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혼란에 정부 기준 완화안 발표에도
업주들 “현실 여건 맞지 않아 부담”토로
전문가 “제도 정착 전 충분한 계도기간 필요”
카페·일반음식점 내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합법화(올해 3월1일)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 곳곳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운영 개선안을 내놓으며 제도 보완에 나섰지만, 여전히 모호한 위생·안전 관리 규정과 영업정지 리스크 등으로 업주들의 고민이 쉽게 줄지 않는 모양새다.
식당·카페의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지난달 1일부터 합법화된 가운데 허용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카페 점주의 모습. Gemini 생성 이미지
◆식약처, 제도 개선책 발표
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카페·일반음식점의 반려동물(개·고양이) 동반 출입 제도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1일부터 식약처의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카페·일반음식점의 반려동물(개·고양이) 동반 출입이 합법화됐다. 당시 개정안엔 △반려동물 조리장 출입 및 매장 내 이동금지 △반려동물이 다른 고객이나 동물과 접촉하지 않도록 충분한 식탁 간격 유지 △반려동물 예방접종 여부 확인 △주방 출입구 칸막이 설치 △영업장 내부 동물 전용 의자나 목줄 고정장치 마련 등의 규정이 담겼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면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업주들 사이에서 위생·안전 관리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행정처분에 대한 우려감도 커졌다. 이에 정부는 제도 시행 3주 만에 운영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내놨다.
식약처가 발표한 개선안을 보면 업주들의 우려가 컸던 예방접종 확인 방식은 기존 증명서 확인 외에도 반려동물 동반인이 영업장에서 직접 기재하거나 QR 형태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다양화됐다. 식탁 간격 기준도 '충분히 두도록 한다'에서 반려인이 케이지(Cage), 전용 의자를 사용하거나 반려동물을 안고 있는 경우에 별도 간격을 조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명시됐다. 이밖에 반려인이 반려동물을 계속 안고 있거나 케이지·유모차 등에 두는 경우, 동물 전용 의자나 목줄 고정장치 등 별도 시설을 마련하지 않도록 규정됐다.
식약처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제도의 안착을 위해 현장과의 소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과 이삼룡 사무관은 "음식점 현장 방문과 실태조사, 소상공인 간담회 등을 통해 시행 초기 어려움을 파악해 개선안을 마련했다"며 "제도 초기인 만큼 현장의 궁금증을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에 Q&A 코너를 신설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한 카페에 설치된 주방 내에 소비자 이용 공간이 분리돼 있다. <카파비바 대표 권익현 씨 제공>
◆점주 "완화에도 여전히 부담"…현장 혼선 지속
정부의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은 여전했다. 일부 규정에 한해서만 정책이 완화된 탓에,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권모(35)씨는 현장 내 실정에 맞춰 더 세부적인 기준이 제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권씨는 "음식 제공 시 뚜껑이나 덮개를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데, 사용하는 유리컵·머그잔은 뚜껑이 없어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잔을 일일이 덮어 나가려면 결국 일회용 컵을 써야 하는데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도 제한돼 있다"며 "결국 접시 전체를 덮는 돔 형태 덮개를 몇 개 구비해두긴 했지만 사실상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다른 카페 점주 우모(38·중구 동인동)씨도 "'충분한 테이블 간격 유지' 조항이 부담이었는데, 이 부분이 완화된 건 다행이다. 하지만, 기존에 반려견과 함께 오는 손님이 많아 펫존을 유지하고 싶지만, 규정을 어겼을 때 받는 페널티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장 내 이동금지 규정을 어기면 경고 없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보니,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동료 업주들 사이에선 '그럴 바엔 노펫존으로 전환하겠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 나온다"고 부연했다.
예방접종 확인 규정도 골칫거리다. 손님이 몰릴 경우 일일이 확인하기 쉽지 않고, 혹시 모를 사고나 단속에 대비해 애견 동반 손님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예방접종 여부를 일일이 기록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라서다.
이에 대해 설채현 수의사(놀로동물행동클리닉 원장)는 "광견병 예방접종 여부 확인이 원칙으로 돼 있지만 이는 물림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고, 국내에서는 20년 넘게 발생 사례가 없다"며 "그럼에도 식당 업주에게 예방접종 확인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신규 상품 또는 서비스 도입시 일정기간 규제적용 유예) 시범사업 당시 실제 카페를 운영해 봤다. 각종 규제가 성립되지 않더라도 현장이 문제없이 운영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제도 시행 이후 실제 발생한 문제가 있는지 분석하고 그에 맞춰 기준을 보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 안전처가 제공하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임을 알리는 시안. <식품의약품 안전처 제공>
◆"업주 부담 줄이는 방향의 추가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일정 수준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가톨릭대 임현철 교수(외식조리경영학과)는 "반려동물과 함께 외출하려는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규정 부담 때문에 오히려 이용 가능한 공간이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통상 모든 정책은 초기 단계 때 일정한 반발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 시일을 두고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임 교수는 "업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준을 조정하고, 칸막이 설치나 반려동물 전용 쓰레기통 마련 등 제도 준수에 드는 비용은 식품진흥기금 등을 통해 저리로 지원하는 방식도 참여업소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 동반 출입 제도의 안착을 위해 업주들에게 주어진 리스크(Risk)를 보다 현실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구대 서은현 교수(반려동물산업학과)는 "이번 기준 완화는 제도 초기 혼선을 줄이고 현장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매장 내 반려동물 이동금지 관리를 소흘히 할 경우, 곧장 영업정지 처분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여전히 업주에게 큰 부담이다. 제도가 충분히 정착되기 전까지는 계도 기간을 넉넉히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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