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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사는 곳이 계급인 나라 ④] 기업도 일자리도 ‘기울어진 운동장’…수도권행 티켓이 ‘생존권’

2026-04-19 20:32

수도권 본사 비율 77%, 대구경북은 4.6% 그쳐
지난해 대구서 서울로 1만1천명 이동, 77%가 청년층
전문가들 “행정통합·사회적 네트워크 조성 등 대안 필요”

그래픽=염정빈 기자

그래픽=염정빈 기자

'사는 곳이 계급이다'는 말은 일자리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대구경북은 대기업·중견기업 부족으로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대기업이 없으니 협력업체와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결국 인구유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기업 분포로 본 일자리 구조


국내 500대 기업 중 대구경북에 본사를 둔 기업은 '23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 2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국내 500대 기업 본사 소재지'에 따르면, 서울에만 284개(56.8%)가 몰려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숫자는 더 커진다. 인천·경기 101곳(20.2%)으로 500대 기업 중 수도권에 본사가 위치한 비율은 77%에 달한다. 반면 대구경북은 단 4.6%에 불과하다.


업종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서울에는 현대차·기아·LG전자·한국산업은행·하나은행·현대모비스· 한화·KB국민은행·LG화학·GS칼텍스 등 제조·금융·에너지 분야 등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인천·경기에는 현대제철·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네이버 등 반도체·IT 기업이 밀집해 있다. 반면 대구는 한국가스공사·iM뱅크·엘앤에프·티웨이항공, 대동 등으로 금융·에너지·2차전지 일부를 제외하면 산업이 제한적이다. 경북 역시 포스코·한국수력원자력·한국도로공사 등 포스코 관련기업을 제외하면 공기업 중심 구조다.


격차는 산업별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기준 전국 정보통신업 사업체 13만1천273개 중 76.0%(9만9천798개)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종사자도 전체 87만3천769명 중 82.3%(71만8천763명)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구경북의 정보통신 사업체는 5천501개(4.2%), 종사자는 2만7천314명(3.1%)에 불과하다.


연구개발·법률·회계 등을 포괄하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도권에 사업체 14만8천781개(64.1%), 종사자 104만3,622명(69.9%)이 몰려있다. 대구경북은 사업체 1만4천883개(6.4%), 종사자 7만5천572명(5.1%)에 그친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다. 사업체는 6만5천526개(12.2%), 종사자는 48만5,408명(11.7%)이다. 수도권 제조업의 경우 사업체 수가 26만9천325개(50.1%), 종사자는 184만5천92명(44.4%)이다.


이러한 산업 구조 차이는 소득 격차로도 이어진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4년 기준 3만1천374천원이다. 서울은 6천121만5천원으로 약 1.95배 수준이다.


◆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청년들


"대구에서 서울은 성장과 꿈의 도시, 기회를 만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울로 구직활동을 하고 자리잡게 됐습니다."


대구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모두 나온 최윤영(여·33)씨는 2020년부터 서울의 재생에너지 기업에서 근무 중이다. 최씨는 처음부터 서울을 목표로 삼았다. 대구에는 원하는 업종과 기업이 거의 없는 반면 서울에는 다양한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대구와 서울의 일자리를 단순 비교해도 최소 5배는 많다. 연봉, 직무, 복지, 기업 환경 등 선호에 따라 지원하고 싶은 기업의 수에서 차이가 난다"면서 "주거비, 생활비 등이 부담스럽지만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인프라와 기회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부족은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한 1인 이동자수는 1천1천789명이다. 이 중 20~30대가 약 77.9%%(9천181명)를 차지했다. 이러한 흐름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22년 1만2천183명 중 79.4%, 2023년 1만1천562명 중 77.9%, 2024년 1만1천389명 중 77.2%가 20~30대였다.


수도권에서 대구로 옮겨왔다가 다시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뿐 아니라 업무에 필요한 인프라와 정보 접근성에서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서울 교육업계에 종사했던 최지훈(가명)씨는 2024년 대구의 한 중견기업에 신설된 금융 팀으로 이직했다. 경쟁 강도가 낮고 복지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또 새로운 분야가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씨는 2년만에 다시 서울행을 택했다.


최씨는 "금융업은 '사람'과 '정보'가 핵심이다. 관련 기업과 투자사들이 대부분 서울 강남·여의도 등 수도권에 쏠려 있다"면서 " 담당자들과 대면하며 네트워킹을 쌓는 것도 실력이다. 대구에서는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 일자리와 인구 문제 대응 방향


전문가들은 '저부가가치 산업 구조의 전환' '전략적 인프라 구축' '청년이 모이고 싶은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대철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정책의 핵심 과제로 'TK공항(대구경북민·군통합공항)'의 조기 건설을 꼽았다. 그는 "공항은 대기업 유치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물류비 절감을 위한 핵심 매개체가 될 것"이라며 인프라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전략적 산업 재배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자체 간 소모적인 공모 경쟁을 멈추고, 로봇·모빌리티 등 지역별 특화 산업을 중앙정부가 독점적으로 할당할 필요하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을 넘어 중소벤처기업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자체를 지역으로 이전해야 실질적인 기업 집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는 "행정통합을 통해 경제적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일자리와 정주 여건을 갖춘 대구와 원전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진 경북이 결합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AI 시대 핵심요소인 데이터센터 유치 등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희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구조 개선과 함께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구는 교육도시인 만큼 인재가 많다. 그러나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없다보니 인구 유출이 발생한다"며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디지털·콘텐츠·미래 모빌리티·로봇 등 신산업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로봇 산업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청년을 유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네트워크 조성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일자리 개선은 장기 과제인 만큼 당장 실행 가능한 네트워크 구축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는 "서울의 가장 큰 강점은 무궁무진한 사회적 네트워크"라며 "청년들이 모여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커뮤니티 환경을 대구에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발상의 전환과 도시 브랜딩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구는 교통이 편리해 청년들이 이동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평일에는 대구에서 집중적으로 일하고 여가와 문화는 외부와 연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면서 "대구에 있으면 개성 있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유니크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청년 유입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대구국가산업단지전경.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국가산업단지전경.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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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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