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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AI로봇 수도 대구입니다③] 대구의 ‘AI두뇌’가 될 수성알파시티

2026-05-10 16:16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 이끄는 비수도권 최대 ICT 단지
무선 툴체인저·자율작업 로봇 등 차세대 기술 현장 실증
‘글로벌 AX R&D 허브’ 지정, 지역 산업 혁신 동력 확보
“조립도 못 하는 로봇 집적지”…입지 규제와 인프라 부재가 성장의 발목
제조 라인 유치 집착 버리고 ‘글로벌 SW R&D 거점’ 노려야

수성알파시티 전경. 영남일보DB

수성알파시티 전경. 영남일보DB

대구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전통 제조업이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금속 가공과 자동차 부품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구조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이라는 SW(SW) 엔진을 달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비수도권 최대 ICT 집적단지인 수성알파시티가 있다. 수성알파시티는 단순한 기업 입주 공간을 넘어 지역 제조 현장에 'SW 두뇌'를 이식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의 전초기지로 기능한다. 현장의 핵심 로봇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기술적 성과와 생태계 현황을 진단하고, '로봇 수도'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산업계의 현안을 짚어본다.


◆ SW 본사 따로, HW 제조 따로…"비효율적"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알파시티 내 로보아이 사무실에서 김대영 대표이사가 로봇 자동화 기술의 활용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알파시티 내 로보아이 사무실에서 김대영 대표이사가 로봇 자동화 기술의 활용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9일 오전 수성알파시티의 한 공터. 무성히 자란 풀 사이로 <주>로보아이의 다목적 로봇 'ANYBOT(애니봇)'이 울퉁불퉁한 경사면을 부드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험지 이동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개발자가 조이스틱으로 조작했지만, 애니봇은 탑재된 비전 머신러닝 기술로 지면의 장애물을 인지하고 조향 장치를 틀어 '게걸음'으로 장애물을 빠져나가는 유연함을 가졌다. 로보아이는 단순한 자율주행 이동(AMR) 플랫폼을 넘어 비정형 현장의 수많은 변수를 스스로 학습하고 이동 중에도 작업 품질을 유지하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포항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원활한 SW 개발 인력 확보를 위해 2023년 2월 수성알파시티로 본사를 이전했다. 실제로 개발 인력 수급이 원활해졌다. 김대영 로보아이 대표는 수성알파시티의 장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 기업이 집적돼 있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로봇 기업 입장에서는 혼자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AI, SW, 데이터, 클라우드, 통신, 보안 기업들과 가까이 있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로봇은 기계만으로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라, SW와 데이터, AI가 결합돼야 완성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이철수 <주>유엔디 대표가 자사의 독자적인 마그네틱 기술을 적용한 맥봇을 소개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지난 6일 오후 이철수 <주>유엔디 대표가 자사의 독자적인 마그네틱 기술을 적용한 맥봇을 소개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유엔디 관계자가 협동로봇 모니터를 보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유엔디 관계자가 협동로봇 모니터를 보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동현 기자

앞서 지난 6일 오후 구미 산업단지 내 위치한 <주>유엔디 제조 사업장. 모니터를 주시하며 협동로봇의 자율형 툴 체인징(ATC) 시스템을 점검하는 개발자 손길이 분주하다. 에어 컴프레서가 필수적인 전통적 공압 방식과 달리, 독자적인 스위칭 마그네틱 기술을 적용한 '맥봇(MAGBOT)'은 0.2초 만에 로봇의 끝단(툴)을 소음 없이 교체했다. 복잡한 전원 케이블과 호스가 사라진 '에어리스 팩토리(Airless Factory)'의 실제 모습이다. 유엔디의 맥봇은 단순한 부품을 넘어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도구를 선택하는 '피지컬 AI 에이전트(Physical AI Agent)' 완성을 위한 핵심 인터페이스다. 이철수 유엔디 대표는 "수성알파시티 본사가 하드웨어의 제약을 SW로 극복하는 SDR(Software Defined Robotics) 시대를 주도하는 '두뇌'를 설계한다면, 개발제한구역 규제를 피해 구미에 별도로 마련된 이곳 공장은 하드웨어 조립과 전장 테스트를 전담하며 로봇에 물리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알파시티 입주기업 현황 및 성장률. <대구시 제공>

