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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는 보조금, 관리는 나 몰라라”…대구 곳곳 멈춰버린 전기차 충전기

2026-04-22 18:43

정부 보조금 투입된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 경영난에 가동 중단 발생
행정당국은 사인 간 계약 이유로 개입 난색…사후 관리 체계 부재 지적

지난 15일 대구 동구 경북지방우정청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 전기차 충전시설 운영업체의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사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15일 대구 동구 경북지방우정청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 전기차 충전시설 운영업체의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사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사후 운영관리 부실로 불이 꺼진 대구지역 전기차 충전기들이 100개에 육박하면서 고유가 정국에 영향받지 않기 위해 앞다퉈 전기차를 장만한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운영 주체인 민간 사업자들의 전기요금 등 세금 체납으로 충전기 단전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대구시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민간 계약을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역사회에서 흘러 나온다.


22일 영남일보가 대구시·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 등에 확인 결과, 대구에서 전기요금 체납 등으로 민간 계약이 해지된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99개에 달한다. 민간업체 A사의 경우, 대구지역내 설치된 153개 충전기 중 약 40%인 59개가 운영 중단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업체 B사 역시 기업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충전기 26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운영 중단 사태는 이미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된 상태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지원사업 운영실태' 를 점검한 결과, 한 기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3천개에 대한 전기요금을 미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기차 이용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울화통이 터진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민 최모씨(54·대구 동구 신암동)는 "급하게 충전해야 할 때 충전기가 고장 나 있으면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며 "특히 민간 업체 충전기는 관리가 너무 부실하다. 정부와 대구시가 보조금만 줄 게 아니라, 제대로 관리 안 하는 업체들은 강력하게 퇴출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전기차 충전기 운영 중단 사태를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치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충전기 설치에 대해선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지만, 사후 운영관리는 부지 소유자와 민간 사업자 간 계약에 의해 이뤄진다. 행정기관은 법적으로 중간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셈이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담당하는 대구시 미래모빌리티과 담당은 "개인간 계약 위반 소지가 있어 민사로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최근 전기차 충전 시설 현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는 '충전 시설 설치 신고 제도'가 도입돼 현재 수합 중이다. 일단 명확한 상황 파악부터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와 보급에 편중된 정부 보조금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후부가 내놓은 '2026년 전기자동차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 지침'를 보면, 정부는 충전기 설치 비용의 50% 이내에서 기기당 최대 240만원(11㎾ 기준)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올해에만 총 1천325억원을 투입해 신규 5만기, 교체 1만5천기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실상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운영 단계에서 핵심인 전기요금 체납 관리 등은 사업자 경영 역량에만 맡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업자들이 충전기 운영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의 이면에는 전기요금제의 구조적 모순도 한몫하고 있다. 완속 충전기의 경우, 이용 빈도가 낮더라도 매월 한국전력에 납부해야 하는 기본요금과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수요 예측 없이 보조금 실적을 위해 외곽 지역이나 노후 아파트에 무리하게 설치된 충전기들은 수익은커녕 매달 적자만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사업자들 사이에선 수리나 운영을 재개하기보다 그대로 방치하는 게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조금 지급 방식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행 보조금 정책은 초기 마중물 역할을 끝냈음에도 여전히 설치 시 비용을 주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미래자동차공학부)는 "설치 실적에만 급급한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사람이 가지 않는 오지에 설치돼 녹슬고 방치된 충전기가 수두룩하다"며 "업체들이 설치비를 부풀려 보조금을 청구하는 등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전기를 많이 판매하고, 충전 인프라를 활성화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직된 전기요금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급속 충전 요금도 킬로와트(kW)당 340원 선에 묶여 있다"며 "급속은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로 풀어주고, 완속은 저렴한 잉여 전력을 쓰는 서비스로 퍼뜨리는 식으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만 현재의 충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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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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