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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네서점 생존 보고서③·끝] 서점들이 손잡고, 지자체가 나서니 활기…‘책의 도시’의 비결

2026-04-20 16:16
전주 완산구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독립서점 에이커북스토어 내부.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취급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전주 완산구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독립서점 '에이커북스토어' 내부.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취급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시대에 도리어 그 흐름을 역행하며 활기를 띠는 도시가 있다. '책의 도시' 전북 전주다. 전주시에 인증된 지역서점은 2021년 76개소→지난해 95개소로 증가해 4년간 2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다.


전주시는 이미 2010년대부터 지역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여기에 서점들의 활발한 소통과 활동이 더해지며 서점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전주의 반전은 동네서점의 활로를 모색하는 대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지는 전주의 사례를 대구가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로 판단하고, 지난 16일 직접 전주를 찾아 동네서점 운영 현황과 정책 효과를 세밀히 들여다봤다.


전국적으로 서점이 감소하는 가운데 전주는 동네서점이 증가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생성형AI>

전국적으로 서점이 감소하는 가운데 전주는 동네서점이 증가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생성형AI>

◆지역 발전에 '책' 주목…市 전담 부서 도서관본부 설치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전주를 '책의 도시'로 선포했다. 전주시는 민선 6·7기 당시 "서울보다 부유할 순 없지만 서울보다 행복한 도시를 지향한다"는 김승수 시장(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의 모토 아래, 자연·책·사람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책이 인간의 감성을 가장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요소로 보고, 동네서점 활성화를 비롯한 다양한 독서문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관련 업무를 전담적으로 추진하는 '도서관평생학습본부'를 꾸렸다. 지자체 단위에서 독서문화 담당 부서를 본부급 조직으로 둔 사례는 전주시가 유일하다. 본부 산하에는 △도서관정책과 △도서관운영과 △도서관산업과 △평생학습과가 있고, 각각 도서관정책·도서문화, 도서관운영, 도서관여행·책문화산업, 평생학습 등의 세부 업무를 수행한다. 상당 규모의 전담 부서가 있다 보니 책과 관련된 여러 정책을 체계적으로 설계·집행할 수 있다.


전주 덕진구 인후동 주택가에 위치한 동네서점 잘익은언어들 내부.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전주 덕진구 인후동 주택가에 위치한 동네서점 '잘익은언어들' 내부.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서점서 책 사면 20% 시가 지원…서점·시민 모두 호응


대표적으로 '책쿵20'은 시민이 지역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협약된 동네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면 포인트(원)를 지급하고, 이를 다시 책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도서관의 경우 1권당 50포인트를, 서점은 단행본 도서에 한해 정가의 20%를 적립한다. 서점에서는 포인트를 책 구매 시 즉시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의 편의성이 높다. 비용을 시가 지원하는 구조라 서점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덕진구 인후동에서 책방 '잘익은언어들'을 운영하는 이지선 대표는 이 제도를 두고 "참 고마운 제도"라고 표현했다. '잘익은언어들'의 경우 학교 인근 주택가에 자리한다. 다수의 서점이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것과 비교하면 시민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책쿵20' 덕에 그나마 생존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시내와 떨어져 있는 데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님들 입장에선 여기까지 방문하는 게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 서점보다 더 큰 혜택을 제공하니 우리 같은 서점들에겐 고마운 제도"라며 "동네서점이 지속하기 쉽지 않은데 이 제도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점 및 시민들의 호응이 높은 전주시의 동네서점 지원 제도 책쿵20.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정가의 20%를 시가 지원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서점 및 시민들의 호응이 높은 전주시의 동네서점 지원 제도 '책쿵20'.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정가의 20%를 시가 지원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이용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영남일보가 전주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책쿵20' 가입자는 5천548명(누적 3만5천여 명)을 기록했다. 포인트 사용 금액은 4억5천만 원, 도서 구입권수는 13만2천여 권에 달했다. 시민들은 물론 서점에서도 호응이 높다 보니 참여 서점도 2021년 28개소에서 지난해 53개소로 증가했다.


지난해 전주책방 활성화 프로그램 일환으로 열린 독서문화 프로그램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지난해 '전주책방 활성화 프로그램' 일환으로 열린 독서문화 프로그램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독서문화 프로그램 지원·투어 코스에 서점 포함해 방문 유도


단순한 소비를 넘어 독서문화 프로그램까지 지원한다. 시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주 동네책방 네트워크'에 대한 민간보조금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동네서점들은 작가 강연, 북토크 독서체험활동 등을 개최했다. 지난해엔 시의 '전주책방 활성화 프로그램'에 10개의 서점이 참여해 23회의 행사가 열렸다. 이밖에도 △동네서점 참여 북페스티벌 △지역 도서관·서점 협력 북큐레이션 △동네책방 릴레이 강연 등 다양한 사업이 이뤄진다.


올해 전주 도서관 여행 코스 중 하나로 선정된 책보책방. 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올해 '전주 도서관 여행' 코스 중 하나로 선정된 책보책방. 키링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지역의 특색이 담긴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서점 방문을 유도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는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는 지역 동네서점을 연계한 신규 코스가 추가됐다. 전주의 특색 있는 도서관을 해설사와 함께 둘러본 후, 서점에 방문해 그 서점만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동네서점·책 문화공간·숙소 등 책을 테마로 한 공간에서 1박 2일간 머무는 체류형 북스테이 '전주서(書) 스테이'를 운영한다. 관광객들이 찾아와 책방을 알릴 수 있고, 책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서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전주 동네책방 네트워크에서 기획·제작한 동네책방문학상 1·2회 수상작품집.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전주 동네책방 네트워크에서 기획·제작한 '동네책방문학상' 1·2회 수상작품집.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제도 개선·동네책방문학상 기획…책방들 간 소통도 활발


무엇보다 서점 공동체에서도 동네서점을 활성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전주에는 2019년 동네서점 10여 곳이 모여 만든 모임 '전주 동네책방 네트워크'가 있다. 동네서점이 살아나기 위한 자구책 모색과 상호 소통을 위한 모임이다. 2020년엔 동네서점 지도 제작, 지역인증서점제 개선 등의 의견을 전주시에 제시했는데, 실제로 반영됐다. 이명규 에이커북스토어 대표는 "정기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동네서점들이 겪는 문제를 공유했다. 당시 문은 열지 않고 납품만 하는 '유령 서점'도 지역인증 서점에 등록돼 있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정비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고, 서점 현장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 서점들의 행정적 효능감도 높은 편이다.


책방지기들이 머리를 맞대다 보니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기도 한다. 전주 동네책방 네트워크는 전국 최초로 '동네책방문학상'을 기획·진행했다. 시, 소설, 에세이 등의 부문을 대상으로 책방별로 수상작을 선정하고, 작품 및 심사평, 수상자 인터뷰·소감·신작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이렇듯 서점들과 지자체가 고군분투한 결과, 전주는 동네서점을 찾는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시민들은 물론 외지인들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동네서점이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완산구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책보책방의 백선옥 대표는 "전주 하면 '책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이미지로 '전주에 가면 동네서점도 가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듯하다"며 "그 영향으로 전주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책방에 자주 방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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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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