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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12개인데 남구는 ‘0’…에어컨 나오는 버스정류장도 구·군별 차이

2026-08-17 09:49

더위·추위 피하고 충전기까지 갖춘 ‘스마트쉘터’
한 곳당 설치비 1.5억 들여 대구지역에 총 36곳
자가용 보유 비중·대중교통 이용 정도 등 비교
남구청, 설치할 명분 충분하지만 재정 탓에 無
가로 15m·세로 3.5m 크기라 인도정비도 필요
남구청 “재정 탓에 당장 어려워…곧 추진할 것”

대구 남구에는 167개의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스마트쉘터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12일 대구 남구 봉덕시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준상 기자

대구 남구에는 167개의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스마트쉘터는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12일 대구 남구 봉덕시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준상 기자

낮 최고기온 31℃에 습도 49%로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인 지난 12일 대구 남구 봉덕시장 버스정류장 앞. 자동차에서 뿜어나오는 열기 탓에 체감기온은 훨씬 더 높게 느껴졌다. 장을 본 후 버스를 기다리던 정영호씨는 "얼마 전 어느 구청 앞을 가니까 에어컨이 달린 실내 버스정류장이 있더라. 이곳은 햇빛 피하기도 어려운데 그곳은 딴 세상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구 2·28공원 앞에서 만난 문효선(달성군 다사읍)씨도 에어컨이 있는 실내 버스정류장을 부러워했다. 그는 "집 앞 버스정류장은 그늘막만 있는데, 여기(2·28공원 앞) 버스정류장은 시내라서 그런지 냉방 버스정류장이 있더라"며 "수성구나 달서구 일부 지역에도 설치된 것을 본 적 있는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마트쉘터는 행복승강장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대구에 처음 들어섰다. 스마트쉘터는 냉난방기와 공기청정기, 실시간 도착정보 화면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2·28기념중앙공원 앞 스마트쉘터. 박준상 기자

스마트쉘터는 '행복승강장'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대구에 처음 들어섰다. 스마트쉘터는 냉난방기와 공기청정기, 실시간 도착정보 화면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2·28기념중앙공원 앞 스마트쉘터. 박준상 기자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편의 기능을 갖춘 최첨단 버스정류장, 일명 '스마트쉘터'가 대구 곳곳에 늘어나고 있다. 폭염과 한파를 피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정작 대중교통 의존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는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개소당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설치비 때문에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같은 대구 하늘 아래에서도 지역에 따라 복지 인프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 자가용 비율이 낮고 버스 이용객이 많은 취약 지역일수록 오히려 스마트쉘터 혜택에서 소외되는 '복지 역전' 현상이 벌어지면서, 대구시 차원의 균형 지원과 설치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쉘터는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실시간 도착정보 화면을 갖춘 시내버스 승강장이다. 대구(군위군 제외)에는 2019년 12월 2·28기념중앙공원 앞 정류소 등 세 곳에 시범 설치된 이후 현재 36개소가 조성돼 있다. 1개소당 설치비는 1억5천만원 안팎으로, 지금까지 총 51억4천9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구·군별로는 수성구 12개소, 서구·달서구 각 7개소, 북구 4개소, 달성군 3개소, 동구 2개소, 중구 1개소 순이다. 남구는 한 곳도 없다.


문제는 스마트쉘터 설치가 대중교통 의존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영남일보가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2026년 6월)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를 대조한 결과, 남구의 인구 1천명당 자가용 등록대수는 358.2대로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가장 적다. 반면 수성구는 476.8대로 둘째로 많다. 두 지역은 인구 1천명당 118대 차이가 난다. 자가용이 적은 만큼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남구의 고유 버스노선은 40개, 버스 정류장은 167개다. 인구 1만명당 고유 버스노선 수가 2.83개로, 8개 구·군 중 셋째로 많다. 절대적 정류장 수는 적은 편이지만, 인구 대비 정류장 수는 11.82개로 8개 구·군 중 중위권에 해당한다. 버스 수요가 적어 스마트쉘터가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류소 대비 스마트쉘터 설치율을 보면 격차는 더 커진다. 수성구는 정류소 436곳 중 12곳(2.75%)이 스마트쉘터다. 반면 동구는 588곳 중 두 곳(0.34%), 달성군은 757곳 중 세 곳(0.40%)에 그쳤다. 남구는 167곳 정류소 중 단 한 곳도 없다. 대구 전체 평균 설치 비율은 1.05%다.


