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반 학습으로 대구 공교육 미래 디자인하다
서상희 대구시학교운영위원연합회 이사장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받는 뇌 기반 학습(Brain-Based Learning, 이하 BBL)은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를 교육과정에 통합하려는 혁신적인 시도다. 이 이론은 1983년 레슬리 하트(Leslie Hart)의 저서 '인간의 뇌와 인간의 학습'을 통해 기초가 마련됐다. 이후 1991년 레네이트 케인과 제프리 케인(Caine & Caine) 부부가 현장에 적용 가능한 '12가지 학습 원리'를 제시했고, 에릭 젠슨(Eric Jensen)은 '뇌 기반 학습'을 통해 교사들이 수업 지도안에 참고할 수 있는 7단계 프레임을 체계화했다.
2000년대 들어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등 뇌 영상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학습 중에 일어나는 뇌의 변화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BBL은 이론적 가설을 넘어 구체적인 교수 전략으로 정교화되었다. 핵심 원리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패턴화 및 전체와 부분의 동시 처리: 뇌는 정보를 파편이 아닌 유의미한 패턴으로 인식할 때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한다. △공간적 기억 및 다중 감각 활용: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은 장기 기억 형성을 돕는다. △안전한 환경 조성: 뇌는 위협을 느끼면 고등 사고를 중단하지만, 정서적으로 안전할 때 학습 효율이 극대화된다. △메타인지 능력 향상: 스스로 학습 과정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다양한 교육 모델이 이러한 뇌과학적 원리를 공교육 시스템 안에 성공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첫째, 대구 IB(국제바칼로레아) 수업과 자체 개발한 '질문밥 3단계·탐구 7단계' 학습법이다. 질문과 탐구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형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정보를 연결하고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는 '패턴 생성 활동'을 지속한다. 이는 고등 사고 능력인 메타인지를 키우는 핵심 동력이 된다.
둘째, 체험 중심의 늘봄학교와 신체 활동의 강화다. 로봇, 코딩, 예술 등 3천여 개의 프로그램은 추상적인 원리를 구체적인 생활 경험으로 연결한다. 신체 활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해 인지 기능을 높이며, 이러한 다중 감각 자극은 단순 암기를 넘어 실제 삶과 연결된 장기 기억을 형성한다.
셋째, 정서적 안정을 위한 '마음학기제'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이 제도는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마음이 단단해진 아이들이 학습 몰입도도 높다는 것이 대구 교육의 철학이다. 명상과 호흡, 자아 성찰 활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줄이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을 활성화한다.
넷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학습 코칭이다. 2018년부터 시행된 '두뇌 기반 학생 이해 검사'는 인지·정서·동기를 종합 평가해 학습 부진의 원인을 심층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제공되는 맞춤형 '학습 도우미' 역할은 학생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수업 참여 태도를 개선하는 등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이 구축한 교수·학습 모델은 뇌 기반 학습의 정점을 보여준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은 지식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이러한 시도는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뇌 친화적 공교육'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대구 학습법이 축적해 온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교육계에 새로운 영감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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