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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대구 앞산 해넘이 전망대] 옛 빨래터 물길따라 붉은 노을이 흐른다

2026-04-28 20:22
앞산전망대에서 앞산순환도로 대명교 상공을 가로질러 하늘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중간에 하트 모양의 포토존이 있는데, 퍼포먼스와 이벤트를 위한 장이기도 하다.

앞산전망대에서 앞산순환도로 대명교 상공을 가로질러 하늘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중간에 하트 모양의 포토존이 있는데, 퍼포먼스와 이벤트를 위한 장이기도 하다.

해질 무렵 앞산순환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달려본 사람은 안다. 하늘다리 아래 살짝 언덕진 대명고가도로를 슬렁 넘으면 떨어지는 해가 투척하는 빛을 온몸으로 맞게 된다는 것을. 눈을 가늘게 뜨고 달릴 뿐, 각박하여 노을도 어스름도 맞지 못하지만, 도롯가 해넘이전망대에 우뚝 선 사람들을 일순간 오래 바라보곤 했다. 그 순간에 대해 말하자면, 환기를 위한 약간의 추억을 따라가야 한다. 너무 멀리는 말고, 살짝만.


앞산 빨래터 공원. 앞산자락에서 흐르는 지하수가 모이는 골짜기로 유명한 빨래터였다. 앞산순환로가 생기면서 빨래터의 기능을 잃었고 이후 공원이 되었다.

앞산 빨래터 공원. 앞산자락에서 흐르는 지하수가 모이는 골짜기로 유명한 빨래터였다. 앞산순환로가 생기면서 빨래터의 기능을 잃었고 이후 공원이 되었다.

두 그루 수양벚나무가 차양과 같은 그늘을 드리운다. 펼쳐진 가지가 넓고 무성해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야만 빨래터가 보인다. 꽃 시절에는 포토 스팟으로 난리가 난다.

두 그루 수양벚나무가 차양과 같은 그늘을 드리운다. 펼쳐진 가지가 넓고 무성해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야만 빨래터가 보인다. 꽃 시절에는 포토 스팟으로 난리가 난다.

빨래터 주차장 옥상에 너른 잔디 광장과 공연장이 있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축제, 해넘이 축제, 각종 음악회, 패션쇼 등 남구청 주체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빨래터 주차장 옥상에 너른 잔디 광장과 공연장이 있다.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축제, 해넘이 축제, 각종 음악회, 패션쇼 등 남구청 주체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 앞산 빨래터 공원


대구 남구 대명11동 일대는 옛날 골안골(谷內)이었다. 앞산자락에서 흐르는 지하수가 모이는 골 안의 골이었다. 맑은 물 때문에 무당들이 많이 찾아들어 '무당골'이라고도 했다. 물은 골짜기 아래로 길게 흘러내려 서부정류장 뒤편을 지나 대명천과 만났다고 한다. 물길을 따라 초가집과 기와집이 들어서 있었다. 개울가는 빨래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멀리 시내의 여관에서 이불 빨래를 싣고 올 만큼 골안골은 유명한 빨래터였다. 개울물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으며,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았다고 전한다. 1975년경 앞산순환로가 개통됐다. 길은 골안골로 슬렁 내려서는 2차선도로였다. 일몰 전에 어둠이 먼저 오는 골짜기였다. 앞산순환로는 1997년 즈음 확장되었다. 골 위에 걸쳐진 대명고가도로도 그때 생겼는데 원래 이름은 대명교다.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산 아래 선상지는 점차 도시화되었고 물길은 복개되었다. 빨래터는 기능을 상실한 채 도로 옆 작은 개울로 남아있었다. 옛 2차선 길가 좁은 인도를 따라 늘어서 있던 키 낮은 집들, 대문 평지붕 위에서 발돋움하던 화분들, 오래된 작은 슈퍼 앞에 하릴없이 앉아있던 명랑한 노인들의 모습이 선명히 기억난다. 그 때도 이곳은 '앞산 빨래터'라 불렸다. 앞산에 남은 유일한 빨래터였고 여전히 사람들이 모이는 추억의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은 앞산순환로의 확장 공사가 시작되었던 1994년부터 주민 화합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다고 한다. 2007년 여름, 빨래터 일대는 다목적공원으로 변모했다. 2010년부터 2015년에 걸쳐 안지랑 곱창골목, 앞산 카페거리, 앞산 맛둘레길 등이 조성됐다. 그리고 2020년 앞산 해넘이전망대가 세워졌다. '빨래터 공원의 역사 및 문화 자산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현재의 빨래터공원은 2023년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 너른 공간이 필요했다.


