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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기후재난 보고서②]소나무 씨 마르는 대구·경북…기온 상승에 ‘재선충’이 남긴 ‘붉은 죽음’

2026-07-09 20:43

기온 상승에 재선충 매개충 출현 빨라져
대구·경북 감염목 205만 그루, 전국 피해 절반 집중
고사목 산불 위험 키워…“기후 맞는 숲 구조 전환해야”

지난 3월 경북 고령군 다산면 일대 야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집단 발생지에 대한 수종전환 방제가 진행되며 소나무류가 벌채된 산 능선이 민둥산처럼 드러나고 있다. 영남일보DB

지난 3월 경북 고령군 다산면 일대 야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 집단 발생지에 대한 수종전환 방제가 진행되며 소나무류가 벌채된 산 능선이 민둥산처럼 드러나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경북 산림 지도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병해충 활동이 빨라지면서 푸르던 소나무 숲이 붉게 타들어 가고 있는 것. 병해충 확산으로 말라 죽은 '고사목'이 자칫 대형 산불의 '불쏘시개'로 돌변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영남일보는 '대구·경북 기후재난 보고서' 그 두 번째 순서로, 기후변화와 병해충, 산불 위험이 맞물리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 대구·경북 소나무 숲의 현실을 집중 조명해본다.



말라 죽은 소나무로 뒤덮인 대구 경북 산림

지난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 산 62번지 일대 소나무 군락지에서 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소나무들이 붉게 말라 있다.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지난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 산 62번지 일대 소나무 군락지에서 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소나무들이 붉게 말라 있다.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지난 1일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석병리 산 62번지 일대. 산 진입로에 들어서자 붉게 물든 소나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보면 단풍이 든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잎과 가지가 말라붙은 고사목이었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솔잎이 흔들렸고, 발밑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벌목된 나무와 잘려나간 밑동이 곳곳에 드러났다. 군데군데 소나무가 빠져나간 자리는 휑하게 비어 있었다. 살아 있는 나무 사이로 붉게 말라 죽은 소나무가 뒤섞였고, 일부 고사목은 산비탈에 쓰러진 채 남아 있었다. 모두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다.


현재 포항의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포항시가 발표한 '2025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본설계 최종보고서'를 보면, 포항지역 소나무림의 31.3%가 이미 완전 고사 상태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고사목은 약 397만그루였고, 올해 3월엔 약 481만그루(추정치)에 육박했다.


재선충 피해는 경북 동남부, 대구권까지 뻗어가고 있다. '소나무의 병'이 일부 산림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 전역의 산림 지도를 바꾸는 재난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7일 방문한 청도 산림 현장도 앞서 찾은 포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때 '푸른 숲 뷰'로 알려졌던 한 카페 주변에는 붉게 고사한 소나무들이 산비탈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카페 창밖으로 보이는 산은 여전히 숲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아 있는 나무와 죽은 나무가 뒤섞여 있었다. 청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예슬(여·52)씨는 "예전엔 산에 오르면 솔향이 먼저 났는데 요즘은 마른 나무가 부서지는 느낌이 더 크다"며 "봄철 바람이 세게 불 때는 혹시 불이라도 날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재선충병의 흔적은 쉽게 확인됐다. 지난 7일 찾은 대구 동구 도동 향산 산길 주변에는 방제를 위해 베어낸 소나무 밑동이 즐비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자 붉게 마른 나무들이 눈에 띄었고, 일부 고사목은 산비탈에 쓰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손으로 마른 가지를 꺾자 수분기 없이 쉽게 부러졌다. 향산 근처에서 밭일을 하던 손병국(62)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붉은 나무가 많지는 않았다"며 "죽은 나무가 산에 그대로 있으면 보기에도 흉하지만, 불이 나면 더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봄마다 바람이 세게 부는데 산에 마른 나무가 많아지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악화일로 재선충 '기후재난 악순환'

