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324029212943

영남일보TV

  •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점검요원 3명 모두 ‘참변’
  •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

[동네뉴스] AI시대, 180년 고택 지키는 종손·종부의 삶

2026-03-24 15:52

경북 봉화 기헌고택(起軒古宅) 강석우·정영림씨 부부

게스터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사랑채 앞에 앉아 있는 종부 정영림씨. 문순덕 시민기자

게스터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사랑채 앞에 앉아 있는 종부 정영림씨. 문순덕 시민기자

태백산과 청량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경북 봉화 버제이마을에 180여 년 된 기헌고택(起軒古宅)이 있다. 세월의 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기헌고택은 영남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상류 주택 구조를 잘 보여준다.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기헌고택은 단순한 보존을 넘어 사람들과 호흡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중심에 진주 강씨 박사공파 27대 종손 강석우(69)씨와 종부 정영림(68)씨 부부가 있다. 박사공파 선조는 경기도 파주에서 1700년대~1800년대에 이곳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여러 채의 집이 완성되기까지 30~40년에 걸쳐 지었고, 187년 전에 완성된 집이라고 하였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종손 강석우씨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결혼하면서 서울에서 지냈다. 해외 생활을 20년 하고 돌아와 10년째 고택을 지키고 있다.


종부 정영림씨가 안채에서 기헌고택에 내려오게된 사연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종부 정영림씨가 안채에서 기헌고택에 내려오게된 사연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

AI시대를 맞아 종손과 종부가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기헌고택을 지키고 살아가는 종손과 종부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맞아 주었다.


대문을 들어서니 넓은 마당에 사랑채가 있었고, 뒤로 돌아가니 안채와 별채가 있었다. 사랑채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었다. 안채로 들어서니 다식과 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종부 정씨는 개량 한복차림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기헌고택에 얽힌 가문의 역사와 윗대 조상들의 정신, 과거급제한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기헌고택은 그동안 98세 시어머니가 관리하시다가 4년 전 돌아가셨는데, 종부는 젊었을 땐 고택을 지키면서 산다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10년 전 정씨가 혼자 봉화에 내려와 생활했는데 밤엔 무서워서 잠을 설쳐서 늦잠을 자 아침 일찍 대문을 열어놓지 않아서 동네 어르신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와 차를 채취하려고 산으로 갈 때 거리가 멀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활보해 어르신들의 눈에 거슬린 일 등 도시와는 다른 이곳만이 지키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헌고택은 추석엔 산소 가서 제사를 지내고, 3년 전부터 매년 5월 마지막 주(토·일)에 할아버지 아랫대 8형제 후손들이 이곳에 모여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도시에 살던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기에 축제처럼 대량으로 비빔밥을 비벼 나누어 먹으면서, 하루를 즐긴다고 했다. 종부는 이날 모이는 가족이 많게는 120여 명, 작게는 60여 명이 모인다고 했다.


강석우씨는 "올해 종가, 종택 활용방안 사업 공모에서 전국에서 두 곳이 선정되었는데 기헌고택이 선정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골에는 좋은 하드웨어는 많은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예와 한시를 공부한 종손과 종부는 기헌고택을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종손 강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양반은 급제만 많이 한다고 양반이 아니다. 봉사와 학식 등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고 훈육을 했다고 한다. 세상이 빠르게 바뀌어도 우리 고유의 전통은 지키고 살아가는 종손과 종부를 본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고택의 대문을 나섰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