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님이 로그를 올렸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들면, 이미 하루를 시작한 친구들의 셋로그 알림이 떠 있다. 기자 역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방 천장을 찍어 "아침이 또 왔구나"하는 멘트로 간단히 일상을 공유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로그에는 "오늘도 힘내" 라는 친구의 짧은 응원 코멘트가 하나 달린다.
이것이 요즘 2030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SNS 앱 '셋로그(SETLOG)'다. 정각마다 눈앞의 일상을 딱 2초간 찍어 올리는 이 단순한 앱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더니,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이후 이용자 수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 앱에는 화려한 편집 기술도, 그럴싸한 필터도 없다. 하루가 끝나면 일상의 짧은 순간들이 쌓인 하나의 브이로그가 될 뿐이다. 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능을 더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냈기 때문이었다.
셋로그에는 조회수·팔로워·좋아요 같은 지표가 빠져 있다. 초대된 친구끼리만 일상을 공유할 수 있고, 반응도 이모지나 짧은 코멘트 정도에 그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의 손잡이, 대충 때우는 점심 한 끼, 서류로 어질러진 책상, 잠들기 전의 어두운 방 안.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장면은 찾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오래도록 과시의 순간 속에서 살아왔다.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붙이며,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하며 반응을 살폈다. 열심히 보정한 사진의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했고, 끊임없이 '행복한 나'를 확인받고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셋로그의 흥행은 이런 피로감이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사람들이 SNS에게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드러낸다.
매일 안부를 묻지 않아도 서로가 닿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 반짝이는 타인의 삶들 사이에서 내 하루만 유독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던 그 외로움이, 사실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 셋로그가 만들어낸 건 콘텐츠가 아니라 그 온기였다.
팔로워 1만 명보다 친한 친구 다섯 명. 화려한 릴스 한 편보다 흔들리는 2초짜리 영상 열두 개. 셋로그가 순간의 유행으로 끝날지,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다만 분명한 건, 숫자에 매달리던 SNS에서 한 발 물러나 꾸밈없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흐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수만 명의 팔로워가 아니라, 내 오늘을 있는 그대로 알아봐 줄 몇 명의 친구였을지도 모른다.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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