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경북 혈액 보유량 3.9일분
올 1분기 작년比 전체 헌혈자 줄었지만
40대~60대 중장년층 헌혈 비율은 늘어
정부 헌혈연령 기준 기존 69세서 상향 검토
대구경북혈액원 헌혈의 집 중앙로센터에서 한 시민이 헌혈을 진행하고 있다. 영남일보db
대구경북 혈액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혈액 보유량이 적정 기준인 '5일분 이상'을 밑돌며, 현재 '3일분'대로 떨어져서다. 최근 혈액 수급 주축인 '젊은 층'의 헌혈자 수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선 현장에선 중장년층 헌혈 비중이 꾸준하다는 점에 주목해 발빠른 '헌혈 가능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0시 기준 대구경북지역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 기준)은 3.9일분(전국 평균 보유량 3.6일분)으로 집계됐다. 혈액형별로는 A형 2.4일, O형 2.7일, AB형 4.3일, B형 6.9일분이다. 혈액 보유량 5일분 미만은 '관심 단계'로 지정된다. 3일 미만은 '주의', 2일 미만은 '경계', 1일 미만은 '심각' 단계로 각각 분류된다.
대구경북 2025, 2026년 연령별 헌혈인원. 대구경북혈액원 데이터 토대로 AI 생성
대구경북혈액원은 현재 혈액 수급 악재가 없는 시기임에도 혈액 보유량이 저조한 원인으로 전체 헌혈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20대층의 인원 감소를 꼽았다. 만 16세부터 69세까지 헌혈이 가능한 상황에서 젊은 층 인원이 줄어들며 혈액 수급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혈액원에 확인 결과 올해 1분기(1~3월) 지역 내 헌혈자는 5만4천557명이다. 전년도 1분기(5만6천983명)보다 2천400여명 감소(4.2%↓)했다. 이 중 10~20대 헌혈자는 2만5천954명으로, 전년 동기(2만9천241명) 대비 약 11% 줄었다. 반면 40~60대 중장년 헌혈자는 1만9천84명으로, 전년 동기(1만8천772명)보다 소폭 증가(1.6%)했다.
혈액원 측은 혈액 수급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방안으로 '헌혈 가능 연령 상향'을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현실적인 헌혈 수요를 감안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71년 혈액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당시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을 고려해 '64세 이하'로 설정됐던 헌혈 가능 연령은 평균 수명 연장에 따라 2009년 만 69세 미만으로 조정된 이후 17년째 유지되고 있다.
대구경북혈액원 정노식 헌혈지원팀장은 "실제 현장에선 젊은 층보단 중장년층의 발걸음이 많다. 오히려 중장년층 유입을 더 유도할 방안이 필요할 정도"라며 "지금은 기대수명이 80~90세에 가깝다. 중장년층 헌혈 비중이 꾸준한 만큼, 헌혈 연령 기준을 조금이라도 높여 혈액 수급 불안정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정부도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헌혈 공백을 메우기 위해 헌혈 가능 연령 상향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헌혈자 선별 기준 개선 연구용역'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헌혈자 연령 상향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 김소영 혈액장기정책과 보건사무관은 "지속적으로 헌혈에 참여해 온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헌혈 가능 연령을 상향해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2년 이내 헌혈 기록이 있는 '다회 헌혈자'를 우선으로 연령 기준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상향 연령대에 대해선 현재 다각도로 논의 중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역시 헌혈 연령 상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북대병원 김은진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미국은 별도의 연령 제한이 없고, 싱가포르의 경우 66세 이상이라도 최근 3년 이내 헌혈 경력이 있고 의사 승인을 받으면 연령과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다"며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료기술의 발달로 노년층의 건강 상태가 과거보다 크게 개선된 만큼, 현행 69세인 기준을 현실에 맞춰 상향할 필요가 있다. 연령 제한 완화가 혈액 수급 안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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