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인일자리 연계 '건강돌봄단'출범
대상자 집 방문해 안부확인·복약 점검
제도 안정적 안착 위해 인력확충 목소리
재택의료 구군당 1~2곳 "확충 나서야"
전국 광역·기초지자체들이 지역 내 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와 요양, 일상 돌봄을 통합 제공하는 '통합돌봄' 제도를 27일부터 전격 시행한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지역 중심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통해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통합돌봄' 시행 하루 전,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대구지역 돌봄 현장을 직접 찾아 운영 상황을 미리 살펴보고 개선책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홀로사는 어르신 매주 찾아가 안부 확인
26일 건강돌봄단 신춘자(맨왼쪽)씨와 이성희(맨오른쪽)씨가 황칠선(90)어르신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묻고 있다. 조윤화 기자
26일 건강돌봄단 신춘자(맨왼쪽)씨와 이성희(맨오른쪽)씨가 황칠선(90)어르신 집을 방문해 황 어르신의 복약 여부 점검을 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26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의 한 반지하 주택 대문 앞. 반찬이 담긴 봉투를 든 이성희(여·65)씨와 신춘자(여·73)씨가 "어르신 계십니까"라고 부르며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황칠선(여·90) 어르신이 두 사람을 환한 미소로 맞았다.
이씨와 신씨는 지난달 4일 대구시가 통합돌봄 제도 시행의 일환으로 출범한 '건강돌봄단'에 속한 요양보호사다. 현재 중구지역 건강돌봄단원으로 배정된 상태며, 이달 27일부터 지역 내 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
제도 시행에 앞서 이들이 황 어르신 자택을 방문한 이유는 간단하다. 통합돌봄 제도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이달 초부터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다. 이달 첫째 주 목요일을 시작으로, 황 어르신 자택을 방문한 것은 벌써 네 번째. 황 어르신의 식사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복약 여부를 점검하는 업무는 어느새 그들의 일상이 됐다.
이날 이씨 등은 가져온 반찬을 황 어르신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며,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황 어르신과 일주일 사이 있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며 여담을 즐겼다. 그러다 "계속 누워 있었더니 머리가 아프다"는 황 어르신의 갑작스런 말에, 신씨는 "요즘 날씨도 따뜻하고 볕도 좋으니까 밖에 나가 앉아 있어도 좋다"며 다정한 잔소리를 건넸다.
그 사이 이씨는 황 어르신의 약 바구니를 꺼내 들었다. 아침 약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해서다. 이씨는 '아침 식사 챙기고. 약 꼭 챙겨 드셔라'는 당부의 말을 메모지에 적은 뒤, 황 어르신에게도 직접 복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렇게 돌봄 업무를 끝낸 이씨와 신씨는 황 어르신 자택을 떠났다. 그때, 황 어르신이 취재진에게 "이렇게 찾아와 주니 고맙고 너무 좋다.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는 말을 건넸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의 보살핌 덕분에 자신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씨는 "건강돌봄단은 매일 3~5가구를 2인 1조로 방문한다. 건강돌봄단 활동을 시작한 지 4주차 밖에 안 됐지만, 어르신들과 벌써 정이 들었다"며 "대부분 홀로 지내다 보니 집에 가면 커피부터 내주고, 조금이라도 더 머물다 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신씨 또한 "이 집 저 집 다니느라 많이 걸을 때는 하루 1만 보 정도 걷는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어르신이 반겨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전담인력 업무 과중, 재택의료 인프라 확충도 과제
시도별 재택의료 지정 현황.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Gemini 생성
'통합돌봄' 제도 시행 초기 풀어야 할 숙제로는 지자체별 돌봄 인력 부족과 의료·복지 인프라 격차 등이 꼽힌다.
현 대구지역 통합돌봄 체계는 대구시가 정책 수립과 예산 배분 등을 맡는다. 구·군청이 돌봄 신청 접수부터 서비스 연계, 모니터링, 종결까지 전 과정을 총괄 운영한다.
현재 대구 각 구·군청 통합돌봄 공무원 인력 규모는 총 200여명. 지역 내 통합돌봄 대상자인 약 14만명을 관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시가 올 하반기 복지·간호·보건직 공무원 등 약 150명의 돌봄 인력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지만, 올해는 적은 인력을 가지고 통합돌봄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초단체 통합돌봄팀 직원은 "직원 휴직 등으로 인력이 부족해 당초 계획보다 1명 적게 배치된 상태"라며 "소수 인원이 대상자 발굴부터 관계기관 업무협약 체결, 홍보까지 맡고 있어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초지자체 통합돌봄팀 팀장도 "사전 준비 단계부터 연일 초과근무가 반복되면서 업무 부담과 압박감이 상당하다"며 "구청뿐 아니라 동 행정복지센터 전담 인력들 역시 업무 과중이 상당하다"고 했다.
통합돌봄의 핵심축으로 꼽히는 재택의료서비스의 구조적 기반을 견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택의료센터는 지자체가 지역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은 뒤, 건강보험공단 지정을 통해 운영되는 방문 의료 거점이다. 의료진이 통합돌봄 대상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의료 업무를 전담한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현재 대구 각 구·군청은 1~2개 의료기관과 재택의료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대구보다 인구가 적은 광주가 5개 구청에서 총 12곳의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해 평균 2.4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평균 1.4개에 그친다"며 "자칫, 수적 부족으로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돌봄 불평 등이 우려된다. 보건의료 질 보장을 위해 운영 내실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구와 재택의료센터 업무협약을 체결한 위드의원 장호상 대표는 "방문 진료 대상자는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한 가정당 최소 1시간가량이 소요돼 외래 진료와 병행하기 어려운 시간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방대한 서류 작업과 낮은 방문진료 수가 보상도 의료기관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현재는 통합돌봄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일부 의료기관만 참여하는 구조인데 참여 기관 확대를 위해 방문진료 수가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도 안정적 안착 위해 재정 확대·민관협치해야"
강상훈 대구보건대 교수(사회복지학과).
현재 '통합돌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대구대 강상훈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돌봄의 권리를 보편적 복지권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참고 사례로 꼽았다.
강 교수는 "일본은 노인이 익숙한 지역에서 30분 내 의료·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중학교 구' 단위의 생활권 중심 케어 체계를 구축했다"며 "특정 센터에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지역 내 의원급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2013년 법제화를 통해 의원과 병원 간 역할 분담 구조를 마련했다"며 "의원은 일상적인 건강 관리를 맡고, 병원은 야간이나 응급 상황에 대응하는 백업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의료진의 과부하를 줄이고 서비스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통합돌봄의 혜택을 평등하게 누리기 위해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강 교수는 "통합돌봄이 지자체장의 성향이나 재정 자립도에 따라 '복불복 서비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돌봄 평가지표'를 운영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돌봄의 권리를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보편적 복지권으로 격상시키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 인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 사회적경제 조직(사회적기업, 협동조합)과 복지관 등 민간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민·관 협치 모델'을 강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지역대학에서 'RISE 사업'과 연계한 돌봄 인력 역량 강화나, 서구청의 맞춤형 주거 개선 사업처럼 지역 특화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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