수성알파시티 입주기업 현황 및 성장률. <대구시 제공>

수도권 이남 최대 SW·ICT산업 집적지로 평가받는 수성알파시티는 로보아이, 유엔디 등 로봇 기업뿐 아니라 2025년말 기준 302개 기업, 6천300여명 인력이 상주하며 연간 1조 3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는 거대 생태계로 성장했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동력도 확보했다. 지난해 총사업비 5천510억 원 규모의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확정했다. 국가AI위원회가 수성알파시티를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실증과 상용화를 주도할 '글로벌 AX R&D 허브'로 공식 지정했다. 하드웨어 대량 생산에 치중했던 대구가 AI SW 융합 중심의 디지털 거점으로 국가적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 규제혁파·정주여건 개선해야 기업·인재 몰린다


외형적 성장 뒤로는 현장의 낡은 규제와 열악한 인프라가 생태계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 수성알파시티 입주 로봇 기업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족쇄는 '제조 시설 입주 제한'이다. 알파시티에 본사를 둔 로봇 기업 대부분 다른 산업단지 내 제조시설 사업장을 따로 두고 있다. 환경물질이 배출되는 직접 제조와 달리 제작된 부품을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것도 수성알파시티에선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수성알파시티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조건에 묶여 외부 가공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공정까지 '제조업'으로 묶여 금지된다. 로봇 기업들은 폐수나 공해를 유발하는 전통 제조 공장과 달리, 사무실 환경에서 SW를 입히고 기구부를 조립·테스트한다. 그럼에도 획일적인 규제 탓에 연구소에서 두뇌를 개발하고, 몸체 조립을 위해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타 산단으로 장비를 이동해야 하는 구조적 비효율을 겪고 있다. 실질적 가공 공정이 없는 첨단 로봇 조립 시설에 한해 입지 규제를 풀어 연구개발과 조립 거점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일 수성알파시티에서 만난 최종태 대경ICT산업협회장. 이동현 기자

지난 7일 수성알파시티에서 만난 최종태 대경ICT산업협회장. 이동현 기자

기본적인 정주 여건과 예산 지원 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종태 대경ICT산업협회장은 "8천600억 원을 투자해 1조 넘는 매출을 내는 단지에 300~400명이 들어갈 강당이나 회의장도 없다"며 공간 인프라 부재를 지적했다. 청년 개발자들의 이탈을 막고 기업 간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해 민간 주도의 커뮤니티 센터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술 개발을 뒷받침할 자본과 시스템도 부족하다. 그는 초기 스타트업이 즉각 활용할 수 있는 GPU 및 서버 기반의 소규모 AX 지원 인프라 보급과 지역 우수 벤처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펀드 확대를 촉구했다. 최 회장은 "대구 AI 기업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기술을 자동 매칭하는 '24시간 온라인 비즈니스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며 제안했다.


◆ "대기업 유치 필수적, SW 연구소를 유치하면 돼"


지난 7일 오후 만난 민정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원장. 이동현 기자

지난 7일 오후 만난 민정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원장. 이동현 기자

자본과 인재의 맹목적인 수도권 쏠림을 극복하는 근본적 체질 개선도 논의된다. 민정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 원장은 수성알파시티가 기술 보유 단계에서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변곡점에 섰다고 진단하며, 대구가 거대 장치 산업 유치에 매몰된 기존 전략을 '글로벌 SW R&D 거점'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반도체나 기계 제조 라인은 수조원의 막대한 투자금에 비해 자본 회수에만 최소 5년이 걸리고, 엄청난 전력과 용수가 소모돼 대구의 현실적 입지 조건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또 중소 제조업체들이 자금 압박으로 고가의 국산 완성형 로봇을 생산 라인에 즉시 투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무리한 완제품 조립보다는 핵심 부품(이미지 센서, 제어 반도체)과 AI SW 원천 기술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원장은 인도의 '벵갈루루'를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했다. 삼성이 벵갈루루에 수천 명 규모의 SW 연구소를 두고 본사와 시차를 활용해 24시간 코딩 및 테스트를 진행하듯 대구 역시 글로벌 빅테크 및 수도권 대기업의 'SW 연구소'를 유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형 제조 라인과 달리 SW연구소는 초기 물리적 인프라 투자비가 적고, 코딩 중심의 실행 업무를 지역 대학 출신 인재들로 충당할 수 있어 인력의 락인(Lock-in) 효과가 크다.


민 원장은 "부족한 자금력에 R&D에 한계를 겪는 중소기업을 대신해, 대학의 기초 연구와 기업의 상용화 수요를 연결하고 기획하는 지방정부 차원의 전담 코디네이팅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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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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