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생활촌의 한 가운데에 '상가라도(上加羅都)' 못이 있다. '상가라도'는 대가야의 수도 고령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줄줄이 늘어선 노랑 버스에 눈길을 빼앗겼다. 금빛의 커다란 입간판을 지나치며 그제야 아차, 주차장을 지나쳤다는 생각을 한다. 돌아오면 되지 뭐, 라고 생각했으나 또 다른 주차장이 보인다. 대가야체험캠프장이다. 평일 대낮의 텅 빈 주차장으로부터 슬렁슬렁 '가야의 숲'을 지나 입구로 향한다. 잔디로 뒤덮인 흙벽 너머 애기들 소리 와글와글하다. 목책 너머 초가지붕이 보이기 시작한다. 황금사철나무는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으리으리한 '대가야 종각'에는 한 아저씨가 엎드려 책을 보고 계신다. 고령 '대가야생활촌'의 입간판은 고령에서 출토된 6세기 대가야 금관의 풀잎모양 장식을 본뜬 게 틀림없다.
대가야 생활촌 앞에 다양한 수목과 쉼터가 있는 가야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모임지붕의 대가야종각은 2022년 5월 5월에 타종식을 했다.
◆ 대가야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큼직한 정문 앞 양쪽에 해자 같은 수로가 깊어, 대가야의 성 안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인트로관'이다. 고분의 입구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무덤처럼 컴컴하다. 작은 천창과 몇 개의 매입등이 어둠을 밝히는 내부에는 철기 문명과 함께 발전한 대가야의 역사 연표와 함께 흙 속에 파묻혀 있는 철기 도구들이 있고 토기와 갑옷, 장신구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인트로관은 1500년 전 대가야로 들어가기 전, 그 시대를 개략적으로 훑는 공간이다. 출구를 나오면 작은 안내판이 웃으며 맞이한다. '대가야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타임 슬립 완료다.
생활촌의 한 가운데에 '상가라도' 못이 있다. '상가라도(上加羅都)'는 대가야의 수도 고령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대가야 가실왕이 명하여 우륵이 작곡한 12개의 곡 가운데 두 번째 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12곡은 농경문화를 내포한 12달을 상징하는데, 제2곡은 관개 수리와 관련된 향가다. 그러니까 상가라도 못은 대가야의 수도 한가운데에 조성된 농사를 위한 저수지인 셈이다. 연못에 수련이 가득 피었다. 연 노랑, 하양, 분홍 수련이 곱게도 피었다. 못 가에는 노란 꽃창포가 한창이다. 어디를 보아도 아름다운 수양버들이 한들거리고 버드나무 솜털씨앗이 폴폴 날아다닌다. 나는 농사도 잊고 가만히 노는데 열중한다. 시계가 좋은 휴식처다. 햇살에 손등이 따갑지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청량하고 부드럽다.
못과 연결된 좁고 얕은 물줄기 곁에 '인줄마을'이 있다. 대가야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상을 재현한 곳으로 움집과 고상가옥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생활촌을 둘러싸고 있는 언덕에서 내려다 본 골안마을. 대가야의 토기문화와 교역물품을 알려주는 나루터 마을이다. 먼 정면에 주산루가 보인다.
◆ 1500년 전 상가라도(上加羅都)
상가라도 못을 기준으로 동쪽에 대가야의 마을이 있다. 못 가의 '골안마을'은 대가야의 토기문화와 교역물품을 알려주는 나루터 마을이다. 대가야가 수출한 비단과 오수전, 덩이쇠 등이 상자에 그득 담겨 있다. 바리모양 그릇받침, 자라병, 뚜껑 있는 손잡이 잔, 일본 오키나와 산 야광 조개국자 등의 교역품은 유리 상자 안에 전시되어 있다. 전성기 때의 대가야는 선박을 이용해 남해안을 거쳐 일본, 중국과 교역했다고 한다. '불묏골'은 대가야를 대표하는 철기문화를 접하는 곳이다. 대장간, 용광로, 숯가마, 단야장의 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직접 풀무질을 해 볼 수 있는 체험장으로 꾸며져 있다. 불묏골 뒷동산에는 봉수대가 있다. 일본서기에 6세기 대가야가 백제와 전쟁을 치루는 과정에 봉수를 운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가야는 신라 때문에 낙동강이 막히자 섬진강 수계로 진출하면서 주변에 많은 봉수대를 축조하기도 했다. 이곳의 봉수대는 전북 완주의 불명산 봉수대를 바탕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못과 연결된 좁고 얕은 물줄기 곁에 '인줄마을'이 있다. 대가야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상을 재현한 곳이다. '인줄'은 '금줄'과 같은 뜻으로 아이를 출산했을 때 부정한 것의 침범을 막기 위해 대문에 걸었던 새끼줄이라 한다. 마을에는 고상가옥과 움집이 있다. 움집은 보통사람들의 집이다. 둥글거나 사각형의 흙바닥에 화덕과 난방시설을 갖췄다. 주식은 벼와 보리 등의 곡류와 산나물, 과일 등이었다. 음식은 주로 시루에 쪄서 조리를 했으며 접시나 항아리에 담아 수저와 국자로 먹었다고 한다. 오색 천이 내걸린 고상가옥은 포목점이다. 대가야의 의복과 왕관, 장신구 등을 알려준다. 약방 할아버지 집에는 온갖 약재들이 가득하다. 어부의 집에서는 생선이 꾸덕꾸덕 말라간다. 하도 실감나게 만들어져서 비린내가 날 것만 같다. 내부에는 그물이나 통발 따위가 걸려 있는데 대가야 시대 무덤에서 길쭉한 대롱 모양의 어망추가 다발로 나온 것을 근거로 만들었다고 한다. 집들의 내부는 어둑하다. 꼭 퀴퀴한 곰팡내가 풍길 것 같지만, 나무 판벽의 틈새로 빛과 공기가 흘러들어 상당히 쾌적하다.
