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7곳 수용 불발…직권 이송 체계 작동 여부가 핵심 쟁점
“병상·전문의 부족이면 면책 가능”…책임, 국가로 이동 가능성
통신 기록·회의 여부가 가른다…응급의료 시스템 법정 검증 전망
형사 전문 천주현 변호사.
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26·미국 국적)가 제때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아이 한 명을 잃고, 다른 한 명도 뇌손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영남일보 4월 8·9일 보도)해 유족 측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병원 수용 여부를 넘어, 응급 이송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사고 책임이 개별 의료기관을 넘어 국가와 지자체의 공공의료 대응 체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대구시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 사고는 지난 2월 말 대구에서 발생했다. 임신 28주 차 산모가 심한 복통과 조산 증세를 보였지만, 지역 내 병원 수용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신고 4시간여 만에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산모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유족 측이 주목하는 대목은 병원들의 거부 자체보다, 그 이후 공공 이송 체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작동했느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구지역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등 여러 병원이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최종 수용 병원을 조정하고 이송을 결정할 공적 시스템이 사실상 멈춰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형사전문 천주현 변호사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의료 거부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병상 부족이나 전문 인력·장비 부족이라면 곧바로 위법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직권 선정 권한이 부여돼 있었는데도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이송이 지연됐고, 그 결과 사망이나 중대한 장애로 이어졌다면 국가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고 했다.
쟁점은 당시 119와 구급상황관리센터가 병원 문의 이후 어떤 추가 조치를 했는지, 직권 이송을 위한 판단이나 회의가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다. 천 변호사는 "7군데 정도 전화만 해보고 더 이상 조치한 게 없었다면 국가 책임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며 "통신 기록과 회의 자료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병원 책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만 천 변호사는 "병원들이 소방당국에 밝힌 수용 불가 사유가 사실이었는지는 결국 소송 과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국가 응급의료 체계의 책임 범위를 가늠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천 변호사는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 앞으로 직권 선정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하나의 시범 소송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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