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한부모복지시설 ‘달팽이 드림하우스’ 준공
국비·지방비에 시민 후원금 더해진 결실
우즈베키스탄 싱글맘 A씨가 쓴 손편지<박용기 기자>
진오 스님(왼쪽)과 달팽이 드림하우스 준공식 모습<박용기 기자>
"저는 부모님을 너무 일찍 여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실 '아버지'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진오 스님을 만나고 난 후 한 가정의 대장인 아버지가 있다면 저희에게는 스님께서 아버지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5일 오전, 경북 구미시 지산동에 새롭게 문을 연 한부모 가족복지시설 '달팽이 드림하우스' 준공식 현장은 한 이주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 손글씨 편지 한 통에 숙연해졌다. 그녀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두 딸을 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서른 살 엄마 A씨다.
A씨가 우즈베키스탄을 떠나 처음 터전을 잡았던 곳은 강원도 양구였다. 2021년 그곳에 정착해 단란한 가정을 꿈꿨으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남편의 폭력이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매일 공포에 떨어야 했던 A씨는 1년이 조금 지난 2022년 중반, 두 딸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연고 없는 이주여성에게 서울에서의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던 그 해 겨울,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그녀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향한 곳이 구미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단법인 '꿈을이루는사람들'을 이끄는 진오 스님을 만났다. 그녀는 우선 꿈을이루는사람들에서 운영하는 가정폭력 보호시설(쉼터)에 머물며 힘든 이혼소송 과정을 견뎌냈다. 마침내 2023년 말 모든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그녀는 당시 '달팽이 모자원' 식구가 됐다. 이곳 입주민 대다수는 A씨와 같은 아픔을 겪은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정부의 '2024년 다문화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이혼 건수는 7천992건에 달하며 이 중 절반 가까이(49.9%)가 외국인 아내와의 이혼이다. 이들에게 모자원과 같은 보호시설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생존을 위한 울타리인 셈이다. 하지만, 이주여성을 품어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운영 중인 한부모 가족복지시설(모자원 등)은 8곳에 불과하며, 상당수가 노후화된 공동생활 형태다.
이런 면에서 '달팽이 드림하우스'의 건립과정은 지역사회 민관협력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총 사업비 23억3천만원 중 국비와 지방비 등 공공예산과 함께 160여명의 시민과 지역단체가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태 기존 5세대 주택을 10세대 신축건물로 확장했다. 진오 스님은 준공식에서 국비 마련에 노력해준 구자근 국회의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진오 스님은 "달팽이가 자신의 집을 지고 천천히 하지만 끝까지 가는 것처럼, 모자원 가족들도 이곳에서 희망을 꿈꾸며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한편 구미지역 한부모가족 세대는 1천904세대 4천842명으로 이 중 80.8%인 1천538세대(3천919명)가 모자가족이다. 청소년 모자가족도 14세대 28명이 있다. 또한 전체 한부모가족 중 82.2%인 1천566세대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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