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탑 철거 중 플라즈마 절단기 고온에 난연 충진재 녹아 발생
대구교통공사, “유사 작업 시 가연물 선제 제거 공정으로 변경”
23일 낮 11시56분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 지하1층 환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현장 감식 중인 모습. 영남일보DB
대구도시철도 1호선 진천역에서 발생한 사고는 고온의 플라즈마가 내부 충진재를 녹이며 일어난 '연기 사고'로 잠정 확인됐다.
도시철도 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교통공사는 향후 유사 작업 시 내부 가연물을 먼저 제거하는 방식으로 공정을 변경해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2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 대구교통공사 등은 이번 사고가 플라즈마 절단기를 활용해 냉각탑 철거 작업을 하던 중 내부 난연성 PVC 충진재가 녹으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충진재가 고온에 녹으며 연기가 발생한 상황이라는 것. 실제 사고 현장에서 녹아내린 충진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구교통공사 시설환경처 직원은 "난연제는 불꽃이 잘 붙지 않지만, 대신 열에 약해 녹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막고자 향후 유사 작업 시 겉의 철판을 절삭기로 물리적으로 제거한 뒤 내부 난연제를 꺼내고, 그 다음에 플라즈마 절단기로 잔여 작업을 수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에서 확인할 수 있듯 '난연제'는 치명적 맹점을 지니고 있다. 난연성 PVC(폴리염화비닐) 충진재의 경우 화염 전파를 막아주지만, 고온으로 열분해될 경우 염화수소(HCl) 등 맹독성 가스를 다량 방출한다. 실제 진천역 내부에는 유독가스를 동반한 연기가 가득 차면서, 대구교통공사는 약 3시간 동안 열차 무정차 통과 조치를 내렸다. 무정차 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도 역사 내부에는 한동안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유독가스의 위험성은 대구 시민들에게 뼈아픈 기억이다. 192명의 희생자를 낸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도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화상이 아닌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이었다. 참사 이후 전동차와 역사의 내장재는 불연·난연 소재로 전면 교체됐지만, 이번 사고는 보이지 않는 기계 설비의 난연재가 고온에 노출될 경우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역사 내 자체 배연 시설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취재 결과 공사는 사고 직후 환기 시설을 '배기 모드'로 전환해 대응했다. 그러나 결국 대구소방안전본부에서 별도의 배연 장비를 투입해 작업을 벌인 뒤에야 상황이 일단락됐다. 연기를 빼내는 데에만 무려 3시간8분이 소요되면서, 과연 현재의 지하 역사 배연 설비가 화재나 유독가스 발생 시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지하철과 같은 밀폐 공간은 연기가 갇힐 위험이 큰 만큼 제연설비와 스프링클러 등 기본 안전설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진천역 등 1호선 역사들이 대부분 개통 30년이 넘은 노후시설이다. 현재 기준에 비춰 설비 용량과 성능이 충분한지 다시 살펴보고, 미흡한 부분은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시웅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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