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명사 특강
“극단적 이기주의는 극단적 이타주의
자신뿐만 아니라 남도 돋보이게 해야
시행착오로 부딪히면 좋은 연출 나와”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지난 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로비에서 '연극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고 연출가는 "방향만 맞으면 속도는 상관없다"며 젊은 창작자들에게 조급함보다 자신만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온라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관객과 배우가 직접 만나 감정을 주고받는 순수예술이 있다. 연극이다. 연극은 같은 시공간 안에서 배우들의 숨소리와 움직임, 관객의 반응이 뒤섞이며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장르보다 살아 있는 극을 구현한다. 그렇다면 '좋은 연극'이란 무엇일까. 이 '좋은 연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스타 연출가' 고선웅을 찾아갔다.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인 고선웅 연출가는 요즘 연극계 '대세'다.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으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낙타상자' 등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아왔다. 2016년엔 대한민국 문화발전유공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대통령 표창을 받고, 지난해엔 백상예술대상 연극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가 지난 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명사 특강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연극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고 연출가는 "연극을 오래 했지만 막상 '연극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참 겁이 난다"면서도 "그저 제가 겪으며 배운 삶의 기술들을 편하게 나누고 싶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특유의 소탈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의 웃음을 끌어내면서도, 연극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줬다.
지난 1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찾은 고선웅 연출가. 이날 고 연출가는 강연을 통해 좋은 연출은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이날 강연에서 고 연출가는 '거꾸로 보기'를 반복해 강조했다. 연극은 배우와 연출, 스태프 등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드는 작업인데, 각자 생각과 방향이 다르기에 자신의 계획만으로는 결코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 이를 두고 그는 "인생도 연극도 오히려 거꾸로 생각해야 보이는 게 있다"면서 "극단적 이기주의는 극단적 이타주의와 같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 배우들의 동선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서는 결국 상대 배우가 잘 보여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연극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로 '잘하려는 마음'을 꼽았다. 배우가 과하게 감정을 몰입하면 관객은 "연기 잘한다"는 인상만 받을 뿐, 인물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기는 관객이 '저 배우 연기 잘하네'가 아니라 '저 사람 정말 나쁜 사람 같다' '정말 슬픈 사람 같다'고 느껴야 해요. 연기하지 않는 것이 진짜 연기입니다."
극 창작과 연출에 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젊은 창작자들이 극을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하지만, 사실 좋은 연출은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뛰거나 누워서 대사를 쳐보게도 하고, 안 맞으면 또 다른 걸 시도해 보면 됩니다. 그렇게 막 하다보면 연극이 됩니다."
이어 그는 "20~30대 창작자들은 지금 당장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굉장히 크다"면서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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