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401028285032

영남일보TV

  • [스케치] 대선 후보 출마 방불케한 김부겸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대구서는 TK 출마자 챙겨
  •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점검요원 3명 모두 ‘참변’

욕먹어도 또 보낸다…선거 문자 끊이지 않는 이유

2026-04-01 17:43

선거때마다 문자폭탄, 시민들 불만 높아
후보자 알릴 수단 부족에 안보내면 불안
심리전문가 인간관계 이론 ‘스트로크(stroke)’ 개념 주목, 욕먹어도 기억에 남아
선거 제도 한계 영향, 일정 부분 민주주의 비용으로 봐야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이 받은 선거문자메시지. 다른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전송되고 있다. 김현목 기자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이 받은 선거문자메시지. 다른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전송되고 있다. 김현목 기자

또 그 시즌이 도래했다. 선거철이면 으레 쏟아지는 '묻지마 문자 폭탄'이 6·3지방선거를 맞아 다시 시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예비후보자들 캠프에서 출마 지역 유권자를 명확히 구분하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식으로 문자 메시지를 남발하고 있다. 시민 최태곤(52·동구 신암동)은 "문자 보내는 사람은 절대 안 찍겠다"는 격한 반응까지 보였다. 하지만 심리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문자 공세로 대중들로부터 비난은 받지만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이름은 오래 기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뿌리깊이 박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 캠프 홍보담당은 "예비후보 경선 단계에선 문자 외에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다"고 취재진에게 토로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만큼 후보자 개인이 인사를 하는 것 외엔 사실상 선거운동이 제한돼 있어서다. 현수막도 선거사무소에만 걸 수 있다. 자원봉사자에게도 캠프에서 밥값을 지급하지 못해 많은 인력을 활용하기 쉽지 않다고 캠프 측은 전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하려고 해도 후보 자체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한마디로 후보 인지도를 높일 방법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후보 간 경쟁 구조도 문자 남발모드에 영향을 미친다. 경쟁 후보들이 문자를 보내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청장과 북구청장에 출마하는 후보자 캠프의 홍보 담당자들은 "(문자 발송에 대한) 효과 논란이 있어도 다른 후보들이 계속 보내는 상황에서 우리만 안 보내기는 어렵다"며 "문자를 안 보내면 오히려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문자를 단순한 과잉 홍보가 아니라 제도적 한계와 인간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경북대 하세헌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예비후보 단계에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며 "명함을 돌리거나 거리 인사를 해도 접촉할 수 있는 유권자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문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선거 캠프 주장에 일정 부분 공감을 나타냈다.


'정치 신인'일수록 상황은 더 절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 교수는 "인지도가 없는 후보는 이참에 이름이라도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문자까지 보내지 않으면 여론조사에서 선택될 가능성 자체가 낮아진다"며 "이 수단을 줄이면 기존 인지도가 높은 후보에게 더 유리한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선거철만 되면 문자 폭탄이 발생하는 원인.<이미지=생성형AI>

선거철만 되면 문자 폭탄이 발생하는 원인.<이미지=생성형AI>

심리학적으로도 반복적인 문자 발송이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명대 정대겸 교수(심리학과)는 취재진에게 인간관계 이론인 '스트로크(stroke)' 개념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가장 좋지만 그다음은 부정적인 반응이고, 가장 나쁜 것은 아무 접촉도 없는 상태"라며 "욕을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결국 기억에 남게 된다"고 했다.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졌던 대상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점차 익숙해진다. 그는 "불편하더라도 '저 사람 또 나오네'라며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것 자체가 효과"라며 "아예 모르는 후보보다 이렇게라도 인지된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불편한 감정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해석을 바꾸기도 한다"며 "반복적으로 이름 노출이 이어지면 '그래도 열심히 하네' 같은 생각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선거 문자는 '호감을 얻기 위한 단계'라기보다 '기억에 남기 위한 최소한의 접촉' 전략으로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현재 구조에선 '문자 폭탄'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 교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선거운동 방식 전반을 함께 손질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 단계에서도 일정 부분 홍보 수단을 확대하거나, 공적 지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하 교수는 "예비후보 단계부터 선거공영제를 통한 지원을 늘리고 선거운동 방법 제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한 구조를 고착화시키면 정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권자 입장에선 일종의 '민주주의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자 이미지

김현목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