36개소 중 22개소(61%)는 설치 주체가 대구시가 아닌 기초지자체다. 2019년 이후 추진된 8개 사업의 재원 구조를 보면 대부분 구·군비 매칭이다. 2024년 7월 서구 스마트 안심 버스쉘터 설치사업(9억2천500만원)에는 구비가 4억5천만원이 투입돼 총예산의 절반에 가까웠다. 달성군이 지난해 7월 설치한 3개소(4억원)는 전액 군비였다.


2025년 2월 기준 재정공시를 보면 수성구의 지난해 예산규모는 9천64억원, 남구는 8천19억원이다. 세입 중 스스로 마련한 재원의 비율로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인 재정자립도는 각각 24.11%, 10.1%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남구청 이윤진 교통행정팀장은 "대구에서 남구만 스마트쉘터가 없는 만큼, 올 하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지난해에는 대구시와 함께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불발됐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재정 여건상 즉각 도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예산의 우선순위가 밀렸다거나 다른 문제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용객 수요와 설치가능 공간을 충분히 조사해 추진할 예정이다. 복합적으로 검토 중이며, 설치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성구청은 올해 초 12곳에 한꺼번에 스마트안심버스쉘터를 설치하는 사업(총예산 17억1천400만원)을 진행하면서 국비 12억원을 지원받았다. 나머지는 구비였다. 수성구 교통행정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빌리지 공모에 선정돼 국비와 매칭한 것"이라며 "버스이용객과 노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쉘터는 가로 15m, 세로 3.5m 크기의 구조물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설치할 수 있다. 대구 북구 이마트 칠성점 앞 스마트쉘터 버스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스마트쉘터는 가로 15m, 세로 3.5m 크기의 구조물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설치할 수 있다. 대구 북구 이마트 칠성점 앞 스마트쉘터 버스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영남일보 DB

버스 승객수요와 재원이 충분해도 어디에나 스마트쉘터를 둘 수는 없다. 지붕만 있는 일반 유개형버스승강장의 크기는 최소 가로(길이) 3m, 세로(폭) 1.5m로 좁은 인도에도 충분히 설치가 가능하다. 반면 스마트쉘터는 최소 가로 15m, 세로 3.5m의 구조물이기 때문에 인도에 설치하려면 폭 5m 이상의 도보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아파트 담벼락이나 건물입구 등이 인도 앞에 있어도 스마트쉘터가 들어설 수 없다. 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장의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노점 가판대가, 바로 뒤에는 상가가 즐비해 주변지역을 정비하지 않는 이상 스마트쉘터를 설치하기 쉽지 않다. 봉덕시장 버스정류장 바로 옆 가판대 상인은 "손님들이 시원하게 기다리면 우리 마음도 편하지 않겠나. 길이 좁고 북적거리는 곳에 그런 걸(스마트쉘터)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아쉬워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스마트쉘터는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이나 교통시설이라기보다는 보행자도 잠시 쉴 수 있는 무더위쉼터와 같은 복지 인프라에 가깝다"며 "이런 시설이 없는 동네 주민은 교통편의 측면에서의 불편은 물론, 감정적으로도 불만이 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중앙부처와 대구시는 여러 지표를 통해 설치 우선순위 기준을 세우고, 필요성을 철저히 조사해 스마트쉘터를 기초지자체에 우선 지원하는 등 차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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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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