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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도 턱없이 부족한데…대구 공유림은 가파른 험지서 ‘고령화’

2026-08-16 10:08

1인당 도시공원 꼴찌 수준…미래 숲 가꾸기 ‘0’
시민 숨통 틔울 공유림 84% ‘절험지’
전문가 “순환적 산림 관리로 전환해야”

1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마천산 일대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말라죽어 있다. 이윤호기자

13일 오후 대구 달성군 마천산 일대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들이 말라죽어 있다. 이윤호기자

한창 푸르러야 할 산이 갈색과 붉은색 흉물로 변해 있었다. 가을 단풍이 아니다. 산림 재난처럼 휩쓸고 간 소나무재선충병이 남긴 참혹한 흔적이다.


지난 12일 취재진이 찾은 대구 달성군 마천산은 전체가 집단 고사하며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워낙 광범위하게 감염이 진행된 탓에 정확한 피해 규모 측정 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대구 달성군청 산림과 박민아 산림보호팀장은 "마천산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어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현재로선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수년 내에는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 산림청 정책에 맞춰 계획을 세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산림의 붕괴는 곧 시민들의 일상적 휴식처 상실로 직결된다. 도심 속 평지 공원이 턱없이 부족해 인근 산림에 휴식처를 의존해야 하는 시민들 입장에선 소중한 '대체 녹지'를 잃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1인당 도시공원 조성 면적(9.8㎡)이 전국 최하위 수준인 상황에서, 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대체 녹지인 공유림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더욱이 대구시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공유림의 84%가 발길이 닿지 않는 험지에 방치되어 있고, 미래 숲을 키우는 '어린나무 가꾸기' 실적은 전국 꼴찌 수준에 그쳤다. 산림 체질 개선을 외면해온 대구시의 소극적 산림 행정이 도시의 생태적 활력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인당 도시공원 전국 '꼴찌' 수준인데…공유림 84%마저 못가는 험지


자료 출처는 KOSIS. 그래프=Gemini

자료 출처는 KOSIS. 그래프=Gemini

대구시의 열악한 녹지 인프라와 산림 행정의 실태는 통계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국토교통부의 도시계획현황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대구시의 1인당 도시공원 조성 면적은 9.8㎡로, 전국 평균(12.8㎡)에 미치지 못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서울(4.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평지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휴양을 제공해야 할 공유림마저 심각한 입지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 공유림 경영계획구 경계. 대구시 공유림 산림경영계획 자료 캡처

대구시 공유림 경영계획구 경계. 대구시 공유림 산림경영계획 자료 캡처

지난해 12월 발행된 '대구광역시 공유림 산림경영계획'에 따르면 대구시 공유림 중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절험지가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험준지(11.3%)와 급경사지(10.5%)를 합치면 84% 이상이 가파른 지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와의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10급지' 역시 전체의 46.6%를 차지해 사실상 시민들의 발길이 닿기 불가능한 구조다.


이처럼 지형이 험하고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산불이나 산사태 등 대형 산림 재해 발생 시 소방 인력과 장비의 신속한 접근마저 어려워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 측은 산불 발생 시 인력의 도보 투입을 지양하고 진화 헬기를 우선 투입하며, 산물 반출이 어려운 험지는 자연분해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대구 공유림이 '맹지'에 방치돼 있음을 자인한 셈이다.


공원·식수원 인근 보호 위주 관리…산림 고령화 현상


공유림 내 산림 고령화 현상도 확인됐다. 대구시 공유림 내 나무들의 나이를 나타내는 영급을 살펴보면 전체 면적의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IV, V 영급에 편중돼 있다.


보고서에는 "대구시 공유림은 V영급의 임목축적이 IV영급의 임목축적보다 약 2배 이상 높은데, 이는 대상지가 앞산공원, 두류공원, 범어공원 등 도심지 공원구역이거나 가창댐 상류, 팔공산 인근 등 여러 사유로 임지관리를 위한 사업이 '소극적'으로 진행돼 왔음을 알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특히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환경보전림'의 경우 규제적 보호 위주의 관리방식으로 인해 인위적 산림 관리를 배제함으로써 나무의 생장이 둔화되고 수관 울폐도(숲이 우거진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 형질이 불량한 임분 구조로 왜곡돼 있다는 분석도 포함됐다.


이는 공유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25년 산림청 산림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대구시 민유림 8만9천504ha 중 산림경영계획이 작성된 면적은 7천958ha(8.9%)에 불과했다.


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 곽경섭 주무관은 "울폐도가 크고 관리가 안 되는 산림의 경우 시 차원에서 관리를 하고 싶어도 산주 동의가 안 되거나, 산주와 연락이 안 되는 문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동의를 해주지 않는 등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유림'이라는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전국 평균 작성률(45.0%)의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며 경북도(20.8%)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전국 최하위권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난 대응 쏠림 속 숲가꾸기 지연…"꾸준한 관리 필요"


