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독케어 박명석 회장, 농촌 지역 방치·유기 실태 지적
한정된 인력·공간 속 장기 보호 개체 증가에 따른 안락사 고민 토로
성주 독케어 박명석 회장이 농촌지역의 유기견 실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석현철 기자>
성주 독케어 초전 관리사에서 생활중인 유기견, 입양을 기다리며 독케어 회원과 함께 하고 있다. <성주 독케어 제공>
성주 독케어에서 관리중인 유기견 <성주 독케어 제공>
성주독케어 박명석 회장(왼쪽)이 독케어 가족에게 종합 예방약 세트를 증정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성주 독케어 제공>
독케어 회원 및 가족들과 가진 야유회 <성주 독케어 제공>
경북 성주군 선남면 선노리 522번지.
농촌 들녘 사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오늘도 사람에게 버려지고 상처받은 유기견과 유기묘들이 새로운 삶을 기다리고 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씩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생명들이다.
2019년 12월 설립된 성주 독케어(Dog Cat Care)는 단순한 유기동물 보호소가 아니다. 버려진 생명을 구조하고 치료해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공간이자, 잘못된 반려문화와 동물 학대를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민간 동물복지 단체다.
독케어 회원이 센터에 보호중인 유기견들을 살펴보고 있다. <독케어 제공>
독케어의 시작은 한 마리 반려견에서 비롯됐다.
박명석 회장은 "구찌라는 강아지를 키우면서 시골 강아지들의 유기와 학대 문제, 그리고 잘못된 양육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도움이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시골 개 보호자 교육과 반려동물 복지 향상을 목표로 독케어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케어는 2017년 '성주반려동물협회' 창설을 시작으로 활동의 기반을 다졌고, 이후 2019년 주식회사 독케어를 설립하며 보다 체계적인 구조·보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2020년 성주유기동물보호소 위탁업체로 선정됐고, 2021년에는 성주유기동물입양센터 위탁업체로도 선정되며 지역 유기동물 보호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됐다.
현장에서의 꾸준한 노력은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독케어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경북도지사 동물복지 우수기관 표창을 수상하며 지역 대표 동물복지 단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도 쉽게 알지 못하는 아픈 현실이 존재한다.
독케어 회원이 아픈 고양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봐주고 있다. <독 케어 제공>
박 회장은 유기견 보호 활동을 하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에 대해 "너무 늦게 발견돼 충분히 치료와 입양이 가능했던 아이들을 결국 시기를 놓쳐 떠나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금만 더 빨리 발견됐더라면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사람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강아지들이 다시 마음을 여는 과정 역시 독케어가 마주하는 가장 특별한 순간이다.
"처음에는 눈도 못 마주치고 손길만 와도 몸을 움츠리던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조금씩 꼬리를 흔들고 먼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면서도 결국 동물은 사랑을 기억하고 믿으려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 회장에게 반려견은 단순히 돌보는 존재가 아니다.
"반려견은 내가 돌보는 존재이면서도 결국은 나를 더 많이 위로해주는 존재입니다."
독케어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쌓여 있다. 그중에서도 박 회장이 가장 잊지 못하는 아이는 현재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는 '하늘이'다.
독케어에서 구조된 유기견이 새끼들을 돌보고 있다. <독케어 제공>
하늘이는 2021년 새끼들과 함께 구조됐다. 발견 당시 하늘이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큰 덫에 발목이 눌려 있었고, 그 옆에는 죽은 암컷 개 한 마리와 어미의 빈 젖을 물고 있던 새끼 두 마리가 있었다.
박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
"하늘이를 데려와 결국 발을 절단해야 했고, 덫에 걸려 다친 새끼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반드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독케어는 지금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법적으로 유기동물 보호기간은 10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입양이 되지 않아 수년간 보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호 공간과 인력, 운영비는 늘 부족하지만 구조 요청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케어가 버틸 수 있는 힘은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독케어는 약 850명의 회원과 2만여 명의 유튜브 구독자들이 함께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온라인을 통해 구조 현장과 보호 과정을 공유하며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박 회장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역할에 대해 "단순히 버려진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기견 보호소는 상처받은 아이들이 다시 사랑을 배우고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희망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히 기다려주고, 인내하며 치료해줘야 합니다."
특히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실상 안락사로 이어지는 일부 보호 시스템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허울뿐인 보호소에서 일정 시간이 되면 무조건 안락사가 되는 현실은 어떤 경우에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과 지역사회에도 진심 어린 당부를 전했다.
"반려견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사랑은 결국 끝까지 함께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쁘고 귀여운 순간만이 아니라 아프고 늙어가는 시간까지 함께해줘야 진정한 반려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반려인뿐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서로를 배려할 때 사람과 동물이 더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케어에서는 반려동물의 입양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독케어 제공>
박 회장은 마지막으로 "비록 시골의 작은 보호소지만 유기견들을 돌보는 관리자들의 마음만큼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독케어의 관리 시스템이 전국 보호소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늘도 성주 독케어에는 상처 입은 생명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다시 사람을 믿어보려는 작은 기적들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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