두 그루 수양벚나무가 빨래터에 차양과 같은 그늘을 드리운다. 펼쳐진 가지가 넓고 무성해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야만 빨래터가 보인다. 빨래터는 조그마한 벽천을 가진 계류형의 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지금 흐르는 물은 없는데, 물 흐르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벚꽃은 이미 졌고 햇살 좋은 화단에 마가렛이 한창이다. 봄까치꽃도 조금, 민들레도 조금, 별꽃도 조금 피었다. 빨래터 뒤편으로 전망대 아래까지는 숲이다. 영산홍이 한창이고, 장미는 꽃봉오리를 꽉 오므린 채고, 산사나무 하얀 꽃망울은 내일 활짝 피어나겠다. 빨래터 옆은 커다란 주차장이다. 옆구리에 작은 공연장을 안고 있고 옥상에 너른 광장과 큰 공연장을 이고 있다. 전망대로 가려면 숲길이 이끄는 대로 가도 되고, 너른 광장을 가로질러도 된다.


앞산 해넘이 전망대. 높이 13미터로 앞산 빨래터공원의 역사를 담아 빨래 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앞산 해넘이 전망대. 높이 13미터로 앞산 빨래터공원의 역사를 담아 빨래 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전망대의 일몰은 여름에는 와룡산 너머로 해가 지고 가을로 접어들면 점차 가야산 쪽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전망대를 기준으로 서북쪽이다.

전망대의 일몰은 여름에는 와룡산 너머로 해가 지고 가을로 접어들면 점차 가야산 쪽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전망대를 기준으로 서북쪽이다.

◆ 앞산 해넘이 전망대


너른 광장을 가로지른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편안한 기울기의 램프다. 보행약자와 느긋한 산책자를 위한 길이다. 몇 걸음 만에 '83타워'와 눈이 맞는다. 아무래도 두류타워가 친숙하다. 뒤로는 팔공산이 장엄한 선을 그린다. 오를수록 세상은 나를 축으로 부채꼴로 펼쳐진다. 오래되고 새로운 길들이 아래쪽 들판으로 이어지는데, 들판은 건물들로 빼곡하다. "언니야, 거기함 서봐라." 중년의 한 여인이 들뜬 음성으로 말하자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작은 체구의 여인이 그 자리에서 천천히 돌아선다. 단단하고 정돈된 몸짓과 표정을 보며 마가렛 꽃을 떠올린다. 그녀의 발아래에 이팝나무 우듬지가 하얗고 빼곡한 들판 또한 하얗다.


앞산 해넘이 전망대는 빨래 짜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약간 88올림픽 성화봉이 연상된다. 사방이 유리창인 전망대 내부는 그리 크지 않다. 이곳의 일몰은 여름에는 와룡산 너머로 해가 지고 가을로 접어들면 점차 가야산 쪽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전망대를 기준으로 서북쪽이다. 와룡산은 아파트 단지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고 먼 가야산은 오늘 뿌연 대기 때문에 매우 희미하다. 두 산 사이 다른 건물들 보다 조금 더 높은 저 아파트를 기억한다. 언젠가 공사 중이던 아파트가 충분히 높아졌을 때, 그 수직의 건물 사이 좁은 틈에 태양이 걸린 것을 보았다. 태양빛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건물의 곧은 선을 벌겋게 태우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편으로 퇴장해버렸고, 아파트는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듯 멀쩡했다. 가을과 가까운 여름날이었나 보다. 오늘 태양은 와룡산 부근으로 질 것이다.