점빵과 식당이 있는 저잣거리. 음료와 과자 등을 팔고 돈까스와 분식 등의 식사를 할 수 있다.
차양 막을 가진 핑크 모래 놀이터 '고령 핑크 월드'는 유치원생들 차지다.
놀이터와 못 사이 방벽처럼 솟은 언덕길은 이름 거창한 '백두대간 산책로'다. 마루에 은빛왕관과 'LOVE' 포토존이 있다.
◆ 주산성 안의 과거와 현재
도랑 가 수양버들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어린 시절 냇가의 버드나무 가지 서너 줄을 움켜쥐고 타잔 흉내를 내며 놀던 때가 있었다. 대가야의 아이들도 버들가지 움켜쥐고 날아올랐을까. 상가라도 못 서쪽에는 21세기 아이들을 위한 '메나릿골' 놀이터와 물놀이장이 있다. 굉장히 인기 많은 물놀이장은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될 즈음 개장 예정이다. 차양 막을 가진 핑크 모래 놀이터 '고령 핑크 월드'는 유치원 애기들이 차지하고 있다. 놀이터와 못 사이 방벽처럼 솟은 언덕길은 이름 거창한 '백두대간 산책로'다. 마루에 은빛왕관과 'LOVE' 포토존이 있다. 멀리 보이는 못가의 정자는 '한기정'이다. '한기(旱岐)'는 가야의 우두머리, 수장을 뜻한다. 그 뒤에 늘어서 있는 기와집과 초가집들은 숙박시설인 '한기촌'이다. 애기들이 선생님 손잡고 또르르 들락거리는 곳은 점빵과 식당이 있는 저잣거리의 화장실이다. 백두대간의 마루에서 아이들 뛰노는 세상을 내려다보니 흐뭇하네.
대가야 생활촌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성벽과 문루가 자리한다. 누각의 이름은 '주산루', 옛 주산성을 상징한다. 성벽 안쪽은 어린이 과학관이다.
대가야 생활촌의 가장 높은 자리에 성벽과 문루가 자리한다. 누각의 이름은 '주산루', 옛 주산성을 상징한다. 주산(主山)은 고령의 진산이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있는 산, 즉 '주인(主)이 묻힌 산'이다. 주산에 쌓은 가야의 성이 주산성이다. 흙으로 쌓은 내성과 돌을 쌓은 외성을 가진 성으로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지만 이곳에서 번듯하다. 성벽 안쪽은 어린이 과학관이다. 예약이 어려울 만큼 인기 있는 곳이라 한다. 주산루 아래쪽에는 주산통문이 있다. 주산의 남쪽 능선 아래에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고, 그 맞은편에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가 있고, 테마관광지의 끝에 고분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남쪽으로 산길을 내려오면 주산통문에 닿는다. 그러니 주산통문은 '주산과 통하는 문'일 게다.
생각해보면 대가야 생활촌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언덕이 주산성의 내성인 토성 같고 주산루 성벽은 외성 같다. 대가야 생활촌은 역사적 기록과 유물이 전해주는 과거를 현대적 상상으로 재현한 마을이다. 그렇게 상징만이 아닌 현대의 주산성 안에 대가야의 마을을 구현한 듯하다. 바윗돌 모양의 스피커에서 가야금 소리가 들린다. 주산통문을 나가면 주산으로 통하는 길 너머 대가야 체험 캠프장이 펼쳐져 있다. 기마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승마장, 농업 전시관, 유실수원, 가족텃밭, 캠핑장, 카라반, 족욕을 할 수 있는 카페 등이 있는 구역이다. 누군가 씨익 웃는다. 허리를 굽혀 나뭇잎 사이를 들여다보니 커다란 철제 말머리 상이 만화처럼 웃고 있다. 문 밖인데, 아직 성 안인 듯하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대구에서 화원, 고령 방향 5번 국도를 타고 간다. 논공 지나 위천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26번 동고령로를 타고 직진, 고령교차로에서 거창·고령 방향으로 간다. 거창·합천 이정표 따라 직진하다 골안교차로에서 쌍림논공단지 방면으로 빠져나가 우회전하면 바로 오른쪽에 대가야 생활촌이 보인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과 주차는 무료, 반려동물, 자전거, 킥보드 반입은 금지다. 어린이과학체험관은 유료이고 예약은 필수다. 오전 1회, 오후 2회, 회당 70명으로 한정되어 있다. 대가야 체험캠프 쪽에 주차하고 주산통문으로 입장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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