지난달 7일 경북 청도의 한 산림 인근 카페 주변 소나무들이 재선충병 피해로 붉게 고사해 있다.구경모기자kk0906@yeongnam.com

지난달 7일 경북 청도의 한 산림 인근 카페 주변 소나무들이 재선충병 피해로 붉게 고사해 있다.구경모기자kk0906@yeongnam.com

재선충병 확산 배경엔 기후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매개충의 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봄철 활동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을 통해 퍼진다. 매개충이 소나무 새순을 갉아먹는 과정에서 재선충이 나무 안으로 들어가고, 감염된 소나무는 수분 이동 통로가 막혀 빠르면 수개월 안에 말라 죽는다.


실제 매개충 활동 시기는 예년보다 빨라졌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재선충병 매개충의 성충 출현 시점을 조사한 결과, 2019년 당시 '5월11일'에서 지난해 '5월2일'로 7년 만에 약 9일 빨라졌다. 이에 영향을 미친 기온 상승도 가파른 편이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대구·경북의 연평균기온은 13.1℃로 평년보다 0.5℃ 높았다. 특히 매개충 활동이 본격화되는 봄철과 맞물린 3월 평균기온은 7.9℃로 평년보다 1.5℃ 올랐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도 악화일로다. 산림청의 '최근 5년(2021~2025년)간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전국 감염목은 413만7천320그루로 집계됐다. 이 중 경북은 186만5천147그루, 대구는 18만6천733그루로 대구·경북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205만1천880그루가 발생했다. 전국 피해목의 49.6%다. 피해 강도도 높다. 2025년 기준 피해 정도가 가장 심각한 '극심' 지역 6곳 가운데 경북 포항·경주·안동 등 3곳이 포함됐다.


이처럼 재선충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지자체 차원의 방제 방식도 바뀌고 있는 추세다. 경북도 이명재 산림병해충팀장은 "기후변화로 재선충병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현장 대응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원천 방제가 원칙이지만 피해가 광역화되면서 예찰, 벌채, 운반, 파쇄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한계치에 도달해 재선충 확산을 최대한 늦추고 차단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은 소나무가 혹시 모를 '산불 연료'로

대구 동구 도동 향산에서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베어낸 소나무 밑동과 고사목.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대구 동구 도동 향산에서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베어낸 소나무 밑동과 고사목. 구경모기자 kk0906@yeongnam.com

재선충병 확산으로 죽은 '소나무'가 산림 안에 위험 요소로 남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 속에 불에 잘 타는 천연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서다. 재선충 피해목은 수분을 잃은 채 고사목으로 쌓인다. 마른 줄기와 가지, 솔잎은 산림 안의 연료량을 늘려 산불 확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산불로 훼손된 숲은 다시 병해충과 건조화에 취약한 공간으로 남는다. 재선충 피해와 산불 위험이 서로 맞물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보건대 백찬수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재선충병 피해목이 '산불 원인'이 될 수 없지만, 말라 죽은 나무가 숲 안에 쌓이면 자칫 '산불 연료'가 될 수 있다. 재선충병으로 수분을 잃은 고사목은 불이 붙기 쉽고, 마른 솔잎과 잔가지는 산불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기후변화로 건조한 날과 강풍이 겹치는 시기가 잦아지는 만큼 산불 예방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산림 생태계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변화한 기후 적응 메커니즘을 고려해 숲의 종 다양성과 수종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생태적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영남대 박선주 교수(생명과학과)는 "과거 소나무 숲을 그대로 복원하겠다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이미 아열대화가 진행 중인 기후 환경에서 소나무 숲을 되살리는 건 생태학적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된다"며 "기온 상승에 따른 재선충 확산과 재선충으로 생긴 고사목이 다시 산불 위험을 높이는 기후재난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숲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각종 기후 재해에 강한 대체 수종을 도입해 숲의 구조적 대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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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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