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401023514733

영남일보TV

  • [스케치] 대선 후보 출마 방불케한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대구서는 TK 출마자 챙겨
  •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점검요원 3명 모두 ‘참변’

[하프타임] 포항 앞바다 메워 ‘수소 용광로’ 짓는다

2026-04-01 09:03

세계 정세 속 흔들리는 포항
전기세 부담에 기업 비명소리
세수 마저 급감해 시름 깊어
수소환원제철로 반전 기회
미래 백년을 여는 에너지 혁명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찾아왔지만,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부인 경북 포항 산업단지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다. 달력은 4월의 완연한 봄을 가리키고 있으나, 기업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영하권이다. 중동발 전쟁의 포화가 만 리 밖 포항의 용광로와 배터리 공장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정세는 유례없는 격랑 속에 있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충돌로 치달은 중동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했다.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원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곧바로 국내 산업계의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됐다. 특히 포스코를 필두로 한 철강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폭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기름값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 원가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해일이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의 잇따른 인상은 제조 원가 비중이 높은 장치 산업 도시 포항에 치명적인 경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 산업은 물론이고, 포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며 기대를 모았던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기업들조차 수익성 악화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기업의 실적 악화는 개별 기업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의 곳간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기업들이 포항시에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시의 재정 운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역 상권은 활기를 잃고, 민생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좋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현장의 탄식은 결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니다. 포항 경제를 지탱하던 두 축인 철강과 2차전지가 동시에 하방 압력을 받으며 도시 전체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짙은 안개 속에서 최근 들려온 소식은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았다. 정부가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용지 조성 사업을 전격 승인한 것이다. 포항시 남구 송정동 북측 공유수면 일대가 매립을 통해 산업시설 용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는 축구장 190개 규모와 맞먹는다. 1975년 첫 삽을 뜬 포항산단이 반세기 넘는 역사를 넘어 미래 친환경 철강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제2의 창업'에 들어가는 셈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HyREX)은 화석연료인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뽑아내는 이른바 '꿈의 제철 기술'이다. 탄소 국경세라는 글로벌 무역 장벽 앞에서 풍전등화였던 우리 철강 산업이 이제 수소라는 새로운 심장을 달고 다시 뛸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약 수십조 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이 프로젝트는 얼어붙은 포항 경제에 강력한 온기를 불어넣을 '골든타임'의 처방전이 될 것이다. 부지 조성 단계에서부터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고용 창출 효과와 건설 경기 활성화는 물론, 향후 수소 공급 인프라와 관련 전후방 산업의 집적화까지 기대할 수 있다.


위기는 언제나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50여 년 전, 황무지에서 맨손으로 제철소를 세웠던 '우향우 정신'은 이제 탄소 제로와 국제 정세의 파고라는 새로운 인류사적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라는 파고가 높고 험난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이라는 튼튼한 돛을 올린 포항의 항해는 다시 시작됐다. 이번 정부 승인이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넘어, 포항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거대한 확신으로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포항의 용광로는 결코 식지 않는다. 영일만의 기적은 멈추지 않고, 이제 수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기자 이미지

김기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