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는 27개 사업장에서 입지 선정 절차를 한 달간 보류했다. 해석이 분분하다. 민감한 사안을 선거 후로 미룬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대구경북이 주목하는 바는 조금 다르다. 정부의 방침이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지, 주민 반발을 조정하려는 일시적 유보 조치인지가 관심사다. 대구경북에는 전국 27개 송전선로 건설 현장 중 5개소가 있다. 주로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이나 인근 산업단지로 보내는 경유지 또는 출발지다. 반도체 산단 건설 사업과 맞물린 사안이어서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대구경북으로선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두 가지 시각이 충돌한다. 세계는 전력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AI, 반도체 패권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 시간을 허비할수록 산업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첫 번째이다. 일부 지역은 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비수도권 생산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하는 형태의 전력망 구축으로 수도권 전력수요 및 기업 집중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송전선로 건설 보류' 배경에도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건설' 문제가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보류 조치가 에너지 정책의 전환및 보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미 조성 중인 용인 클러스터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급작스럽지 않게, 2024년 시행된 분산에너지법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유관기업이 전력 생산지 인근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게 균형발전의 기조에 합당하다. 한 달 뒤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AI·반도체 경쟁력과 균형발전의 중대한 향방이 결정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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