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 연속 흑자 신화 혼다
전기차 올인 전략에 첫 적자
수도권 몰빵, 대구 기회비용
‘낙하산 공천’ 몰빵 투표 탓
윷판도 4개 말 포개기 금기
박규완 논설위원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의 67년 연속 흑자 신화가 '몰빵' 과욕에 무너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혼다는 2025~2026 회계연도(2025년 4월~2027년 3월)에 최대 23조2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1957년 기업 창립 이래 첫 적자다. 전기차 양산 직전 개발을 중단하며 막대한 손비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혼다는 '제로 살룬' 등 신형 전기차 3종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혼다는 2021년 미베 사장 취임 후 204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한다는 급진 개혁을 추진했다. 내심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겠단 야심 찬 포석이었을 터다. "테슬라를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트럼프의 관세 폭탄, 중국 BYD와의 가격 경쟁 등 '3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백기 투항했다. '전기차 몰빵' 전략의 허망한 귀결이다.
현대차는 달랐다. 내연차,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균형 있는 라인업으로 캐즘을 극복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414만대, 매출 186조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1조4천700억원.
미국 16위 은행 SVB(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원인은 '투자 몰빵'이다. SVB는 고객이 맡긴 예금을 미국 국채나 ABS(자산유동화증권) 같은 증권 투자에만 쏟아부었다. 안정적으로 예대마진을 챙길 수 있는 대출엔 소홀했다. 그러다 2023년 Fed(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국채값이 폭락하자 위기에 몰렸다. 돈줄이 마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IT기업의 예금 인출이 이어졌고, SVB는 보유 국채를 헐값에 팔아야 했다. 투자 손실이 뱅크런을 촉발하며 급기야 SVB는 폐쇄됐다.
혼다와 SVB 서사는 몰빵의 무모함을 각인한다. '몰빵의 덫'이 기업·은행뿐이랴.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은 수도권 몰빵이다. 인구 몰빵, 대기업 몰빵, 명문대 몰빵, 양질 일자리 몰빵, 고가 아파트 몰빵, 심지어 국회 몰빵까지. 국토 면적 11.8%의 수도권 국회 의석은 122석이다. 전체 지역구의 48%에 해당한다. 대구의 심각한 청년 유출, 33년째 1인당 GRDP 꼴찌,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도 수도권 일극 정책의 나쁜 파장이다. 대구 수성구 한 학원엔 'in서울' 대학 합격자 수를 나열한 현수막이 훈장 인양 내걸렸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그 준엄한 서열 앞에 공연히 지방대는 왜소해진다.
혼다의 적자, SVB의 파산처럼 몰빵엔 위험부담이 따른다. 대구의 역진적 경제 실상도 수도권 몰빵의 기회비용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 다극체제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그나마 '5극 3특' 기반의 규제 완화 '메가 특구' 구상이 나온 건 다행스럽다.
몰빵 투표 역시 객쩍은 관성이다. 유권자의 특정 정당 몰빵 성향은 중앙당 전횡을 촉발한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를 대구 지역구엔 국민의힘 대표 측근의 '낙하산 공천' 소문이 나돈다. 투자의 ABC도 포트폴리오, 즉 분산투자다. 하나은행이 '서울 자가의 김 부장'쯤 되는 '일상의 백만장자' 투자성향을 분석한 결과, 금융투자의 포트폴리오는 저축성 54%, 투자성 46%로 배분됐고, 주식, ETF, 실물자산, 가상자산에 고루 투자했다.
윷판에서도 4개 말의 몰빵 행마는 금기에 속한다. 몰빵이 몰살로 붕락할 수 있어서다. 한데 우린 너무 쉽게 몰빵에 탐닉했다. 정책도 투자도 투표도.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 "아직도 몰빵 하십니까?".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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