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복지재단 신경용 이사장 에세이 출간…노년의 삶과 돌봄의 의미를 정면으로 조명
요양원을 생의 끝이 아닌 ‘마지막 집’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책임 성찰
사업 실패와 재기의 삶, 복지 현장의 경험, 문학적 사유를 한 권에 녹여낸 기록
신경용 금화복지재단 이사장
초고령화가 현실이 된 시대, 노년 삶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묻는 목소리는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돌봄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돌봄을 어떤 마음으로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사회복지법인 금화복지재단 신경용 이사장이 최근 펴낸 에세이 '사랑을 짓는 사람-마지막 집에서 배우는 존엄의 기록'은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 책은 요양원을 단순히 생의 말년을 보내는 시설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자는 그곳을 한 인간이 마지막까지 자기 이름과 기억, 체온을 지키며 머무는 '마지막 집'으로 받아들인다. 삶의 끝으로 밀려난 공간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존엄이 훼손돼선 안 되는 자리라는 인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복지 에세이라기보다, 늙어감과 보살핌, 상실과 배웅, 그리고 끝내 사람을 사람답게 남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기록에 가깝다.
신 이사장은 오랜 세월 교육과 사회복지 현장을 오가며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번 책에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직접 마주한 수많은 순간들이 담겼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가족의 발길이 드문 방 안에서 외로움과 씨름하는 이들, 말 대신 표정과 손끝으로 마음을 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담담한 문장으로 그려진다. 동시에 그 곁을 지키는 요양보호사와 복지 종사자, 시설 관계자들의 손길도 함께 비춘다. 한 사람의 하루를 돌보는 일이 결국 한 사람의 생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저자는 현장의 언어로 풀어낸다.
책에서 신 이사장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돌봄이 기술이나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돌봄을 '무엇을 해주는가'보다 '어떻게 곁에 있는가'의 문제로 바라본다.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일, 식지 않은 국 한 그릇을 건네는 일, 굳어버린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주는 일, 조금 느린 걸음에 속도를 맞춰 함께 걷는 일이야말로 한 사람의 마지막 시간을 지탱하는 진짜 힘이라는 것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배려가, 화려한 제도보다 사람의 온기가 더 오래 남는다는 깨달음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전체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돌봄의 길 위에서'는 인간과 생명,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한 인간으로서 지켜져야 할 품위가 무엇인지를 차분히 짚는다. 단지 노인을 위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언젠가 도달할 삶의 마지막 구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2부 '사람을 다시 세우는 복지'는 보다 현장감이 짙다. 실제 복지 현장에서 겪은 다양한 사례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무너졌던 삶이 누군가의 손길 하나로 조금씩 균형을 되찾는 과정, 단절된 관계가 다시 이어지는 장면, 돌봄이 단지 생존을 돕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복지를 시혜나 지원의 언어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세우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한 사람을 온전히 마주 보고, 잃어버린 자기 몫의 자리를 되찾도록 돕는 일이 복지의 본뜻이라는 것이다.
3부 '마음의 풍경'에서는 저자 개인의 삶과 내면이 보다 깊게 드러난다. 자연을 바라보며 얻은 깨달음, 살아오며 겪은 실패와 흔들림,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품게 된 생각들이 문학적 문장으로 정리돼 있다. 앞선 두 장이 복지 현장의 기록이라면, 이 대목은 그 기록을 가능하게 한 한 사람의 내면 풍경을 보여주는 장이다. 덕분에 이 책은 실천의 기록인 동시에 자기 삶을 통과해 얻은 사유의 산문으로도 읽힌다.
책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저자 자신의 인생 궤적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한때 사업 실패로 깊은 절망을 겪었다. 벼랑 끝에 선 듯한 시간 속에서 그는 성공과 좌절, 상실과 회복을 모두 통과했다. 그러나 그 경험은 그를 무너뜨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다. 다시 일어서는 과정에서 그가 붙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였고, 그 체험은 훗날 교육과 복지의 길로 향하는 밑바탕이 됐다.
개인의 성공을 좇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성취를 사회적 나눔과 공동체적 책임으로 확장해 온 삶의 태도는 책의 신뢰를 높이는 대목이다. 복지를 말하면서도 추상적 가치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실패와 회복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얻게 된 확신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돌봄은 이론이나 수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건너온 끝에 도달한 결론처럼 읽힌다.
추천사를 쓴 인사들의 평가도 비슷한 지점에 모인다. 강영신 아시아복지재단 이사장은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일에서부터 존엄을 지키는 복지가 시작된다고 짚었다.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은 배움과 재기를 거쳐 마침내 나눔으로 이어진 저자의 삶에 주목했다. 문무학 문학평론가는 복지의 현장을 문학의 언어로 길어 올린 점을 높이 평가했고, 이재모 대구자원봉사포럼 회장은 돌봄이 철학이 되고 웃음이 치유가 되는 현장의 힘을 이 책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추천사는 단순한 찬사라기보다, 이 책이 복지·교육·문학의 경계를 함께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에 가깝다.
신 이사장은 에필로그에서 복지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또렷하게 적어놓는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사람의 체온만은 식지 않는다고, 복지는 결국 거창한 제도 이전에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기술과 효율, 관리와 시스템의 언어가 앞서는 시대일수록 이런 문장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돌봄의 핵심은 결국 사람을 하나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격과 기억을 지닌 존재로 존중하는 데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는 현장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기록으로 읽힐 만하다. 익숙해진 업무의 반복 속에서 놓치기 쉬운 돌봄의 출발점, 곧 '사람을 향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결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의 노년을 바라보는 자녀 세대에게, 언젠가 늙어갈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묻는 책이기도 하다.
결국 '사랑을 짓는 사람'은 요양원 이야기만을 담은 책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서 지켜지는가, 사람을 끝까지 사람답게 남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를 묻는 책이다. 돌봄이란 누군가를 대신 살아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머물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전한다.
신 이사장은 "돌봄은 누군가를 대신 살아주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마지막까지 자기 삶의 주인으로 머물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일"이라며 "복지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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