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 선언’ 발표
지난 정부 ‘문화한국 2035’ 일환 이전 사업 불투명
최근 부산시 적극적인 행보에 지역 문화계 경계심↑
“대구, 오랜 오페라 역사·탄탄한 인프라 쌓아와
유치 뿐만 아니라 오페라 후원·관심 등 지속돼야”
17일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 선언'이 발표되면서 대구 문화계 전반에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죽음의 도시'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내년 9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지역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7일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 선언'이 공식 발표됐다. 전직 대구시장 및 역대 시의회 의장을 포함해 지역 문화·정치·경제·언론계 등 각계 인사들을 포함해 총 134명이 참여했다. 민간 차원에서 공식 선언문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언문은 18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선언은 지난 정부에서 '문화한국 2035' 정책의 일환으로 논의됐던 국립오페라단의 대구 이전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촉발됐다. 대구는 2024년 단독 현장 실사까지 마쳤음에도 실행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이들은 현 정부가 '5극3특' 체제 기반의 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 중인 만큼, '국립예술단체·기관 이전 및 협력 모델 재구축' 정책 역시 유효하다는 점을 근거로 덧붙였다.
내년 9월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개관 공연에 105억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4년 12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설 현장. <부산시 제공>
위기감에 불을 지핀 것은 부산의 적극적인 행보다. 최근 부산시가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에 예산 105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대구 문화계 내에서 경계심이 높아졌다. 부산은 이미 국립부산국악원·국립청년연희단 등 5개 국립문화기관 및 단체를 보유 중이지만, 대구는 국립대구박물관 단 1곳 뿐이다. 이 상황에서 국립오페라단마저 부산으로 향한다면, 문화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정책 논의 초기부터 국내 유일 오페라 제작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존재하는 대구가 유력지로 검토된 만큼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인 것. 이에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오페라·음악 유관 단체를 대상으로 유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고 전했다.
선언문에서는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 근거로 대구의 오랜 오페라 역사와 탄탄한 인프라를 내세웠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전경.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이들은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 근거로 대구의 오랜 오페라 역사와 탄탄한 인프라를 근거로 내세웠다. 대구는 한국 근대 서양음악의 발상지이자 깊은 성악·오페라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대구 출신 음악인 현제명이 작곡한 '춘향전'은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이며, 본격적인 대학의 성악 교육도 1952년 바리톤 이점희 교수에 의해 시작됐다. 이런 역사적 토양 위에 대구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시립단체인 '대구시립오페라단'과 전문 제작 극장인 '오페라하우스'를 출범시켰고, 지난 2003년부터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K-오페라의 메카'로 우뚝 섰다. 이탈리아 볼로냐·스페인 세비야·독일 하노버 등 세계적인 음악도시들과 공식 네트워크를 구축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라는 점도 강점이다.
이들은 "이번 선언은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첫걸음이며, 향후 추가로 참여를 희망하는 시민들을 모시고 대구 오페라 발전을 위한 후원과 응원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기본 정신은 K-오페라 중심도시로서 대구가 세계 속에 그 위상을 확보하고, 이를 새로운 도시 발전의 계기로 삼기를 희망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시민 선언 대표인 우동기 전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오페라에 대한 대구 시민의 관심은 전국적으로도 높고, 이미 형성된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가 있어 더 큰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유치도 중요하지만 후원과 관심이 뒷받침돼야 오페라가 지속 가능한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현묵 전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국립오페라단이 유치되면 대구오페라하우스와의 협업 체계가 구축되고 상주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며 "그 과정에서 주역은 물론, 조역·합창단·무용단 등 대구 출신 예술인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과 함께 최정상급 오페라를 대구 시민과 타 지역 관객들이 찾아와 즐기게 되면서 대구 전반적으로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의 선언'
□ 분권은 대한민국의 시대적 사명
현재 이재명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삼고, '5극 3특' 체제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분권정책을 추진중이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탈피하고 지방의 자율성과 재정 권한을 대폭 강화하여 지역 주도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정부의 문화부가 이미 추진한 바 있는 <문화한국 2035>의 '국립예술단체·기관 이전 및 협력 모델 재구축' 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지역소멸 위기 속 문화 격차가 지역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장차 국가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의 결과이자,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 대구는 K-Opera의 성지
대구의 오페라 역사는 오래되었다. 한국 근대 서양음악의 발상지이기도 하지만, 성악의 역사는 특히 오래되었다. 그 결과 대구 서양음악의 대표적 인물인 현제명이 작곡한 "춘향전"은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이며, 바로 그 오페라가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1년 대구키네마극장에서 공연되기도 하였다. 또한 대학에서 본격적인 성악 교육도 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2년에 바리톤 이점희 교수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최초·유일의 시립단체로서 대구시립오페라단, 우리나라 최초·유일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및 국제오페라축제가 개최된 도시가 바로 대구다.
□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의 열정
2003년부터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작품을 관람한 대구시민은 수만 명이 넘어섰고, 객석 점유율은 평균 90%를 상회한다. 2022년 기준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 공연이 18편일 때 대구오페라하우스는 11편에 이르러, 이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오페라 제작 편수를 자랑한다. 현재 대구의 오페라 단체는 14개에 이르고, 이들은 매년 그랜드 오페라와 소오페라 제작하고 있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들의 열정은 오페라 관람은 물론, 아마추어 합창단과 시민오페라단 활동을 통하여 성악을 일상화하고 있다. 이런 시민적 노력이 대구를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선정되게 한 주요 동력이 되었다.
□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발전하는 K-Opera의 미래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다. 이는 국립오페라단이 대구에 상주한다면, 바로 세계적인 음악도시들과 공식적인 네트워크에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하여 이탈리아 볼로냐의 테아트로 코무날레 디 볼로냐(Teatro Comunale di Bologna), 스페인 세비야의 마에스트란사 극장(Teatro de la Maestranza), 독일 하노버의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Staatsoper Hannover)... 등과 정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 또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오펀 스튜디오(Opernstudio)를 통한 대한민국 젊은 성악가들의 세계 진출을 도모할 수도 있다. 또한 향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추구하는 국내외 창작자 및 제작사 중심의 B2B 매칭 프로그램을 통한 K-Opera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K- Opera의 희망찬 미래 모습인 것이다.
□ 새로운 대구의 미래, K-Opera에서
대구는 오페라의 도시다. 종합예술 오페라의 모습처럼 대구는 다양한 생각과 도전을 존중하고 권유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대구시민이 꿈꾸는 대구의 미래비전이다.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우리가 소망하는 대구의 가치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은 국립오페라단이 대구의 오페라와 만나, K-Opera의 역사를 새롭게 쓰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이것이 바로 현 정부의 분권정책에도 부합되거니와 새롭게 변신하고자 도전하는 대구의 미래비전에도 유효하다고 확신한다.
이런 굳건한 의지를 담아 국립오페라단의 '대구 유치를 소망하는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이는 시작이요 끝이 아니다, 이후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대구시민 누구나 참여의 문을 열어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는 향후 대구에서 전개되는 K-Opera의 발전을 위한 후원과 응원의 역할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를 위한 오페라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100인' 일동
정수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