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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신규용의 ‘교실에서 찾는 교육’…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2026-05-08 06:00

일상 속 작은 배움이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신규용 대구 사월초 교사

신규용 대구 사월초 교사

5월이 되면 교실은 바쁘게 돌아갑니다. 바로 어린이날 때문입니다. 어린이날은 아이들을 위한 날이기도 하지만, 교사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되는 날입니다. 특별한 날에 하는 활동에 교사가 교육적인 의도를 담으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의미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소소한 이벤트로 아이들과 라포(Rapport)를 형성하려고 하고,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하고, 아이들의 꿈을 표현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학교에서 의기투합한 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을 위한 노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학교와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가를 지금의 감성에 맞추어 새롭게 편곡하였습니다. 점심시간에 기타 치며 연습하는 저에게 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묻습니다. "선생님, 무슨 노래예요?" 한참을 듣던 아이들이 교가임을 알아채고 몰입하는 순간, 교사의 촉이 발동합니다. '지금이 교육의 기회가 되겠다' 싶어, 편곡으로 바뀐 음악 요소를 설명해 주고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아가 교가 가사에 나오는 '성암산'과 '금호강'을 사회 시간에 배운 지식과 연결해 우리 동네 지형까지 짚어봅니다. 좋은 교육의 기회는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일상 속 작은 순간으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교육을 이야기할 때 흔히 등장하는 구호가 있습니다. 바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참 따뜻하고 이상적인 선언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아이들을 포기해 왔다는 가슴 아픈 고백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아이들을 포기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교에서의 일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교실에는 최신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에듀테크 등 새로운 교육 정책들이 끊임없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최신 교육 프로그램도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교육입니다. 문제는 이런 거창하고 화려한 수업만이 진정한 '미래 교육'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화려한 이벤트를 소화하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교사는 정작 일상의 소소한 교육 기회를 놓치게 되고 결국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은 교실에서 조용히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은 지금, 제발 교육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말하는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교실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발견하는 소소한 교육의 기회에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아우성입니다. 특히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은 아이들이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기초 지식과 기본 소양을 익히고 내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일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공교육의 지상 과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미래 인재 양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실에는 토론, 프로젝트, IB 등 많은 학습 이벤트가 넘쳐납니다. 앞서 말했듯 이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도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기초가 없다면 이렇게 쌓아 올린 창의성은 모래성과도 같습니다.


탄탄한 기초는 화려한 최신 수업이나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교사와 눈을 맞추며 읽고 쓰는 평범한 일상에서 만들어지고, 교육은 그 위에 쌓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선생님의 지지와 응원 속에 연필을 바로잡고, 획을 쓰는 방법을 지켜서 또박또박 글씨를 쓰는 것이 기초를 다지는 데는 매우 중요한 일상입니다. 아이가 열심히 집중하는 그 순간, 해야 할 과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획을 쓰는 방법을 지켜서 또박또박 한자 한자 써 내려가는 그 순간, 한글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글씨를 쓰는 기초를 바탕으로 교육을 쌓아 올리는 순간들입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은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성 정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소소한 일상에서 배움의 기회를 찾는 교사와 교실에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화려한 교육 이벤트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교사와 아이들이 교실에서 발견하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 작은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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