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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부터 경쟁시작, 선거사무소에 숨은 계산

2026-04-06 20:34

후보 비전·스토리 압축된 ‘상징 공간’
반월당·범어네거리 중심 유지 속 산업벨트로 확장
입지에 담긴 전략, 준비 상태 드러나는 지표

첫번째 줄 왼쪽부터 윤재옥, 이재만, 이진숙, 추경호, 홍준석,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모습.

첫번째 줄 왼쪽부터 윤재옥, 이재만, 이진숙, 추경호, 홍준석,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모습.

"선거사무소는 후보자에겐 제2의 얼굴이자,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정치 공동체 '폴티' 최하예 대표는 선거사무소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했다. 특히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선거사무소들이 속속 자리를 잡고 있다. 최 대표는 선거사무소가 후보 전략과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정치적 신호'로 진단했다.


◆새롭게 떠오르는 두류·죽전네거리


이번 선거에선 서구, 달서구 등 서부권지역에 대한 선거사무소 개설이 눈에 띈다. 이재만 대구시장 경선 예비후보(국민의힘)는 죽전네거리에 경선 후보 중 가장 먼저 사무소를 냈다. 서구·달서구·달성군 등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을 겨냥했다. 산업과 경제 중심지에 거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대구 인구의 45%가 몰려 있는 지역임을 감안했다. 자신의 인지도가 서부권에서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홍석준 예비후보(국민의힘)도 두류네거리에 사무소를 마련했다. 모교 인근이자, 성서산단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한다. 경제 중심 행보를 부각시키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사무소와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위치라는 점에서 맞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싶어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부겸 후보 역시 두류네거리에 위치한 사무소 정비가 한창이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수성구에 사무실을 내지 않은 것은 정치보다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캠프의 의지가 반영됐다. 대구 경제권이 서구권에 몰려 있어 '먹고사는 문제'를 이번 선거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 것. 이곳을 중심으로 중구 민주당 시당과 범어네거리에 후원회 사무실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심과 부도심을 아우르는 동선을 통해 대구 전역을 포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통적인 사무소 명소: 범어·반월당네거리


전통적으로 최적의 입지로 불리는 지역인 범어·반월당 네거리에는 이번에도 후보들이 앞다퉈 선거 둥지를 두고 있다. 달성군에 지역구를 둔 추경호 예비후보는 입지적 효과가 가장 크다는 인식이 강한 범어네거리에 사무소를 마련했다. 정치적 중심지로 꼽히는 지역에서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각오다. 국힘시당과 동대구역 등 접근성과 범어네거리 어디에서나 보이는 높은 가시성도 감안했다. 과거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사용했던 장소여서 이미 검증된 입지로 인식된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준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달서구에 지역구가 있는 윤재옥 예비후보는 지난 4일 반월당네거리에 사무소를 열고 경선 체제에 들어갔다. 지하철 1·2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이자, 2·28 민주운동 집결지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대구 민주화 정신과 지역 공동체 결집 이미지를 동시에 담아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민 소통과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겠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컷오프된 뒤 무소속 출마를 고민하는 이진숙 후보도 반월당네거리에 사무소를 가동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대구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4년 전 지방선거 경선에서도 같은 장소를 활용한 바 있다.


유영하·최은석 예비후보는 경선 이후 사무소 개설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기존 당협이나 지역구 사무실을 활용하고 있다. 국힘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예비후보는 향후 행보를 고민 중이다.


◆먹고사는 문제로 떠오른 서부권, 현실적 제약도 반영돼


이처럼 후보들 사무소 입지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반월당·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도심 거점이 여전히 선택지로 유지되는 가운데, 서구·달서구 등 산업벨트를 중심으로 한 서부권이 새 전략 거점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서부권은 낙후 이미지와 함께 재생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되는 곳이다. 선거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유권자수 역시 큰 '표밭'이라는 점도 입지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거리에 사무소가 몰리는 데는 현실적인 고민도 작용했다. 당장 건물주와 함께 입주한 사무실과의 협의가 중요하다. 현수막 설치 여부 때문이다. 만약 반대한다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나게 된다. 최근 정치색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잦아,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사무소를 임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대기간이 짧은 것도 사무소 찾기가 어려운 요인 중 하나다. 경선까지 포함해 4개월 남짓한 기간 단기 임대를 해야 하는데 건물주 입장에선 매력적이지 않다. 임대료는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인근 상가 임대료 등을 보려 할 때 월 1천만~1천500만원 선으로 전해졌다. 다만 후보와 건물주와의 관계 등에 따라 변동이 있다. 현수막을 걸기 위한 비용은 따로 계산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각 캠프 측의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캠프 홍보담당자는 "당에 관계없이 괜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물주가 많다"며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고 주변 시세도 있어 정확한 임대료를 공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사무소 위치로 확인되는 선거 전략


그래도 선거사무소에 담긴 정치적 함의와 전략을 무시할 순 없다. 경북대 엄기홍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선거사무소 위치는 통상 후보 지지 기반과 유동인구를 고려해 결정된다"며 "일부 후보는 입지 선정과 대응 과정에서 준비 정도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선거사무소가 후보의 선거 준비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엄 교수는 "입지 선정과 운영 방식에서 전략적 접근 여부가 드러나는 만큼 유권자들에게도 간접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공동체 '폴티' 최 대표는 일반적으로 선거사무소 위치가 지역에 대한 이해, 상권 반영 등 행정 방향성과 비전, 전략적 판단이 함께 반영된다고 했다. 최 대표는 "경쟁력 있는 후보일수록 사무소 위치 선택의 폭도 비교적 넓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무소와 관련해선 크게 세 가지 기준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바라봤다. 우선 기존 자신의 지역구를 기반으로 조직 동원력을 극대화하고, 대구에서 상징성과 유동인구가 높은 반월당과 같은 거점을 활용, 인지도를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향후 정치 일정까지 고려해 차기 지역 기반을 선점하려는 의도도 감안된다. 사무소 입지 선정은 위치 선택 순간부터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시민들 입장에서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후보자의 역사적 맥락을 토대로 지역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 보여줘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의 행정을 펼칠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위치는 물론 외관 디자인, 운영, 조명 연출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 포함해야 한다. 후보 비전과 스토리텔링이 구현되는 정치적 공간으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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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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