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16조4천385억 원…2027년 국비 2천127억 원 신청
AI반도체·휴머노이드·AX 등 미래산업 육성사업 전면 배치
달빛철도·대구경북 광역철도 등 광역교통망 확충도 핵심 과제
추경호 대구시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선9기 첫 대구시-지역 국회의원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통합신공항 국가사업 전환과 TK행정통합 등 지역 핵심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내년도 국비 확보전에 올린 22개 사업목록을 들여다보면 민선 9기 대구시정의 미래전략 구상이 압축돼 있다. AI와 로봇을 앞세워 산업 체질을 바꾸고, 철도·도로망 확충으로 도시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전략이 드러나 있다. 총 사업비 16조4천385억원 규모의 사업 중 2027년 국비 신청액은 2천127억원이다. 정부 예산안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 예산들이 얼마나 담길지가 관건이다.
대구시가 가장 강하게 밀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다. 로봇산업과 연계한 국산 AI 반도체 개발·실증 지원, 미래모빌리티 AI 소프트웨어 검증시스템 구축, 의료기기 전문 AI 기반 밸리데이션 센터 운영,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센터 기반 구축 등이 주요 사업에 포함됐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과 R³ 모듈팩토리(재사용성·반복성·신뢰성을 갖춘 표준 모듈을 체계적으로 생산·조립·운영하는 시스템) 구축, Brain AX(AI 기반 지능형 업무 혁신 플랫폼) 상용화 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건의됐다.
이는 대구가 그간 쌓아온 로봇, 의료, 차부품 산업 기반을 AI와 결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성장 방식만으론 수도권 집중과 산업 재편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내포돼 있다. 지역 기업의 생산 방식과 기술 경쟁력을 바꾸지 못하면, 대구 산업의 성장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국비 신청액이 배정된 사업도 이 같은 상황을 말해준다. 지역거점 AX(인공지능 대전환)혁신 기술개발 사업에는 내년도 국비 642억원이 신청됐다. AX는 제조와 의료, 서비스 산업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뜻한다. 대구는 기존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데 머물지 않고, 디지털 기술을 입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역 제조업의 저성장 구조를 끊고, 미래산업으로 전환하려는 민선9기 핵심 승부처로 볼 수 있다.
다만 AI·로봇 사업은 예산 확보만으로 성과가 보장되는 분야가 아니다. 연구개발이 지역 기업의 매출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 창업, 투자 유치로 이어져야 한다. 국비 확보 이후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어떻게 연결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들어내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2027년 국비 확보를 위해 건의한 주요 사업 22건. 총사업비는 16조4천385억원이며, 2027년 국비 신청액은 2천127억원이다. 사업은 AI·로봇·미래모빌리티 등 미래산업 육성과 철도·도로 등 광역교통망 확충에 집중됐다. <대구시 제공>
교통망 사업은 대구의 공간 전략과 맞물려 있다. 대구시는 조야~동명 간 광역도로 건설,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 대구권 광역철도 예비차량 구매, 달빛철도(광주~대구) 조기 건설 및 대구~경북 광역철도 건설, 무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등을 건의했다. 대구를 경북과 영호남, 중부권을 잇는 광역교통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들 사업은 산업정책과도 연계돼 있다. TK 신공항, 산업단지, 철도·도로망, 생활권이 함께 연결돼야 기업 유치와 물류 경쟁력, 인력 이동성이 살아난다. AI와 로봇이 산업의 내용을 바꾸는 전략이라면, 광역교통망은 그 산업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기반인 셈이다. 도시 경쟁력이 개별 산업 성과 뿐 아니라,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속도와 범위에서 결정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건의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3건이 모두 대형 교통망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달빛철도 건설, 대구~경북 광역철도 건설, 무주~대구 고속도로 건설에 소요되는 총 사업비만 13조5천640억원에 이른다. 대구의 서남권·경북권 연결성을 넓히는 사업이지만, 정부의 사업성 판단과 국회 지원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균형발전 논리와 경제성, 지역 정치권의 협상력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영역이다.
대구시의 이번 국비 건의사업은 지역이 당면한 두 가지 과제를 겨냥하고 있다. 하나는 기존 제조업의 성장 둔화이고, 다른 하나는 광역 연결성의 한계다. AI·로봇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고, 철도·도로망으로 도시의 활동 반경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19개 사업이 증액 필요 사업으로 분류된 만큼, 민선 9기 첫 성적표는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지역의 성장 기반을 확실하게 만드는 데 역점을 두겠다"며 "국비 확보는 물론 핵심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대구시장과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대구광역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역 현안 해결과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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