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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 위상에 맞는 상생의 생태계를 완성하라

2026-05-15 06:00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고객부장

AI 반도체의 거대한 파고가 한국 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에 힘입어 유례없는 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수익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수출과 고용을 떠받치는 K-반도체의 약진은 분명 반가운 일이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선명한 법이다.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으며, 공급망의 뿌리를 지탱하는 협력기업들은 모기업의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얼마를 벌었는가"라는 숫자의 잔치를 넘어, "그 성과를 어떻게 함께 키우고 나눌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노사 갈등은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 산정과 공유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기인한다.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은 이미 주주 이익만을 앞세우던 '주주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협력사,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기업은 더 이상 주주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주체가 함께 일궈낸 생태계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노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면 단기 실적은 낼 수 있을지언정, 글로벌 패권 경쟁 속에서 장기적인 초격차를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반도체 산업은 결코 한두 대기업의 독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재, 부품, 장비부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이 촘촘히 맞물린 거대한 유기체다. 원청이 축배를 드는 동안 협력기업들이 단가 압박과 소외감에 시달린다면 산업의 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대만 TSMC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TSMC는 협력사를 단순 납품처가 아닌 '기술 파트너'로 대우하며 '그랜드 얼라이언스'라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핵심 협력사들은 10~30%대의 월등한 수익성을 기록하며 모기업과 함께 성장한다. 이는 네덜란드 ASML이 협력사에 과감한 설계 권한을 위임해 '슈퍼 을(乙)'들의 연합체를 만든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노사관계에서도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현금 성과급 논쟁을 넘어, 성과의 일부를 자사주 매입 보조나 장기보유형 성과주식으로 연결하는 구조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TSMC는 임직원이 자사주를 매입할 때 회사가 일정 비율을 보조하며 노동자가 기업 가치를 자신의 자산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노동자를 단순한 비용 지출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 소유자'로 대우하는 장치다. 노동자가 회사의 주가와 기술 경쟁력을 자신의 미래 가치로 체감하게 될 때, 노사는 비로소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진정한 파트너가 된다.


이제 자사주를 주가 관리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과 공유의 매개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협력기업에는 납품단가 조정을 넘어 공동 R&D, 장기 공급 계약, 그리고 적정 마진을 보장하는 선진적 상생 모델이 결합되어야 한다. 상생은 시혜가 아니라 다음 수익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대한민국 반도체는 위기 때마다 공동체적 결집력으로 길을 열어왔다. 이제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가 그 이름에 걸맞은 상생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때다. 노동자의 숙련을 가치의 원천으로 존중하고, 협력사의 성장을 미래 경쟁력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호황의 진짜 과실은 오늘의 영업이익에만 있지 않다. 노동자와 협력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깊고 단단한 생태계에 있다. 삼성의 변화가 K-반도체의 미래를 더 단단하게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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