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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제2차 세계대전

2026-05-08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2002년 5월8일 '타는 목마름으로'의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시인도 아니고 문학이론가도 아닌 나는 '타는 목마름으로'가 그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시가 그런 우러름을 받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타는 목마름으로'를 처음 본 1975년 2월17일 동아일보 지면은 잊지 못한다.


김지하는 1974년 4월 내란선동죄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채 옥에 갇혀 있었다. 그러자 사르트르, 보부아르, 촘스키 등 세계적 지식인들의 석방 요구가 빗발쳤다. 박정희 정권은 마지못해 형 집행정지로 그를 가석방했다.


풀려난 김지하는 투옥되어 있는 상당수 정치범들이 무죄이며, 박정희 정권이 사건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된 것도 이 때였다. 신문에 실린 시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김지하는 다시 감옥에 갇혔다.


김지하의 시에 '빈 산'이 있다.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저 아득한 산/ 빈 산(중략)


한 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숲일 줄도 몰라라"


'빈 산'은 제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한다. 1945년 5월8일 독일이 항복 문서에 서명했다. 일본은 더 버티다가 9월2일 무릎을 꿇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전개되는 동안 5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지하 시 속의 산은 사람살이의 터전을 뜻한다. 1945년 10월24일 인류는 UN을 창설하면서 다시는 산이 텅 비지 않기를 바랐다. '모든 인간은 인종, 종교, 신념에 상관없이 양도될 수 없는 신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공자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 인(仁)이라 했다. 내가 싫은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 누군가가 나를 고문하고 죽이고 내 것을 빼앗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나도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된다.


기원전 500년 무렵에 나온 공자의 소박한 가르침을 왜 인류는 아직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역사는 발전한다는데 어째서 그 역사를 만들고 쓰는 인류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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