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비닐포장 중단…공급 지연 빚어져 영업 차질 우려
카페·음식점은 비닐값에 원두·밀가루 등 수입원료 오를까 걱정
시장 상인들도 포장용기 품절·지급 제한 안내문 붙여
7일 대구 팔달시장 내 도소매점에 비치된 비닐봉지 묶음. 3천원하던 70개 검정 비닐봉지 한 묶음이 1천원 이상 올랐다. 이동현 기자.
7일 정오에 찾은 대구 북구의 한 세탁소. 최근 비닐값이 오르면서 운동화 세탁 후에는 비닐포장을 따로 하지 않기로 했다. 세탁소 주인 임수진씨는 "몇 달 전과 비교하면 비닐값이 20~30% 넘게 올랐다. 재고가 있어 다행이지만, 요즘은 비닐을 주문하면 배송이 늦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포장재 대란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었다. 원료가 되는 나프타 수급 불안정이 지역 산업에 직격탄이 되더니 주머니 사정이 얇은 소상공인마저 위협하고 있다. 그나마 수급이 되면 다행이다. 비닐 포장재가 필수인 세탁소에는 공급이 지연돼 영업 차질 우려까지 나온다.
수입원료를 많이 쓰는 동네 카페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쟁 장기화로 비닐값은 물론 원두나 밀가루 등의 가격이 인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디저트 카페 구움을 운영 중인 조희정씨는 "포장용기는 그나마 소량 주문이라 아직까지 타격이 크진 않지만, 가격이 오르고 있긴 하다"며 "원두, 밀가루 등을 많이 사용하는 카페나 음식점 사장님들은 수입원료 가격도 오를까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오후 대구 북구 팔달시장 내 두부전문점에 포장용기 지급이 어렵다는 안내문이 쓰여있었다. 이동현 기자.
전통시장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이날 오전 대구 북구 팔달시장을 다녀본 결과 시장 곳곳에서 비닐이나 포장용기를 수급받지 못한 상인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팔달시장 입구 두부전문점 대림두부에는 '포장용기 품절로 당분간 지급이 안 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두부를 팔던 직원은 취재진에게 "포장용기 값이 많이 올라 원래라면 한 개씩 주던 것을 지금은 요청하는 고객에게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부를 담는 플라스틱 포장용기는 나프타 수급 문제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한 묶음 1천500개에 7만7천원이었는데, 최근에는 1천200개 한 묶음 가격이 9만5천원이 됐다. 가격은 오르고 개수는 줄어든 것. 1천500개 묶음으로는 10만원 수준이다. 그는 "가격이 비싸져 모두에게 드리지 못하니 양해를 구하려고 안내문을 적어놨다"고 말했다.
팔달시장 안 채소가게에서는 비닐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푸념이 연이어 나왔다. 채소를 다듬어 손님에게 제공하려면 비닐이 필수인데 가격이 올라 부담이라는 것. 채소가게 앞 비닐 소매점 신창비닐에서는 '47×53' 70개 검정 비닐봉투 한 묶음을 4천원에 팔고 있었다. 신창비닐 이영자 대표는 "미국-이란 전쟁 전과 비교하면 30%가 넘게 오른 가격"이라고 푸념했다.
사정이 이렇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성명문을 내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송치영 회장은 "한계에 다다른 소상공인들에게 포장재 가격 폭등은 또 다른 근심을 더하고 있다"며 "정부와 플랫폼 업계가 이번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소상공인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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