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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쾌조의 스타트

2026-04-15 06:00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이창수 유락·야행성동물 대표

위기다. 앞선 칼럼에서, 그리고 '대구에서 기획자로 살아남는 법' 강연에서 떵떵거렸던 프로젝트 '대백'이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대백'은 대구의 스몰 브랜드 100개를 꼽아 그들의 '실패'를 오프라인 공간에 전시하는 일종의 실패박람회이자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다. 웹 개발자, 로컬 기획자, 디자이너, 책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등 '드림팀'이 무협(武俠)이란 콘셉트 아래 뭉쳤고, "제2의 불교박람회가 되겠다"며 기세등등 첫발을 뗀 지 딱 1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7~8월쯤 2주 정도…" "네? 이미 꽉 찼는데요?"


문제는 전시장으로 낙점한 북성로 '오픈대구'였다. "거기, 대관료 안 받고 빈 자리 많다던데요?"라는 카더라 통신만 믿고 늑장 부린 게 화근이었다. 관우 장비 조운에 마초 제갈량까지 모셔온 유비의 심정으로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역시 세상 일이 호락호락할 리 없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 같은 IT 거물들이 수억원의 연봉을 내걸고 '스토리텔러'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이제는 누가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졌느냐를 두고 다투는 '서사 전쟁(Narrative Battle)'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서사'란 무엇인가. 결국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불굴의 여정'이다. 사실 뜯어보면 늘 비슷한 얘기다. 이쯤 되면 질릴 법도 한데, 인류는 늘 거짓말처럼 여기에 반응한다. 김명수 매거진 'B' 대표는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소설가인 조광희 변호사는 "핍박 받는 이가 꿋꿋이 인내하며 끝내 증명하는 것"이 감동의 핵심이라 설명한다. 이는 우리가 '실패'에 주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위기는 기회다. '진짜 서사'가 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중은 영리하다. 지어낸 위기? 억지로 짜낸 고난? 귀신 같이 알아챈다. 그런데 장소 섭외부터 삐걱거리는 이 '순도 100%'의 위기란! 서사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일단 쾌조(!)의 스타트다.


예술 문외한인 자영업자들이 뭉친 제1회 '대구앙데팡당전'도 시작은 무모했다. 주어진 시간 3주, 목표는 작가 100명 섭외. 이번 역시 그에 못지않다. 100개 브랜드를 발굴하고 실패를 기록해 전시로 묶어내는 여정은 무척 고되고 험난하겠지만, 끝까지 돌파만 해낸다면 그 자체로 완성된 서사가 될 것이다.


……사실 반쯤 허세다. 솔직히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아 두렵고 불안하다. 그런데 설렌다. 우리조차 예상하지 못하는 이 서사의 결말은 어떻게 기록될까. 부디 끝까지 따라와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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