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514021392486

영남일보TV

  • [영상]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경제공약 발표 ‘국내외 대기업 유치로 경제 바꾸겠다’
  • [영상] 김부겸·추경호 나란히 출사표…6·3 지방선거 대구 시장 후보 등록 시작

[정만진의 문학 향기] 무명 교사 예찬

2026-05-15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해마다 5월15일이면 미국 프린스턴대학 영문과 교수 헨리 반 다이크의 이름이 많이 거명된다. '무명 교사 예찬'이라는 시 덕분이다.


'그를 위해 부는 나팔은 없고/ 그를 태우려고 기다리는 황금마차는 없다/ 그의 가슴을 장식할 금빛 찬란한 훈장도 없다/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이 뒷날 되돌아 와/ 그를 기쁘게 하나니/ 이것이야말로 그가 받을 유일한 보상이다/ 그는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한다'


반 다이크는 노래했다.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자는 무명의 병사이다./ 위대한 교육학자는 새로운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지만/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로다'


알베르 카뮈는 그 사실을 증언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카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마자 초등학교 때 담임 교사 루이 제르맹에게 가장 먼저 감사 편지를 썼다.


빈민촌 아이 카뮈는 중학교에 진학할 형편이 못 되었다. 제르맹 선생은 매일 두 시간씩 카뮈를 따로 가르쳐 중학교 장학생 시험에 합격시켰다.


'무명 교사 예찬'은 교육현장에서 널리 이용된다. '온 나라를 두루 살피되/ 무명의 교사보다 더 예찬을/ 받아 마땅할 사람이 또 어디 있으랴' 식의 내용을 담고 있는 까닭에 스승의 날 행사용으로 아주 적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승의 날 행사에서 부도덕한 고위 인사가 무명 교사에게 상을 주는 뉴스는 참으로 마주하기에 곤혹스러운 장면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도 너무나 비교육적이다. 성인들에게는 정치불신의 가치관을 키운다.


'무명 교사 예찬'을 아무나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그런 참담이 지속되면 교육 자체가 희화화된다. '무명 교사 예찬'을 말하려면 그에 걸맞게 살아온 자신의 이력부터 증거로 내놓아야 한다.


'무명 교사 예찬'을 말할 때마다 김종인 시인이 떠오른다. '나는 진리를 파내는 광부 / 단단한 울타리를 뚫고 / 바르게 일어서는 교사이기를 바랐을 뿐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는 / 스승은 아니다'


참된 무명 교사는 스스로 스승이 못 됨을 부끄러워한다. 무명 교사들이 겸허하게 비운 자리를 정치배들이 밀고 들어와 교육계의 고위 관직을 꿰찬다. 그들의 가슴에는 오늘도 훈장이 휘황찬란하게 번쩍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