리는 게 아닌, 엄격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를 통한 사법적 균형을 실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무적으로는 기업 가치와 청산 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 채권자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한 공정한 변제안 설계, 그리고 채무자의 재산 및 소득(내지 영업이익)에 대한 충분한 검증 등이 주요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채무 이행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등 도산 절차를 악용한 남용 행위를 철저히 방지하는 것도 재판부의 책무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현 체제에서 필요한 점이나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짚어달라
"현 대구회생법원 체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개원 초기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3개 원칙에 의거해 조직을 정비해 나가려 한다. 첫째, '사건 프로세스 전 과정 재정립'이다. 도산 사건은 접수부터 배당과 심리, 인가 후 사후 관리까지의 절차가 복잡하다. 여러 관계인의 이해가 다양하게 얽혀 있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대구·경북의 지역적 현실을 반영한 실무 준칙을 적용시키고자 한다. 구체적으론 접수 단계에서 제출해야 할 필수 서류 항목을 최대한 명확히 정리하고, 보정명령 양식을 통일적으로 정비함으로써 절차 지연을 최소화하는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접수 이후 면담이나 심문 절차, 청산 가치에 산입할 재산 항목의 산정 기준, 변제계획안에 담겨야 할 요건 등 핵심적인 실무 기준을 우리 법원의 실정에 맞게 구체적으로 확립할 계획이다. 둘째는 '민원·안내 체계 혁신을 통한 사법 접근성 강화'다. 도산 절차는 일반 시민들에게 복잡하고 생소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높고 차가운 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문턱을 낮춰 시민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법원을 찾는 당사자들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몰라 방황하거나,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해 귀중한 재기의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유관기관과의 대외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다. 도산 절차의 성공적인 안착은 법원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이에 지역 금융기관, 유관 공공기관, 법조계, 회계 및 구조조정 전문가 집단과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공고히 구축하고자 한다. 민·관·법 협력 거버넌스가 견고해질수록 사건 처리의 전문성과 질적 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향후 간담회나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 내 주요 금융권 및 공공기관과 정책 공조를 도모하고, 법조계와 회계·구조조정 전문가 그룹의 현장 목소리를 수렴할 예정이다."
이동현(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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