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인분 사실상 3명이 준비하면서 빈틈 없어
체력 없이 버티기 힘들어, 주방서 체감한 노동 강도
건더기 하나까지, 배식대에서 느낀 정량의 압박
지난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학생식당에서 영남일보 김현목 기자가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19일 오전 6시 50분, 계명대 성서캠퍼스 바우어관. 이른 시간 캠퍼스는 고요했지만 지하 1층 학생식당은 불이 켜져 있었다. 이미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출발하기 전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음식과는 거리가 먼, 라면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다.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만 들었다. 조리실 안으로 들어서자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조리실 안엔 45년 경력 이외환 부장이 '천원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조리사 1명과 설거지 등 궂은 일을 담당하는 직원 1명 등 단 3명이 180인분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분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명은 각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서로 크게 말이 오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굳어진 몸은 조리실에 들어가서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정해진 동선에 걸리적거리고 있을 때 닭갈비용 고기 볶는 작업에 투입됐다. 가만히 보기 힘들어 긴 주걱을 잡았다. 커다란 솥을 젓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요령 없이 힘으로만 하다 보니 금세 팔에 힘이 빠졌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료를 뒤집는 이 부장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소스를 저어주는 비교적 쉬운 작업으로 옮겼지만 소스가 냄비 밖으로 넘칠 것 같아 계속 신경이 쓰였다.
8시 30분 배식 시작을 앞두고 20여 분 전부터 학생들이 하나둘 식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학생들이 들어오기 전 주변을 둘러보니 조리사 3~4명과 영양사 등이 배식대 주변으로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학생식당에서 영남일보 김현목 기자가 학생들에게 '천원의 아침밥'을 배식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음식 준비가 마무리된 뒤 배식대로 이동했다. 자율 배식이 기본이지만 주요 반찬과 국은 직접 나눠준다. 국 배식을 맡았다. 국 그릇의 ⅔만 채우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두부 등 국건더기를 골고루 나눠야 하는데 대부분 국솥 아래에 깔려 있어서다. 일정한 양이 나눠지지 않자 진땀이 흘러내렸다. 줄을 선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손은 더 조급해졌다.
이날 주요 반찬인 닭갈비 배식을 권유받았으나 손사래를 쳤다. 전정향 영양사가 "국자 한 번만 퍼 주면 된다"고 해 용기를 냈다. 하지만 3~4번 시도한 뒤 곧바로 국으로 돌아갔다. 양 조절이 안 되며 시간이 걸리자 학생들이 밀리기 시작해서다. 옆에 있던 전 영양사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대신했다.
전 영양사는 "학생들이 육류를 좋아하다 보니 제육볶음이나 닭갈비 같은 메뉴를 많이 편성한다"며 "대신 봄에는 냉이나 달래, 단배추 같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도 크다. 예산이 많이 빡빡해서다. 여기에 최근 물가 상승까지 겹쳤다.
현재 한 끼 식사 단가는 5천 원 수준. 이 가운데 학생과 학교가 각각 1천 원을 부담한다. 나머지는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충당한다. 제한된 비용 안에서 맛과 영양, 양까지 모두 맞춰야 한다.
배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다시 조리실로 돌아가 설거지에 합류했다.
벨트를 따라 접시와 국그릇이 밀려왔다. 세척기로 넘기기 전 음식물을 제거하는 애벌 작업은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 했다. 다행히 평소보다 간격이 있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한 번에 몰아서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만큼 다른 직원들은 타이밍을 맞추며 기다렸다. 성격 급하게 먼저 수세미를 들었지만 처리하는 양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경문 점장은 "잘하시네요. 집에서 자주 하시나 봐요"라고 웃으며 격려했다.
나 점장은 '천원의 아침밥' 운영의 어려움으로 '양 조절'을 꼽았다.
그는 "아침 메뉴는 별도로 준비되는데 남는다고 버릴 수 없다"며 "학생들에게 더 나눠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소진해야 한다"고 했다.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는 학생을 포함해 하루 1천 명 이상이 식당을 찾는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에 인원이 몰린다. 직원 근무 시간도 이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나 점장은 "점심 피크 시간엔 전 직원이 투입된다. 그 시간대를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지난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학생식당에서 영남일보 김현목 기자가 불고기를 옮겨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는 별개로 일이 끝난 뒤 손과 다리가 떨렸다. 허리도 뻐근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수백 명 식사를 준비하고 정량을 맞춰 배식하는 등 속도와 체력 싸움이었다.
이외환 부장이 "체력 없으면 이 일 못한다"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김현목 기자가 지난 19일 계명대학교에서 '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 시리즈로 '천원의 아침밥' 배식 등을 했다. 이수현기자 lkc9980@yeongnam.com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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