대구시 공유림 내 단순림이나 솎아베기가 지연된 산림은 생태적 활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 적절한 간벌 없이 밀집된 숲은 나무의 정상적인 생장을 방해하며, 이는 숲 전체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산림경영계획상 대구시 공유림은 향후 10년간 총 2,328.6ha 규모의 숲가꾸기 사업을 이행해야만 2035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2025년 대비 약 19.8%(11만5천158t)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공식 답변을 통해 2035년까지 10년 총 목표량 대비 31%에 해당하는 721ha의 숲가꾸기를 올해 목표로 세웠으며, 숲가꾸기 사업은 산림 여건과 사업 우선순위 등을 고려해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림 관리 행정의 불균형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산림경영계획서 작성을 수행한 산림조합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이형식 산림경영과장은 "재선충병 방제나 산불 등 재난대응에 정책적 우선순위가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산림 행정력이 특정 재난에 쏠리며 발생하는 '불균형 현상'은 2025 산림임업통계연보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에 따르면 2023년 5월~2024년 4월 대구시의 소나무재선충병 발생 그루 수는 4만3천939그루에 달한다. 이는 울산(8만4천593그루)에 이어 많은 것으로, 서울(9그루), 대전(4그루)은 물론 부산(3천995그루), 광주(1천739그루) 등 타 특·광역시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대구시는 99.8%에 이르는 4만3천889그루에 대해 긴급 방제를 마쳤다. 하지만 재선충병이 아닌 일반 산림 병해충 발생 현황을 보면 대구시 발생면적 196ha 중 방제가 이뤄진 면적은 111ha(약 56.6%)에 그쳐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환경 보존을 이유로 관리를 배제해온 기존 방식도 지적됐다.


이 과장은 "실질적으로 숲가꾸기를 전혀 하지 않은 산림들이 존재한다. 자연환경보전림 특성상 한 번에 많은 나무를 베어내면 산사태 위험이 따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숲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지속해서 '약도의 숲가꾸기'를 꾸준히 실행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소면적이라 따로 관리 불가"…어린나무 가꾸기는?


대구시는 공유림이 소규모로 흩어져 있어 체계적인 단독 관리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 이명근 주무관은 "매년 벌채와 밀도 조절 등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유림이 곳곳에 소면적으로 산재돼 있어 사유림과 분리해 따로 사업을 갈 수는 없다"며 "숲가꾸기의 초점은 사유지에 맞춰져 있고, 공유림은 해당 구역 안에 포함될 때 함께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자료 출처는 산림임업통계연보. 그래프=Gemini

자료 출처는 산림임업통계연보. 그래프=Gemini

이러한 산림 행정 속에 숲의 세대교체를 위한 노력은 자취를 감췄다.


산림청의 '숲가꾸기 실적(2024년 기준)'을 보면 대구시의 차세대 숲을 육성하는 '어린나무 가꾸기' 면적은 단 1ha도 없는 '0'으로 확인됐다. 서울(77ha), 울산(31ha), 부산(26ha) 등 다른 특·광역시가 어린나무 육성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대구시는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20ha씩, 2022년 3ha, 2023년 36ha로 총 79ha에 '어린나무 가꾸기'를 해왔다. 하지만 1인당 도시공원 조성면적이 대구시 다음으로 적어 최하위를 기록한 서울시의 어린나무 가꾸기 사업 실적이 같은 기간 총 413ha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2024년 어린나무 가꾸기 실적이 전무한 이유에 대해 대구시 곽경섭 주무관은 "어린나무 가꾸기는 조림 후 5~10년이 지나 나무의 생육이 저해될 때 현장 여건을 판단해 진행하는 사업이라 무조건 매년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구시는 대신 큰나무 가꾸기나 풀베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림행정의 한계도 시인했다. 곽 주무관은 "매뉴얼에 따라 어린나무 가꾸기를 해오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한 건 맞다. 결국 예산과 보조금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군위군 편입으로 산이 많아진 만큼, 향후 타 지자체를 참고해 조림한 수종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챙기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도원근린공원에서 열린 2025년 우리마을 동산가꾸기 행사에서 달서구청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편백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해 3월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도원근린공원에서 열린 '2025년 우리마을 동산가꾸기' 행사에서 달서구청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편백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영남일보 DB

전문가 "단순 비율보다 과학적 갱신·관리 절실"


기후변화와 잦은 산림 재난으로 숲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구시의 높은 침엽수 조림 비율에 대한 우려도 높다.


산림청의 2025 산림임업통계연보 '수종별·재원별 조림실적'을 보면 대구시의 전체 조림면적 45ha 중 39.7ha(약 88.2%)가 침엽수림 조림에 집중됐다. 수치상으로는 소나무재선충병 등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다시 관행적인 침엽수 위주의 나무 심기가 반복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조림 통계 세부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구시가 심은 침엽수 중 재선충병에 가장 취약한 소나무는 없었으며 낙엽송 등 대체 수종이 주를 이뤘다. 무분별한 과거의 관행을 답습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대구시 산림녹지관리과 곽 주무관은 "2025년 기준 낙엽송 4.5ha, 편백나무 33.5ha 등 침엽수 38ha, 밤나무·벚나무 등 활엽수 17ha로, 높은 침엽수 조림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가고 있다"며 "산림 소유자에게도 활엽수를 권장하고 있으며 침엽수를 원할 경우에는 혼효림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 전문가 역시 침엽수 자체를 배척하기보다는, 숲의 목적에 맞는 '과학적 수종 선택'과 이를 뒷받침할 '지속적인 숲가꾸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원대 정은주 교수(산림자원학과) 겸 한국산림과학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침엽수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하며, '침엽수는 나쁘고 활엽수는 좋다'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피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산림 행정의 구조적 전환을 촉구했다. 수종의 표면적 비율을 넘어, 심은 나무를 제대로 가꾸고 관리할 예산과 의지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자체가 재선충병 방제와 미래 산림 육성을 대립하는 과제로 보기보다, 긴급 방제와 중장기 숲가꾸기를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정책 기반과 행정 체계를 균형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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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현상의 이면을 짚어내는 지혜로운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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