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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이승만은 건국 대통령인가

2026-05-08 06:00
광복회 대구지부장

광복회 대구지부장

오늘날 일부 단체가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절'로 규정하고 특정 인물을 '건국대통령'으로 호명하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사업회의 이러한 시도는 역사에 대한 편향된 해석일 뿐 아니라, 헌법이 천명한 국가 정통성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역사는 선택적으로 취사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축적해 온 공적 자산이며, 그 해석 또한 신중하고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이라는 문장은 우리 국가가 단절된 신생국이 아니라, 반만년 역사와 문화의 연속선 위에 서 있음을 선언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고대 국가 형성에서부터 이어져 온 민족사의 흐름과 정체성을 계승한다는 헌법적 선언이다. 이러한 역사 인식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느 특정 시점에 갑자기 '건국'된 나라가 아니며, 시대마다 축적된 역사적 경험이 오늘의 국가를 형성해 온 것이다.


더 나아가 헌법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명시한다. 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미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제를 표방한 정통 정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1919년 3·1운동의 거대한 민족적 항거 속에서 수립된 임시정부는 국권을 상실한 상황에서도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선언했고, 이후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 기능했다. 또한 국제사회에 한국인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외교적 창구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의 실체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따라서 1948년은 새로운 국가의 '창건'이 아니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주권을 회복한 '정부 수립'의 해로 이해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인물을 '건국대통령'으로 규정하는 주장은 역사적 맥락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다.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존재를 국가의 출발점으로 과장하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헌신과 임시정부의 역사, 그리고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민족사의 연속성을 지워버리는 오류에 빠질 뿐만 아니라 임시정부를 부정하지 않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오히려 욕보이는 일이다. 더구나 이러한 단선적 인식은 역사 속 다양한 주체들의 공헌을 배제함으로써, 공동체 기억을 편협하게 만드는 위험을 내포한다.


역사는 특정 인물의 업적을 기념하는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정체성과 가치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건국절 논쟁은 단순한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역사적 기반 위에 서 있는가를 묻는 문제이다. 헌법이 이미 답하고 있듯, 대한민국은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민주공화국이다. 이러한 인식은 과거를 존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국가 운영 원리를 성찰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역사 인식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적 편향에 따라 역사를 재단하려는 시도는 결국 사회적 갈등만을 증폭시킬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어느 한 시점이나 한 인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 엄연한 사실을 외면한 채 '건국'을 독점하려는 주장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며, 우리는 보다 성숙한 역사 인식 위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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