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한 농가주가 이앙기에 모판을 나르고 있다. <권기웅기자>
광복절 출하를 목표로 한 경북 영주 '8·15광복쌀'이 올해 첫 모내기에 들어갔다. 쌀 소비 침체와 농가 소득 불안을 브랜드화와 조기 출하로 돌파하려는 시도에서다.
27일 오후 경북 영주시 안정면 오계리 최이한(37)씨 논. 모내기 철로는 이른 시기지만 논에는 이미 이앙기가 들어섰다. 이날 심은 벼는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햅쌀로 출하되는 '8·15광복쌀'이다. 영주시와 안정농협은 이날 최씨 농가에서 '2026년 8·15광복쌀 재배단지 첫 모내기 행사'를 열고 올해 광복쌀 생산을 본격화했다.
최씨가 맡은 광복쌀 재배면적은 1만8천488㎡다. 그는 "지역에서 광복쌀을 특화 품목으로 육성하고 판로와 홍보까지 함께 지원한다는 점이 재배 계기가 됐다"며 "광복절에 출하되는 쌀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소비자와 광복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뜻깊었다"고 말했다.
'8·15광복쌀'은 2012년 영주시와 안정농협이 쌀 시장 개방과 소비 감소 속에서 지역 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추석용 햅쌀 브랜드다. 일반 햅쌀보다 출하 시기를 앞당겨 명절 시장을 선점하고, '광복절'이라는 상징을 입혀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쌀을 빨리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애국심과 지역 농산물 소비를 연결한 브랜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앙기가 논에 모를 심고 있다. <영주시 제공>
올해 재배 품종은 조생종인 '진옥벼', '해담벼', '빠르미'다. 병해충에 강하고 밥맛이 우수하며, 추석 전 수확이 가능한 품종들이다. 영주시는 안정농협과 함께 총 20㏊ 규모의 계약재배 단지를 조성해 120t의 쌀을 생산할 계획이다. 재배 농가에는 총 3천만원 규모의 생산장려금도 지원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광복쌀이 일반 쌀보다 단순히 생산량이 많아 이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 최씨는 "수익은 생산량 증가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판로 확보에 따른 가격 경쟁력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조기 재배로 햅쌀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선물세트 상품화까지 가능해 안정적인 거래처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조기 재배는 관리 부담도 따른다. 일반 벼와 재배 방식 자체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생육 시기가 빠른 만큼 병해충 관리와 수확 시기 판단이 중요하다. 최씨는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쌀이라 외관 품위와 품질 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며 "특히 조기 재배 특성상 생육 관리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쌀값 하락과 소비 감소가 농촌의 구조적 고민이 된 상황에서, 영주의 광복쌀은 '언제 팔 것인가'와 '어떤 의미로 팔 것인가'를 함께 묻는 사례다. 엄태현 영주시장 권한대행은 "조기 출하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판로 개척을 통해 영주쌀의 명성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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