전망대에서 하늘다리를 건너면 숲속 책 쉼터와 앞산자락 길로 연결된다. 앞산 봉우리에 전망대가 조그맣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하늘다리를 건너면 숲속 책 쉼터와 앞산자락 길로 연결된다. 앞산 봉우리에 전망대가 조그맣게 보인다.

숲속 책 쉼터. 애초 도심형 캠핑장으로 준공되었다가 책 쉼터로 용도 변경됐다. 쉼터 공간은 펜션형, 게르형, 돔형이 있고 6인용부터 3인용까지 16개동이다.

숲속 책 쉼터. 애초 도심형 캠핑장으로 준공되었다가 책 쉼터로 용도 변경됐다. 쉼터 공간은 펜션형, 게르형, 돔형이 있고 6인용부터 3인용까지 16개동이다.

숲속 책 쉼터 배후의 숲이 멋지다. 청량한 숲 속에 산책로와 명상을 위한 소박한 시설물들, 황토볼 장과 오두막 쉼터, 어르신 놀이터와 운동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숲속 책 쉼터 배후의 숲이 멋지다. 청량한 숲 속에 산책로와 명상을 위한 소박한 시설물들, 황토볼 장과 오두막 쉼터, 어르신 놀이터와 운동기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 하늘다리 건너 숲속 책 쉼터


전망대에서 앞산순환도로 상공을 가로질러 하늘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를 건너면 앞산의 오래된 숲으로 들고, 그 중 가까운 숲에는 '숲속 책 쉼터'가 자리한다. 첫 인상이 펜션촌 같았는데 사실이었다. 이곳은 2023년 도심형 캠핑장으로 준공된 곳이다. 그러다 개장 전 건축법 위반이 드러나면서 책 쉼터로 용도를 변경했다. 쉼터 공간은 펜션형, 게르형, 돔형이 있다. 6인용부터 3인용까지 16개동이 있고 쉼터형태와 이용시간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어린 아이들과 색다른 시간을 보내기 좋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주말은 예약 잡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소문이 있다. 작고 예쁘고 멋있는 도서관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다. 책은 관리동의 3개 방에 비치되어 있다. 기증받은 책이 6천여 권이라 한다. "독서모임 같은 거 하기 좋겠네." 쉼터를 휘 둘러보던 부부의 대화가 귀에 쏙 박힌다.


숲속 책 쉼터에서 예쁘고 멋있으면서 커다란 것은 배후의 숲이다. 청량한 숲 속에 산책로가 있고 명상을 위한 소박한 시설물들이 있다. 황토볼 장과 오두막 쉼터가 있고 어르신 놀이터와 산 아래 도시를 바라보는 운동기구들이 있다. 산책로는 앞산자락 길과 연결되는데 6구간 '소원성취 길'의 가운데 쯤 된다. 운동을 하고 숲을 거니는 어르신들이 꽤 많다. 혼자 어르신 놀이터에서 가슴을 활짝 펴 본다. 척추가 탁탁탁탁 소리를 내고, 고통스러운 하늘가 봉우리에 앞산 전망대가 보인다. 해 질 무렵 앞산 전망대도, 앞산 해넘이 전망대도, 83타워도, 도시도 불을 켤 것이다. 그렇게 일몰은 관대하고, 언제나 다정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대구 도시철도 1호선 대명역 앞 신협 옆길 따라 700m 정도 오르면 앞산 빨래터 공원이다. 도시철도 이용 시 대명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전망대 이용료는 무료, 빨래터공원 주차장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시간 무료, 1시간 초과 최초 30분 400원, 30분 초과 시 10분에 200원, 야간은 무료다. 숲속 책 쉼터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매주 월·화요일은 휴무다. 대구시통합예약시스템으로 예약 후 현장결재 해야 한다. 쉼터를 제외한 도서관, 카페, 잔디광장은 예약 없이 무료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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